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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판을 위한 36계 병법 - 생각을 꿰뚫어 승자가 되는 방법
임유진 지음 / 미래문화사 / 2021년 9월
평점 :
36계하면 누구나 으레 36계 줄행랑을 떠올린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36계 줄행랑이 36계 병법서에서 정리한 서른 여섯가지의 책략 중 마지막 전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36계 줄행랑을 포함한 36가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계책을 총망라한 책이다.

저자는 만천과해(은밀하게 내일을 도모하라)를 시작으로 주위상(예의치 않으면 피하라)까지 총 36계책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특히 마지막 계책인 36계, 주위상의 원래 의미는 ‘때로는 전략상 후퇴도 필요하다’는 의미이지 앞뒤 재지 않고 그냥 도망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도망에도 피동적인 경우와 능동적인 경우가 있다고 한다.
피동적인 경우가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달아나는 것이고, 능동적인 경우가 자발적으로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도망가는 것이라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 선비들은 죽음에 이르면 물러나지 않고 죽음을 택하는 것을 미덕이자 선비의 자세로 삼았으나, 이에 반해 중국인들은 36계 병법에서도 나오듯이 코너에 몰리는 불리한 상황에 이르면 뒤로 물러서고 후일을 모도할 줄 알았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과연 누가 현명하였는지는 역사가 그 결과를 말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이 초나라 평왕에게 죽임을 당할 때 간신히 오나라로 도망쳤다. 그리고 오왕 합려에게 등용되어 나중에는 초나라 수도를 함락하고 초나라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그 시체를 채찍질하여 아버지와 형의 원한을 갚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또 삼국지에서 위나라를 세운 조조는 동탁으로부터 도망가고, 관우를 만났을때도 도망가고, 적벽대전에서도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에 대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후퇴하여 후일을 도모하여 삼국통일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초한지에서 최후의 승자였던 유방은 모든 전쟁에서 승승장구한게 아니다. 오히려 계속된 패배와 굴욕적인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36계 주위상 계책으로 결국에는 승리를 쟁취하고 천하를 제패하여 중국을 통일하였다.
가깝게는 20세기에 중국에서 공산당을 이끈 마오쩌둥이 국민당 장제스에게 숫적으로나 신식 무기 등 모든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 중국을 떠돌며 도망 작전과 게릴라전으로 장제스에 대적하였고, 결국에는 장제스를 대만으로 몰아내고 중국을 공산화하는데 성공하였다.
이처럼 36계 줄행랑은 나쁜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고도의 계책임을 적지 않은 역사적 사건들이 이를 증명한다.
이 책은 중국의 병법서 중 36가지 계책을 담은 36계 병법을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으로, 특히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내용인 삼국지나 사기, 초한지 등에 있는 내용을 36가지 계책을 설명하면서 사례로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삼국지나 사기, 초한지를 읽어본 독자라면 이 책이 더 쉽고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앞서 예시로든 이 책에 맨 마지막에 소개되는 36번째 책략인 주위상은 36가지 책략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 외에도 미인계, 반간계, 고육계, 반객위주,만천과해 등 35가지의 계책과 각각의 계책과 관련된 다양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다.
부록으로 중국역사의 여명, 중국 왕조의 순서도 역대 중국왕조 계보 등 다양한 자료가 수록되어 있어 36계와 각 계책과 관련된 역사적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이 책에 실린 36계가 병법으로써 활용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생존경쟁이 살얼음판과 같이 살벌한 요즘 시대에는 어쩌면 최고의 처세술을 배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다양한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 책의 36계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면 이를 타개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요즘 같이 치열한 시대에 상대방의 계책을 알아채고 어떻게 상대방을 이길 수 있을지 통찰력을 배우고자 한다면 이 책은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이 책을 읽고나니 “강한 놈이 이기는 것이 아니고, 이기는 놈이 강한 것이다”라는 말이 귓속에서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