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2 - 우연한 사건이 운명을 바꾼다 ㅣ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4월
평점 :
제갈량은 삼국전에 나오는 인물 중에서도 그 지혜와 총명함으로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중국을 세 개로 나눈다는 발상인 ‘천하삼분지계’나 위나라를 침공하기에 앞서 전쟁을 일으키는 명분을 온 천하에 밝히는 ‘출사표’에 이르기까지 제갈량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도 유비와 조조, 손권에 이어 왕이 아닌 신하 중에서는 가히 으뜸 중에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제갈량의 인물됨이나 성격 등을 삼국지 이야기에 덧입힌 것으로 1편에 이어 2편에 해당한다.
적벽대전에서 유비와 손권이 남하하는 조조를 물리치고 동오의 주유가 죽고나서 제갈량이 방통을 촉으로 회유하는데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저자는 심리학자로 , 현재 닝보대학에서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면서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특히 저자는 현대 심리학을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심리설사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이 책 외에도 저자는 <스티브 잡스 광기의 승부사>, <자공의 설득학>, 그리고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등 30여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은 전편에 이어 2편인 만큼 5부부터 시작하여 9부까지 총 5개로 나눠져있다.
5부 제갈량, 맞수를 만나다
제갈량의 맞수는 누구일까? 삼국지를 끝까지 다 읽은 사람이라면 제갈량의 맞수가 누구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사마의라고 할 것이다. 삼국지 이야기의 뒷편으로 가면 갈수록 제갈량이 위나라를 정벌하려고 출병할 때마다 이를 저지시키는 인물이 바로 사마의다.
하지만 5부에서 말하는 제갈량의 적수는 방통이다. 방통은 동오에서 적벽대전에서 큰 공을 세웠으나 그의 외모나 풍채가 독특(?)하여 논공행상에서 사실상 배제된다. 이를 제갈량이 보고 자신의 맞수임에도 불구하고 동오에 남기기보다는 촉의 신하가 되도록 공작(?)을 펼친다.
5부에서 인상적인 내용은 형주를 유비가 차지할 때 제갈량이 유비를 설득하지 못하여 적벽대전이라는 큰 풍파(?)를 겪고 나서야 형주를 차지하였지만, 방통은 유비의 심리와 주변 인물들, 그리고 내외부 상황을 교모하게 이용하여 유비가 익주를 차지하도록 한다.
방통은 안타깝게도 익주 정벌에서 낙봉파라는 지역에서 유비가 그에게 특별 하사한 백마를 타고 가다가 적들이 쏜 화살에 맞아 사망한다. 여기서 무섭다고 느낀 점은 실제로 낙봉파가 방통이 죽기 전에 그렇게 부르던 곳인지, 아니면 방통이 죽고나서 불러진 건지 헷깔리지만, 방통이 죽을 것을 알면서 죽도록 내버려둔 제갈량이 무섭기만 하다.
6부 제갈량, 지혜로 승부를 걸다
6부에서는 관우가 죽고, 이를 뒤이어 장비가 죽고, 결국 유비 자신도 형제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동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다가 결국 자신도 두 아우들을 뒤따라가게 된다.
저자는 제갈량에거 남다른 재주 세 가지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후광효과를 이용해 자신을 신격화하는 것이고, 다른 것은 심드렁한 판매자 책략, 그리고 격장법을 잘 썼다는 점이다.
유비가 죽고나서 한 제갈량의 행동이 실로 대단하다. 그는 병을 핑계로 유선이 궁으로 불러도 두문불출하였다. 결국 유비처럼 유선도 삼고초려를 하도록 할 승산이었나보다.
조비가 다섯 갈래로 나누어 촉을 침범하여 유선이 궁지에 물리자 유선 스스로 자신의 집에 찾아오도록 만든다. 그리고 문밖에 나서지 않고도 놀라운 책략으로 50만 대군을 물리쳐서 자신을 더욱 신격화한다. 여기서 우리는 제갈량의 책략보다 그가 유선에게 자신을 중용할 수 밖에 없도록 상황을 리드해나가는 점에서 그에게 무서움을 느낀다.
7부 제갈량, 뜻대로 행하다
7부는 제갈량이 남만 정벌 때 맹획과 수차례 전투를 하면서 유래한 사자성어인 ‘칠종칠금’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사자성어처럼 제갈량은 맹획을 7번 놓아주고 7번 잡는다.
