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와 자본주의 - 여성, 자연, 식민지와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아우또노미아총서 45
마리아 미즈 지음, 최재인 옮김 / 갈무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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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아직 끝까지 덜 읽었다.
근데 초반부터 호두까듯 평소 의문들이 후두려 까이는구나.
아래 밑줄 그은 주석 부분을 읽고 내가 왜 이반 일리치 <젠더>를 읽다 열폭했는지 알아냈다. 그리고 일리치 <젠더>를 마치 여성주의나 성차별주의에 영감을 제공한 저술이라는 식의 호도를 일삼는 여성 연구자들은 얼치기거나 학계의 서열 경쟁에만 관심있는 정치꾼들이라는 것도 알겠다.
땡쓰. 마리아 미즈.

8. 그중 한 명이 이반 일리치이다. 자본주의 아래 이뤄지는 가사노동을 연구한 두덴(Barbara Duden), 복(Gisela Bock), 폰 벨호프와 같은 페미니스트의 개념과 아이디어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일리치는 「그림자-노동」(Shadow-Work)이라는 논문을 썼다. 그러나 그는 가사노동을 그림자 노동이라고 하는 중성적인 개념으로 포괄하면서, 여성에대한 착취가 또다시 은폐되도록 했을 뿐 아니라, 결국은 유물론적인 페미니스트 분석을•관념적으로 해석했다. 이 과정에서 ‘젠더‘라는 영어 개념이 사용되면서 총체적인 분석을문화적 영역으로 쉽게 이전시켰다. 그 다음으로 그가 취한 조치는 그가 보기에 모든 보편적이고, 문화적으로 결정된 젠더 차이를 없애려고 하는 페미니스트들을 곧장 공격하는 것이었다. (I. Illich:Gender, New York, 1983 참조)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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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권김현영 해제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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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정통하신 분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오래 전에 산 것으로 보이는, 낡아빠진 양우산 굿즈에 이 책의 이름이 적혀 있는 걸로 봐서 나는 이 책의 존재를 알기는 했지만, 읽지 않았던 모양이다.

왜 읽지 않았는지 한 줄 평들을 보고 그 이유를 알았다. 다 아는 이야기라고 폄훼하는 내용이 몇 있었다. 나는 이 책이 매우 수준 낮은 서적이라고 생각하고 책의 제목만 심볼처럼 소비하려 했던 모양이다.

뒤늦게 책을 읽은 소감을 말하자면, 이 책을 폄훼하는 한 줄 평들에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간혹 ‘훌륭한 기본서‘들은 오해를 받는다. 너무 기본적인 내용을 써둔 것 아니냐고. 이미 그 이후를 읽었으니 기본은 건너뛰고 시작해도 되지 않느냐고.

그러나 기본서 중에도 훌륭한 것들에 그와 같은 태도로 접근하면 대단히 큰 실수를 하게 된다.

기본서가 기본서인 이유는 그 정도는 기본으로 깔고 시작해야 하기 때문인데, 한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은 ‘훌륭한 기본서‘를 알아보고 자주 그 기본을 꺼내 리마인드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고, 훌륭한 기본서는 중구난방인 한 분야의 (지식과 문화 현상) 분화 사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동서남북을 표시한 간략한 지도를 소지하고 있다가 길을 잃을 때면 매번 들여다봐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나는 두 번 길을 잃은 적이 있다.

한 번은 현장에서 잃었고 다른 한 번은 책 속에서 잃었다.
성폭력 가정폭력 상담원으로 현장에 있다가 뒤죽박죽인 현실과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 현실의 폭력들, 정부 보조금을 둘러싼 현장의 아귀다툼, 협잡 등에 질려서 그만둔 적이 있다. 그때 길을 잃고 이 운동(페미니즘)은 완전히 이상적인 것이며 실현 가능성이 없을 것 같다고 절망했다.
또 한 번은 어느 술자리에서 ˝페미니즘이 무슨 이론이냐? 사회운동이지. 이런 걸 왜 대학에서 논하냐?˝는 식의 이야기를 듣고 열이 받아서 다시 페미니즘을 파고 들었던 때였다. 때마침 대학원 재학 중이라 대학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헷갈렸다. 자기들 입맞(입장)에 맞추어 아무말이나 하는 느낌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로 잔뜩 발라서 엄청난 분량을 써댄 문서였다. 대학 도서관에서 먼지 냄새 나는 책들을 연이어 빌려보다가 질려 버렸다. ‘정말 이건 이론이 될 수 없는 사회운동인 건가? 이론인 척하려고 이런 문서들을 만들어내는 건가?‘ 하는 의심이 내 속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때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부터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길을 잃지 않았을 텐데.

한국 페미니즘계에서도 이런 솔직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먼 길을 돌아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와 자리를 정돈한 느낌이다.



