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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 - ‘서조선’부터 ‘비단잉어’까지 신조어로 읽는
곤도 다이스케 지음, 박재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6월
평점 :
현 중국의 주석인 시진핑은 2012년에 총서기에 당선되고 나서 중화주의 사상의 부흥이라 할 수 있는 ‘중국몽’의 실현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10년이 넘은 지금, 중국은 시진핑이 3연임에 성공하면서 ‘시진핑 신시대’라 할 만큼 또다른 중국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은 표지에 있는 친숙한(?) 시진핑 그림과 같이 신 시진핑 시대인 요즘 중국을 신조어와 유행어, 은어를 통해 오늘날의 중국을 보여줌으로써 요즘 중국인을 이해하도록 해준다.

저자는 도쿄대 졸업 후 고단샤에 입사하여 그곳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고단샤 베이징 부사장을 거쳐, 특별편집위원, 컬럼니스트로 일하였는데, 그가 기고한 중국 분석 컬럼인 <겐다이 비즈니스>는 연재 640회를 넘길 정도로 일본인들 사이에 사랑을 받았다.
2008년부터는 메이지대학교에서 동아시아 국제관계론에 대해 강의도 하고 있으며, 이 책 외에도 저자는 <타이완 vs 중국 모략의 100년사>, <팩트로 읽는 미중 신냉정과 애프터 코로나> 등 33권의 저서를 출간하였다.

이 책은 크게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중국 스마트폰 세대의 민낯’에서는 요즘 달라진 중국 MZ세대의 작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장 ‘제2의 마오쩌둥을 목표로 하는 시진핑’에서는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이 어떻게 중국을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3장 ‘황제 시진핑을 골치 아프게 하는 존재’에서는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변화된 중국의 모습에 대해 설명한다.
4장 ‘온종일 싸울 수 있습니까? 약육강식의 중국 비즈니스’에서는 일이 많고 권위적인 중국 회사와 배달 문화가 확산되자 신직업이라 할 수 있는 치쇼(라이더)의 급증, 1년이 넘은 짓다만 아파트를 일컫는 란웨이라우를 설명한다.
5장 ‘한국의 신경 쓰이는 이웃’에서는 한국의 이웃국가인 일본을 사랑하는 중국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히는 것처럼 중국의 신조어, 유행어, 은어 34개를 통해 정치, 경제, 외교, 사회뿐만 아니라 MZ세대의 작태까지 요즘 중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첫 장부터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해 사람 만나기를 무서워하는 요즘 중국 청년들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지난달 중국 심천과 상해를 방문해서 그런지 저자가 책속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재 중국은 IT 강국이다. 한중일 세 개의 국가에서 가장 IT 도입이 빠른 나라다.
저자가 말하는 데로 아직까지 현금과 종이 신문과 잡지를 보는 일본은 20세기의 모습이고, 스마트폰으로 대금 결제에서부터 온라인 주문, 틱톡과 같은 SNS 접속 등 모든 것을 해결하는 중국은 21세기의 모습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중간에 해당하는거 아닌가 싶다. 한국은 삼성페이도 있고 플라스틱 카드도 사용한다. 최근에 물론 애플페이도 도입되었다! 그리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웹툰을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중국 또한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우리나라로 치면 부모한테 의존하면서 사는 캥거루족, 중국어로 ‘컨라오주’라는 말이 2005년부터 있었을까?
일본도 한때 1990년대에 캥거루족을 넘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된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히키코모리가 40-50대가 되어 70-80대의 노부모에 엊혀산다고 한다!
이 책의 중반에서는 시진핑의 실책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대표적인 내용이 시진핑을 배운다라는 의미의 ‘량쉐이쭈어’ 운동이다.
놀랍게도 시진핑은 중국의 최대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한다. 그 이유는 약 1억명에 달하는 중국 공산당원들 전원에게 시진핑의 저서가 배포되는데, 말이 배포이지 무상이 아닌 당원들이 내는 당비로 책값을 징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중국에서 우리말로 “밥 먹었어?”라는 인사에 해당하는 “츠러마”가 아닌 “챠오러마” (다 베껴 썼어)가 인사말로 바뀌었다고 한다. 무엇을 베껴 썼냐고? 시진핑의 중요 담화를 베껴 쓰는 ‘필사 운동’이라고 한다.

이 책은 한반도의 북쪽에 있는 북조선과 남쪽에 있는 남조선에 이어, 서쪽에 있는 ‘서조선’이라는 내용에서 절정을 이룬다.
처음에는 ‘서조선’이 옛 고구려 영토였고 지금은 조선족들이 사는 길림성을 칭하는 단어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서조선’은 길림성보다 훨씬 넓은 지역을 칭하는 단어였다.
‘서조선’은 다름 아닌 중국 전체를 의미한다! 왜 ‘서조선’인지 이 책을 보면서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저자가 다섯 가지로 축약한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총비서의 공통점에서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진핑과 김정은 두 사람 모두
2세 정치가: 시진핑은 시중쉰 전 부총리의 차남이고, 김정은은 김정일의 삼남이다.
1강 정치: 시진핑이나 김정은 모두 공산주의가 추구하는 집단 지도 체제가 아닌 1인 지도 체제이다.
강군 정책: 둘 다 미국에 대항하는 강성대국을 표방한다.
부인은 국민가수: 시진핑의 부인인 펑리위안이나 김정은의 부인인 이설주 모두 국민가수 출신이다.
육류 애호가: 시진핑도 육고기를 좋아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김정은도 날마다 스테이크 300g을 섭취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통통한 얼굴과 불뚝 나온 배, 그리고 복장까지,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아버지와 아들 같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신경 쓰이는 이웃’ 부분이 재미있었다. 그 이유는 중국통이라 불리는 저자가 중국인이 바라보는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는데, 중국은 한국과 일본 모두 싫어하지만, 20세기를 살고 있는 일본을 유독 더 사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중국인들은 일본여행을 좋아하며,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며, 일본 소설과 심지어 일본식 정원과 비단잉어까지 사랑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중국의 결혼에 관한 내용이었다. 1자녀 정책으로, 청년실업률이 급증하여 중국에서 ‘쿵훈주’ (결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가 엄청 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요즘 여러가지 이유로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기피하거나 아예 결혼을 포기한다고 한다. 그로인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신생아 출생률이 가장 낮다고 하니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저자가 책의 말미에 적은 문장이 무척이나 공감이 되어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결혼은 순간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망상이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요즘 중국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를 바탕으로 요즘의 중국사회와 중국문화, 중국인을 설명해주어 포스트 코로나 이후 시진핑 신시대의 중국의 현실을 쉽고 재미나게 알려준다.
요즘 중국의 실태를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거나 중국전문가 소위 중국통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신조어나 새로운 중국의 모습을 재미있게 풀어 쓴 이 책은 상당히 유용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