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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보니 보이는 것들 - 아무것도 모른 채 어른이 된 나에게
코이케 가즈오 지음, 김슬기 옮김 / 다른상상 / 2022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제목과 같이 저자가 어른(노인)이 되고 나서 느끼는 생각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엮은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이다. 그는 만화학교를 설립하여 유명한 만화가들을 배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흔 살에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팔로우어 수가 100만명을 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인간관계에 대해, 2장은 일하는 것에 대해, 3장은 자기 자신과 잘 지내는 방법, 4장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그리고 5장은 나이듦에 관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인상적이었던 소주제는 ‘무리해서 다가가지 않는다’였다. 특히 “타인은 내가 나를 생각하는 만큼 나를 생각해 주지 않는다”라는 문장은 무척 수긍이 갔다.
반평생 살아오면서 느낀 점이지만 사람들은 대부분이 자기 중심적이다. 물론 이타적이고 타인에게 희생적인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한다. 어쩌면 공자의 성선설보다는 맹자의 성악설이 더 설득력 있고 현실에 가까운 것 같다.
또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너무 가까우면 오히려 파괴된다’였다. 저자는 거리가 가깝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의존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좋은 관계는 “서로에게 경의를 가질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관계가 가까우면 의지하고 의존한다. 그런데 경의를 상대에게 갖는지에 따라 좋은 관계를 정의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2장에서 ‘일은 고른다는 것은 인생을 고른다는 것’이라는 소주제가 있다. 여기서 일이라는 것은 직업을 말한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소설가가 되려고 했지만 단념하고 변호사가 되고자 사법시험을 수차례 응시했으나 세 차례 낙방했다고 한다. 심지어 마작가게에서 일했고 마작으로 생계까지 유지해야 하는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결국 만화가로 일을 평생하게 된다. 만일 그가 계속해서 마작으로 돈을 벌었다면 그는 만화를 그리거나 이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도박꾼이 되거나 방탕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3장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잃어버린 시간은 나에게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누구나 살다 보면 고생하거나 시련을 맞이할 때가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고생을 보상받지 못한 채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을 나에게 필요했던 시간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이었다.
‘신이시여, 바꿀 수 있는 일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우리에게 주소서.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냉정함을 수소서.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해 주소서.”
4장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물건을 고르는 것은 생활을 고르는 것’이었다. 실제로 세상에는 별 희귀한 물건들이 참 많다. 그리고 어떤 물건을 사서 사용하는지에 따라 나의 생활이 달라진다. 저자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으로 “자신에게 가까운 것부터 아릅답고 질 좋은 것들로 바꿔 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5장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어떤 노인이 될지는 지금의 나에게 달려있다’였다. 저자는 자신이 나이가 들어 얻은 깨달음으로 “젊었을 때부터 멋진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도 멋진 노인이 된다”라고 말한다.
주변에 보면 가끔 멋지거나 곱게 나이든 노인분들을 볼 수 있는데, 이 분들 또한 과거 젊었을 때도 멋지고 고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거울을 보면 하루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나의 모습에 슬프고 우울해지지만, 나이가 들고 늙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리라.

저자는 ‘어른’이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때도 있고 상처받을 때도 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인생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아름답고 즐겁고 상대가 기뻐하는 쪽’을 택하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인생을 80년 이상 살아온 한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가 자신이 어른이 되어 보니 느끼는 점들을 조목조목 정리한 책이다. 성인이 갓 된 20대뿐만 아니라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한 40대까지 하나하나 공감이 가고 배울 점이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과 나이가 들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