제갈량은 정말 자비를 베풀기 위해, 아니면 무력이 아닌 마음으로 맹획을 굴복시키기 칠종칠금을 한 걸까? 저자는 제갈량이 자신이 스스로 한 맹세를 깰 수 없었기 때문에 맹획을 계속 풀어준 것이라고 말한다.
맹획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등장하는 3만 등갑군을 제갈량은 자신의 특기(적벽대전에서도 활용한 전략이다)인 화공법으로 전멸시킨다. 그리고 또 맹획을 사로잡는데, 얼굴도 보지 않고 풀어준다. 그런데 그때 맹획은 진심으로 굴복하여 제갈량에게 항복한다. 과연 맹획은 제갈량에게 마음이 움직여서 항복한걸까? 아니면 7번이나 잡혀서 자포자기하여 항복한걸까?
삼국지에서는 ‘칠종칠금’ 사건도 제갈량을 신격화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치부하지만 결국 제갈량이 내린 결정으로 적지 않은 남만의 병사들이 백성들이 죽었을 터이다. 물론 촉의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맹획의 진심어린(?) 항복을 받아낸 제갈량일까? 아니면 7번이나 패배하고 수많은 병사를 잃고도 남만 지역을 다시 도맡은 맹획일까?

8부 제갈량, 자신과 싸우다
8부의 주된 내용은 제갈량이 유선에게 출사표를 던지고(?) 북벌을 강행하는 이야기다. 제갈량이 대군을 이끌고 위나라를 침공해오자 당시 위나라의 황제였던 조예는 변방에서 정치싸움(?)에서 밀린 사마의를 다시 부른다.
개인적으로는 제갈량이 위나라를 정벌하지 못한 이유는 제갈량이 탁식한 “일을 꾸미는 건 사람이되 이루는 건 하늘이로구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제갈량이 마속이나 위연과 같은 장수들을 제대로 활용하거나 배치하는데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갈량은 범한 더 큰 실수는 당시 위나라의 실질적 2인자였던 조진을 죽게하고 자신과 견줄만한 능력을 갖춘 사마의가 그 자리를 대신하도록 내버려두었다는 점이다.
삼국지를 읽어보면 조진은 당시 위나라 황제 조예의 총애를 받고 있는 2인자요 실질적으로 위나라의 병권을 좌우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조진은 그렇게 촉명하거나 병술이 뛰어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진은 사마의를 견제했기 때문에 제갈량 입장에서 위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사마의가 아닌 조진이 병권을 통솔하도록 해야 했다.
아무리 개개의 전투에서 이겨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내부의 적들끼리, 즉 서로 다투게 하여 그 힘을 빼야 한다. 하지만 제갈량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조진을 사망하게 만듦으로써 사마의가 위나라의 2인자가 되도록 해버렸고, 결국 사마씨가 중국을 통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큰 실수를 범한다.

9부 제갈량, 살아 숨쉬는 영웅이 되다
제갈량은 병이 깊어져 자신이 죽는 것을 늦추기 위해 일곱 개의 큰 등잔을 밝히고 그 둘레에 마흔아홉개의 작은 등잔을 밝히면서 하늘에 기도를 올린다. 하지만 위군의 기습을 알리러 온 위연이 주등을 꺼뜨리면서 그의 기도는 무용지물이 되고 결국 병세가 악화되어 숨을 거둔다.
제갈량은 살아생전에 위연이 배반자의 상이라고 줄곧 말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뛰어난 무공 능력에 크고 작은 전투에 장군으로써 투입하였다. 과연 제갈량의 용병술이 올바른 것이었을까? 촉의 오호대장군 중 관우, 장비, 조운, 황충이 죽고나서 제갈량은 그들을 대신할 영웅들을 찾지 못하였다.
물론 동오나 위나라에서도 예전처럼 뛰어난 영웅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뛰어난 장군들이나 문인들의 자녀들이 뛰어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부친의 뒤를 잇는다. 만일 제갈량이 강유 외에도 뛰어난 영웅들을 다수 발굴하였다면 촉나라가 위나라의 침공을 막아내고 멸망을 피할 수 있었을까?
제갈량은 죽고나서 촉을 양의와 강유에게 맡긴다. 그리고 제갈량이 죽는 순간까지 사마의가 긴장했다고 하니 제갈량은 실로 자신을 신격화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삼국지의 이야기를, 제갈량의 관점에서 심리학의 각도에서 풀어썼다. 심리학을 활용해서 제갈량이나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을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심리학이라는 또다른 관점에서 쓴 이 책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