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외양의 비인간 존재들만 등장하는데도 무섭거나 흉측하기보다는 동화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작가의 문체 덕분일까? 제목만 보고 무겁고 음울한 작품일 줄 알았다가 의외의 분위기에 놀라버림. 의외의 서정성이 있음. (새끼 악어 캐릭터 반전 귀여움. 월E의 바퀴벌레 같달까)
리 브래킷 글은 처음 읽었는데, 문장이 곱다. 굵직한 스토리라인과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문장 자체가 거칠게 느껴지지 않는 건 번역 덕분일까? 여기 현재로 문제의식을 소환해 볼 수 있게 한 듀나의 글도 좋았다. 특히 표지가 마음에 쏙 든다. 복고적인 분위기의 본문과 잘 어울린다.
남성작가의 연애소설, 연애 경험 에세이가 이다지도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지성인 남성이 가질 법한 새침한 가오(?) 같은 건 없고, 자학적 자기비하적 태도조차 우울하거나 하지 않아서 매우 좋았다. 그가 철벽치고 도망치게 극찬을 퍼부으며 쫓아다니고 싶다.(에세이를 읽으면 이게 무슨 뜻인지 알 것임.)
이 책의 저자 또한 나만큼이나 시대의 흐름을 억지로 습득하고 있는 듯하다. 조금만 방심하면 세계가 나를 두고 멀리 가버린다. 내게 익숙한 세계는 이제 죽어가고 있고 곧 유효기간이 끝날 것이다.말하자면 나는 클래식의 세계로 떠밀려가는 중이다. 너무 과거라 오히려 낯선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을 한 채 흉상으로 박제되어 있는 위인들의 세계 말이다. 곧 내가 속한 카테고리는 그쪽이 될 듯하다.예전에 유서깊은 조리원의 백전노장 신생아 돌보미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아기들이 진화하고 있다고. 30년 전이라면 백일 아기나 했을 법한 행동들을 생후 1~2주에 하기 시작했다고 말이다. 인간은 늙고, 죽는다. 그리고 세포 단위로 모든 것을 리셋해 더 업그레이드된 다음 세대를 남긴다. 다음 세대를 판단하지 말지어다. 기성이 된 세대는 그들을 그저 관찰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은 그들이 우리보다 낫다. 그러라고 우리가 그들을 낳았지 않았나. 우리가 절대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