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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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3권이나 있는데 늘 대출 중이던 책이다.
이 책의 인기에 대해 의문이 많았는데 읽어보고 알았다. 왜 그렇게 인기인지.

장르가 불분명한 이 저작물은 스릴러 구조의 스토리텔링과 감성적 에세이, 지적 확장을 목적으로 하는 논픽션의 장점을 고루 가져와 버무렸다.
고백적이며 화려한 비유로 점철된 특유의 문체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실존인물의 실화를 다루며 빠지게 될 함정 위에 합판 다리를 놓은 효과를 낸다. 고발이나 정의 구현, 선악의 선명한 구분 대신 저자가 선택한 것은 자기고백적인 회고이다. 모험서사나 순례자서사와 같은 픽션의 구조를 따라 만들어진 정교한 플롯을 따라가면 저자가 오랜 방황 끝에 획득한 삶의 의미에 도달하게 된다.

잘 쓰여진 책이고 공이 많이 들어간 책이다. 무엇보다 범주구분의 해체라는 당대의 이데올로기 현안에 복무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내가 본 중 가장 우아하고 영리하며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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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를 것이다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1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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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의 초기작에서 ‘장르성‘만을 찾으려는 시도는 필패할 것이다. ‘문학성‘이라는 개념의 실체는 불분명하지만, 정보라의 작품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장르 규약‘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고, 그래서 그의 스토리들은 매우 문학적이다.

윤고은, 김영하, 편혜영이 문학성에 이의가 없는 상태로 장르계로 진출했다면, 정보라는 장르계의 문학에도 예술성과 새로운 미감이란 해시태그가 붙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환상문학이라는 장르성 자체는 사실 낯선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주류문학계는 환상문학 경향에 휩쓸렸다.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에 이르는 동안 백민석 김영하의 환상문학이 마르께스 등의 영향과 함께 논의된 연구도 꽤 보았다.

2010년대 이후가 되자 주류문학의 장에서 환상문학이 홀대받던 시기에도 정보라는 꾸준히 이 계열의 문학을 고수하며 발전시켰다. 주류문학이 어디로 떠내려가든 이런 작가들이 남아 버틸 수 있게 해준 웹진 <거울>과 장르 독자들은 한국문학이 다양성 측면에서 앙상해지지 않게 지탱해준 소중한 존재이다.

정보라의 해외진출, 해외 출판시장에서의 성과는 그 사례 자체로만 보면 ‘운‘의 측면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이런 작가가 존재하고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탱해주던 비주류 문단 생산자, 소비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데서 그 사례는 결코 운‘으로만‘ 만든 성과는 아니다. 한국문학에서 문단 제도와 주류 취향이  카르텔을 형성하는 동안 변방도 부단히 새로운 세대를 낳고 기르고 보살피고 훈련시켜 왔다.

신춘에서 이유리와 같은 신예작가를 발굴하는 것만큼이나 정보라와 같은 작가들을 재조명하는 일도 중요하다. (아직도 ‘운‘의 외면으로 재조명되지 않은 작가들이 많다.)

예술의 분류는 예술가가 속한 제도에 의해 규정되는가? 예술가가 행한 예술의 내용적 특성으로 규정되는가?

‘장르‘라고 한쪽으로 몰아붙여지던 하위문화와 문학에 대해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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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곳은 무덤이었다
민이안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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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외양의 비인간 존재들만 등장하는데도 무섭거나 흉측하기보다는 동화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작가의 문체 덕분일까? 제목만 보고 무겁고 음울한 작품일 줄 알았다가 의외의 분위기에 놀라버림. 의외의 서정성이 있음.
(새끼 악어 캐릭터 반전 귀여움. 월E의 바퀴벌레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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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내일 - 듀나의 아득한 내일 다시 쓰기 FoP Classic
리 브래킷 지음, 이수현 옮김 / 알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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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브래킷 글은 처음 읽었는데, 문장이 곱다. 굵직한 스토리라인과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문장 자체가 거칠게 느껴지지 않는 건 번역 덕분일까? 여기 현재로 문제의식을 소환해 볼 수 있게 한 듀나의 글도 좋았다. 특히 표지가 마음에 쏙 든다. 복고적인 분위기의 본문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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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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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작가의 연애소설, 연애 경험 에세이가 이다지도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지성인 남성이 가질 법한 새침한 가오(?) 같은 건 없고, 자학적 자기비하적 태도조차 우울하거나 하지 않아서 매우 좋았다. 그가 철벽치고 도망치게 극찬을 퍼부으며 쫓아다니고 싶다.(에세이를 읽으면 이게 무슨 뜻인지 알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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