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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시, 리더의 격 - 탁월한 리더를 위한 인문 경영 바이블
고두현.황태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0월
평점 :
한 조직의 리더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리더란 조직이나 단체 등을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리더는 통솔력 외에도 혁신력과 자신 스스로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인 자생력까지 갖춰야 한다. 즉,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이처럼 남들보다 탁월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책은 표지의 상단에 적힌 것처럼 ‘탁월한 리더를 위한 인문 경영 바이블이다. 탁월한 리더가 되기 위한 가이드북이란 의미다. 그리고 표지의 하단에 적힌 것 처럼 이 책의 내용은 ‘시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와 ‘경영에서 깨달은 일의 품격’을 융합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시인 고두현씨와 전문 경영인 황태인씨가 함께 집필한 공동 저서다. 시인과 경영인이 책을 쓴다는 게 다소 낯설다.
시인 고두현씨는 그의 다수의 작품들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이미 시와 경영을 접목한 <시 읽는 CEO>라는 책을 저술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미국 통신사인 AT&T와 쌍용정보통신, 동양시스템즈 등을 거쳐 현재는 토브넷이라는 벤처기업을 창업한 전문 경영인 출신인 황태인씨는 공부하는 경영자 모임인 21CEF를 창립해 20여년째 운영 중이라고 하니 꼭 인문학과 경영학이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격려, 선택과 정진, 교감, 존재의 이유, 지혜, 고난 극복, 재기, 그리고 인재 경영으로 구성되어 있다.
2부는 역경, 창의력, 용기, 최선, 결정력, 속도, 그리고 희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3부는 성찰, 위로, 스승, 뿌리, 치유, 활력, 그리고 운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4부는 가치, 여유, 아름다움, 마음, 비움, 인생 그리고 해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서 인생 키워드로 정한 각각의 주제마다 저자는 한 편의 시를 소개한다. 그리고 그 시에서 영감을 얻거나(?) 맥락을 같이하는 경영, 생활의 지혜나 깨달음을 알려준다.
책 속에서는 현대 영국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다이슨’에서 시작해 중국 초한지에서 나오는 ‘권토중래’,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대표 화가라 할 수 있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 속 내용 중 머리 속에 각인될 정도로 강력했고 나의 심금을 울린 내용을 소개한다. 그 내용은 다름 아닌 의사 출신인 시인 김기준씨가 쓴 감동적인 <비누 두 장>이라는 시다.
김기준씨가 제왕절개 수술 때 있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쓴 시인데, 그 사건을 계기로 그가 오랫동안 접어 두었던 시인의 꿈을 다시 꾸게 해주었다고 한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인재 경영’이라는 주제에서 소개된 <우미인초>라는 시다. 이 시는 송나라 시인 증공이 썼는데, 배경은 초한지에서 항우가 한나라의 대군에 포위되어 ‘사면초가’의 상황을 잘 묘사한 시이기도 하다.
사실 <우미인초>라는 시보다 명문 귀족가문 출신의 항우가 비천한 출신인 유방에게 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 때문이다. 항우는 자신은 뛰어난 장수였지만, 군주로써 능력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자신의 부하를 믿지 못하고 의심해서 결국 배반을 자초했다고 한다. 유방의 편에 서서 중국 통일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한신조차도 처음에는 항우의 편에 있었으나 항우가 내쳐서 유방으로 넘어가 결국 항우를 쓰러뜨리는 일등공신이 되었다고 한다. 실로 아이러니하면서도 인재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 외에도 아직도 마음 깊이 남아있는 내용은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이 ‘나무 닭(목계)’ 그림을 늘 걸어두고 마음을 다스렸다는 일화다. 목계는 <정자> ‘달생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목계에서 알려주는 교훈은 “경지에 이른 사람은 자신의 힘을 뽐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병철 회장이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붓으로 ‘경청’을 써서 준 일화도 유명하다. 나의 생각을 말하고 주장하게 앞서 귀를 열어 남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잘 들으라는 것인데, 항상 말이 많은 사람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말해서는 안될 말을 하여 원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 책은 서두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시인의 영감과 경영자의 촉이 만나” 공감과 감동으로 이어져 이루어진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들은 시와 경영이 닮았다고 말한다. 시(poet)는 ‘만들다’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poesi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리고 경영(management)는 라틴어의 ‘손(manus)’과 이탈리아어 ‘말고삐를 다루는 능력(maneggia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저자는 시가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것’이고, 경영은 ‘가장 희박한 가능성에서 가장 풍성한 결실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얼핏 보면 달라 보이지만, 둘 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능숙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도 소개된 시인 나태주씨의 <선물>의 한 구절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해본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이하 생략)

저자는 경영자란 “시인의 영감을 섬세하게 포착해서 영혼이 담긴 브랜드와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시와 경영은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경영을 하는데 있어서 인문학적 사고를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한다. 이 책은 다양한 시 외에도 고전의 내용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삶의 의미와 리더의 덕목과 경영에 대한 통찰을 알려준다. 인문학에 목마른 경영자라면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