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캉디드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7
볼테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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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미국의 명문대 중 하나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192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중부 시카고시에 위치한 시카고 대학교는 미국의 그저그런 대학교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떻게 그저그런 소위 지잡대에 불과했던 시카고 대학교는 세계적인 명문 대학교로 발돋움할 수 있었을까?


1929년 시카고대 5대 총장으로 부임한 로버트 호킨스 총장이 추진한 ‘시카고 플랜’ -  The Great Books Program’의 결실이라고 한다. ‘시카고 플랜’은 시카고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144권의 고전 인문학서를 졸업할 때까지 읽고 달달 외우도록 한 교육정책이다.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하고도 어이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카고 플랜’의 효과(?)는 이제 부인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결실을 맺었다. 




‘시카고 플랜’의 144권의 인문도서 중 한 권인 볼테르의 <캉디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책 제목에도 나와있지만,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이라 생각보다 술술 잘 읽힌다.


볼테르는 디드로, 루소와 함께 프랑스의 대표적인 계몽주의자이다. 그는 시인이자 극작가이자 비평가였다. 




이 책에는 주인공 ‘캉디드’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조금은 헷깔릴 수 있는데, 친절하게도 책 맨 앞단에 ‘캉디드 인물 관계도’를 그려두어 독자들이 헷깔리지 않도록 해준다.




캉디드는 영어 ‘candid”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는데, 우리 말로는 ‘솔직한’, ‘순진한’, ‘순수한’이란 의미다. 소설의 주인공인 캉디드는 그래서 그런지 정말 해맑고 순진한 젊은이다. 


이 책은 총 3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들은 주인공인 캉디드가 겪는 주요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고 있다.


1장은 주인공 캉디드의 출생 배경을 다룬다. 독일 베스트팔렌 지역의 툰더-텐-트로크 남작의 성에서 태어난 캉디드는 남작의 누이와 인근 지역 귀족 사이에 태어나서 툰더-텐-트로크 성에서 자란다.


캉디드는 ‘팡글로스’라는 한 철학자로부터 교육을 받고 자라는데, 팡글로스는 캉디드에게 “모든 게 각각의 목적을 위해서 만들어졌고, 모든 건 최고의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즉 “원인없는 결과는 없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캉디드는 스승 팡글로스의 말을 곧이고대로 믿는다.


캉디드는 남작의 딸인 퀴네공드 (촌수로 따지면 그녀는 캉디드의 사촌이다! 왜냐면 캉디드는 남작의 누이가 낳은 아들이기 때문이다.)에게 반하여 키스를 하는데, 그 장면을 남작이 목격하여 결국에는 캉디드는 툰더-텐-트로크 성에서 쫒겨난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소설의 시대적 배경시대인 18세기 중반에는 귀족들 사이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는데, 사촌 간에, 심지어 남매 지간에도 결혼을 하였다고 한다. 물론 현재는 근친혼이나 사촌간의 결혼은 금지하고 있다. 


2장부터 29장까지는 주인공 캉디드가 고향에서 쫒겨나서 평생을 사모하던 퀴네공드와 다시 만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다룬다.


캉디드는 남작의 성에서 쫒겨나 본의 아니게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게 된다. 온실 속에서만 자라던 귀족 자제였던 캉디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련과 고충을 겪는다. 하지만 주인공은 적지 않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운좋게, 그리고 굿굿하게 난관을 극복하고 퀴네공드를 만나기 위해 애쓴다.


이야기 중반에는 한 할멈(퀴네공드의 하녀다)의 도움으로 퀴네공드와 상봉하기도 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랄까? 캉디드와 퀴네공드는 다시 헤어지고, 생각지도 않게 캉디드는 살인까지 하게 된다.


생각컨대 18세기에는 분명 살인이 지금보다 다반사로 일어났으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전쟁과 전염병, 그리고 지진과 같은 끔찍한 일들도 다루는데, 옛날에는 요즘과는 달리 이러한 외부적인 충격에 인간들은 속수무책이었던거 같다.


캉디드는 매질은 물론이고, 흑인 해적들에게 겁탈을 당하였고, 한쪽 궁둥이까지 잘릴 뿐 아니라 나중에는 식인종에게 잡아먹힐 위기에까지 처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계속해서 다른 나라 혹은 다른 지방으로 옮기면서 사랑하는 퀴네공드를 끝까지 찾아나선다.


캉디드는 여행 도중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에 가게 되는데, 거기서 그는 엄청난 금은보화를 가져나온다. 그렇게 엄청난 부를 손에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순진한(?) 캉디드는 사기와 도박, 그리고 심지어 협박에 못이겨 대부분의 금은보화를 탕진한다.


아마 저자는 이미 18세기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사기꾼이 사회 곳곳에 적지 않게 있었음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이야기 중에는 유태인이 순진한 캉디드에게 보석을 반값에 거져 먹다시피하고, 사기치는 장면도 나온다. 이 대목에서 얼마나 유럽인들이 유태인을 싫어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책 후반에 가서는 죽은 줄만 알았던 스승 팡글로스와도 다시 만나고, 자기가 죽인 줄만 알았던 퀴네공드의 오빠도 다시 만난다. 솔직히 죽은 줄만 알았던 사람을 다시 살려내는(?) 이상한 이야기 전개에 개인적으로 조금은 실망하였는데, 해피엔딩을 원했던 저자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이야기의 결말은 조금은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었던 거 같다. 그렇게 사랑하고 힘들고도 적지 않은 댓가를 치르고 퀴네공드를 만났지만, “아름다운 퀴네공드와 결혼하고 아들딸 낳고 즐겁게 살았습니다”가 엔딩이 아니였다.

퀴네공드는 젊었을 적 아름다운 모습을 잃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캉디드 역시 퀴네공드에 대한 사람도 예전처럼 애틋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저자는 캉디드 주변 인물들이 모두 다 모여서 결국 땅을 경작한다는 희한한 결말로 이야기를 끝낸다.




이 책에서 저자 볼테르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캉디드의 스승이자 철학자인 팡글로스를 통해서 말한다.


“인간이 태초에 에덴동산에 있어야 했던 건, 일하기 위함이었어.” 


끔찍하고 혼란스러웠던 18세기 시대상을 저자는 유쾌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 지금은 상상도 못할 전쟁이나 강간, 종교적 박해나 노예나 하인, 그리고 인간이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던 자연재해까지 다룬다. 그래서 이 책이 후대에 고전 인문학 책으로 추앙 받고 시카고 플랜의 144권의 도서 중 하나가 아닐까?


이 책이 좋았던 점은 현대인에게는 다소 어렵고 난해할 수 있는 고전 인문소설을 쉽게 풀어 써서 전혀 지루함이나 어려움 없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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