“메모리 반도체의 용량은 매년 2배씩 증가한다”는 소위 ‘황의 법칙’을 잘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황의 법칙’은 기존의 반도체 분야에서 통용되던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법칙이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메모리 분야, 특히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하는데 가장 많은 기여한 사람 중 하나로 황창규 회장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우리나라 반도체 대표기업에,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그리고 한국이라는 국가에 큰 기여를 한 사람이다.
그런 황창규 회장이 7가지 주제로 특강을 하였는데, 이 특강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책이 최근에 출근되어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저자는 삼성전자에서 세계 최소로 256M D램을 개발하였고, 그 후 줄곧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을 1년마다 2배씩 늘려 나감을 몸소 보여줌으로써 ‘황의 법칙’을 실현하였다. 그리고 삼성전자에서 세계 최초로 모바일 D램을 개발하였고, SSD를 개발하는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20여년간 삼성전자에 몸 담은 후 국가 R&D 전략기획단 단장으로 정부 R&D를 총괄하다가 KT 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반도체 분야에서 이루어 낸 신화를 5G 통신기술 분야에서 다시 한번 이루어 내었다.

이 책은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7개의 장은 7개의 강의에 순서에 따라 구성된 것이다.
1장 ‘리스크 테이킹’에서는 왜 리스크 테이킹을 해야 하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1장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메모리 반도체의 분류에 관한 부분이었다. 솔직히 공학과는 먼 문과생 출신이라 메모리의 용량이 크면 속도가 빨라지고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단순한 사실만 아는 소위 ‘문돌이’라 책 속에 소개된 D램과 S램, 그리고 플래시 메모리의 차이는 너무나도 신선했다.
물론 책에서 친절하고 보기 좋게(?) 표로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지만, 솔직히 구조 같은 경우에는 100%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보다 1장에서 “혁신을 주도하면 리더가 되고, 혁신을 받아들이면 생존자가 되지만, 혁신을 거부하면 죽음을 맞는다”라는 문장이 가슴에 맴돌았다.
개인이야 혁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도 되겠지만, 기업은 그렇지 않다. 특히 기술 기반의 IT기업은 혁신을 주도하지 않으면 도태되어 당연히 결국에는 기업이 소멸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때 휴대폰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갔던 핀란드 기업 ‘노키아’가 아니겠는가?
2장 ‘파괴적 혁신’에서는 기억이 남는 내용이 ‘무어의 법칙’과 ‘황의 법칙’의 비교였다. 물론 공학도가 아닌 터라 두 법칙을 내가 100%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어의 법칙’은 현재는 완전히 맞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황의 법칙’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그 법칙이 맞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2장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부분은 “혁신은 언제나 자기부정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이었다.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기부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뇌는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부정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인내를 요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나를 부정해야 가능하다. 그리고 기존의 사고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 혁신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게 아닐까?
3장 ‘미래의 예측’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삼성이 어떻게 당시 휴대폰 시장에서 세계 1위였던 노키아에게 반도체를 납품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한 부분이었다.
삼성에서는 제일모직,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그리고 삼성전자 등 수많은 삼성계열사들이 노키아 휴대폰에 적지 않은 부품을 납품하였다고 한다. 삼성에서는 엔지니어 30명을 노키아로 보내서 그들이 원하는 칩을 개발하도록 하여 결국 노키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리고 이 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성공의 반대말이었다. 당연히 저자가 말하는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다.
성공의 반대말은 ‘도전하지 않는 것’, 다시 말해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생각해보니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성공할 때까지 도전한다. 그러니 결국에 성공을 하는 게 아닐까?
4장 ‘기술의 선점’에서는 저자가 KT 회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국내에서 어떻게 5G 기술을 개발하여 세계 최초로 선보였는지를 상세히 말한다.
저자는 KT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여 5G 기술을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늘 패스트 펄로우였던 우리나라가 패스트 무버가 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5G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에 최초로 선보인 통신기술로, 4차 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IOT나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모든 4차 산업의 기술의 근간이 된다.

2G가 단순 음성통화나 문자를 주고 받는 수준이었다면, 3G는 인터넷을 모바일 환경에서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4G 기술이 선보이자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을 모바일 환경에서 끊김 없이 불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5G 기술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4G보다 수십 배 빠른 5G 기술은 초고속 외에도 저지연과 초연결을 가능케 하여, 과거에는 기술적으로 시현이 불가능한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5장 ‘위기의 대응’에서 인상적으로 읽었던 부분은 14세기에 전 세계를 강타하여 대략 2억명의 인류가 사망한 흑사병에 관한 내용이었다. 흑사평은 중앙아시아에서 발병하여 유럽을 강타하였는데, 유럽에서 특히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이유가 다름 아닌 위생 상태 때문이 아닐까 싶다.
흑사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에 주목할 만한 것들은 바로 위생에 대한 개념이 생기게 되었고, 유럽의 봉건제가 붕괴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흑사병이라는 위기는 유럽이 강대국으로 바뀔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 유럽에서는 르네상스와 의학뿐만 아니라 과학의 발달을 앞당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역사처럼 유럽에서는 제국주의가 생겨나고 2차 세계대전 때까지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 등 후진국들을 속국으로 삼고 자원을 약탈한다.
6장 ‘융합의 실현’에서는 ‘융합’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는 융합에는 물리적 융합과 화학적 융합이 있다면서 완전히 녹아 들어 새로운 탄생을 이루는 화학적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 장에서 KT의 음성인식 AI 스피커 ‘기가지니’에 대해서 언급한다. 개인적으로는 집에서 KT 기가지니를 쓰고 있기 때문에 기가지니에 대해서 할 말이 적지 않다. 거두절미하고, 기가지니는 단순히 가정에서 편리함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수많은 기술이 융합하였을 때 비로소 시너지가 발생한다.”며 기술의 융합을 강조한다.
7장 ‘혁신을 이루는 경영자의 자세’에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 6가지에 대해서 말한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소통’을 꼽는다. 개인적으로도 ‘소통’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고 지시사항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일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그 다음으로 저자는 ‘비전’을 말하는데, 나 역시도 비전이 없는 회사는 죽은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자는 ‘위임’의 중요성을 말한다. 삼성전자 같은 거대 기업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위임’이라고 저자는 서슴없이 말한다.
그 외에 저자는 ‘협력’과 ‘질문’, 그리고 ‘포용’을 중요한 덕목으로 말하는데, 무엇보다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말한다.
이 장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는 내용은 “성공도 습관이다”라는 부분이었다. 작은 성공을 경험해본 사람이 큰 성공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작은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도전해야 하는 것이고, 도전하기 위해서는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삼성전자와 KT에 몸담으면서 도전과 혁신으로 메모리 분야에서, 그리고 통신 분야에서 성공한 스토리를 이 책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한국 반도체 역사의 핵심이자 5G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황창규 회장의 연세대에서 진행하였었던 명강의를 현장감을 살리고 현실감 있게 글로 담았다는 것이다.
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뿐만 아니라 혁신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많은 동기부여를 해주고 깨달음까지 선사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