페미니즘이란 간단히 말해서 성차별주의와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다. 10년도더 전에 쓴 『페미니즘 주변에서 중심으로」에서 페미니즘을 이렇게 정의했었다. 그때만 해도 누구나 이렇게 페미니즘을 정의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나는 이 정의가 퍽마음에 들었는데, 남성을 적으로 돌리지 않는 듯했기 때문이다. 성차별주의를 문제로 지목하면 상황의 본질을 곧장 파고들게 된다. 실제로 페미니즘을 이렇게 정의하면성차별주의를 공고히 하는 주체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아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성차별주의적 사고와 행동이 문제라는 걸 일깨워줄 수 있다.  - P25

페미니스트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여자로 태어났다고 해서 덮어놓고 페미니즘 정치를 옹호하는 건 아니다. 정치적 입장이 으레 그렇듯이 페미니즘 신봉자도 선택과 행동으로 페미니즘 정치를 택한다. 성차별주의와 남성중심주의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위해 처음으로 모임을 조직했을 당시 여성들은, 여성도 남성처럼 성차별주의적인 사고와 가치를 믿도록 사회화되었다는 것, 그리고 남녀 간에 차이가 있다면 여성보다 남성이 성차별주의 때문에 더 많은 혜택을 보고 그렇기에가부장제로 인한 특권을 쉽사리 포기하려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똑똑히 인식하고 있었다. 여성들은 가부장제에 앞서 우리 자신부터 바꿔야 했다. 우리 자신부터 의식화해야 했다. - P37

한쪽에서는 캐럴 길리같은 페미니즘 사상가들이 질리지도 않고 여성이 더 다정하고 더 윤리적이라고 말했지만, 여성들이 자신보다 더힘없는 다른 여성들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도무지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여성들이 자신이 속한 정체성이라 생각하는 같은 민족이나 인종 집단에 보이는 보살핌의 윤리는, 그들이 공감할 수 없고 동질성이나 연대감을 느끼지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치지 않았다. 특권층 여성들은(예외도 있었지만 대부분 백인이었다) 노동자 계급과 빈곤층 여성들의 종속이 지속되도록 하는 일련의 움직임에 재빠르게 동참했다.
- P251

정작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였거나 입에서 입으로 전달할 수 있는 선구적인 페미니즘 이론조차 정립하지 못했다. 요즘학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페미니즘 이론은 대부분 자기들만 아는 은어 같은 어려운 학술용어로 쓰여서 수준 높은교육을 받은 사람이나 읽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페미니즘에 대해 기초적인 것도 알지 못한 - P252

다. 사람들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만한 페미니즘 입문서도, 다채롭고 풍부한 자료로 구성된 페미니즘 책도 구할수 없다. 그런게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운동을 재건하고 싶다면 이런 책부터 만들어야 한다. - P253

페미니즘을 갱신한다는 것벨 훅스를 읽는 건 언제나 도움이 되었다. 뜨겁게 논쟁하던 이십대에도, 생각이 많아진 사십대에도 그렇다. 10년전, 당시 매우 신뢰하던 한 레즈비언 인권운동가가 얼마전 이 책을 읽었다며 내게 물었다. "왜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한국의 페미니즘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 거죠?" 나는이 질문을 듣고 두 번 울었다. 한 번은 너무 억울해서, 한번은 너무 맞는 말이라서. 운동을 할 때 어쩔 수 없이 몇가지 제약을 수용해야만 할 때가 있지 않느냐는 억울한마음이 잠시 들기도 했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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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의 피크닉 스트루가츠키 형제 걸작선
스트루가츠키 형제 지음, 이보석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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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요 인물 중 하나가 보니것을 언급한다.
‘진정한 sf‘(배명훈식 표현이다)를 찾는 사람들은 안 그런 모양이지만,
나는 이런 sf가 좋다. 커트 보니것의 이야기처럼 중첩해서 보이는 인생의 이야기들이 있다.
보니것을 언급해주니 더 좋네.

"좋아요, 말해 드리지. 다만 리처드, 당신의 질문이 외계인학이라는 유사과학에 속한다는 사실을 우선 말해 둬야겠습니다. 외계인학이란 공상과학과 형식적 논리를 부자연스레 섞어 놓은 거라 할 수 있지요. 외계의 이성에 인간의심리를 갖다 붙이는 잘못된 접근 방식이 그 연구법의 근본에 있으니."
"그게 왜 잘못된 거죠?"
"언젠가 생물학자들이 인간 심리를 동물에게 대입하려했을 때 이미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지구의 동물이었는데도."
"잠시만요. 그건 전혀 다른 이야기잖아요. 우리는 이성을지닌 생명체의 심리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다만 우리가 이성이란 게 도대체 뭔지 알았더라면 아주 좋았겠지요." - P227

"나는 모르겠소." 밸런타인이 즐거워하며 대답했다. "내가 그것에 관해 읽었던 글은 모두 자가당착에 빠졌습니다.
그들이 우리와 접촉할 수 있다면 그건 그들이 이성적이란의미다. 혹은 뒤집어서, 그들이 이성적이라면 우리와 접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심리를 지닐 영광을누리는 외계 생명체면 이성적이라는 겁니다. 뭐 그런 거지.
리처드, 보니것 읽어 봤습니까?"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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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모모 2024-08-22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트 보니것 소설이 언급되네요.

자도 2024-08-23 10:31   좋아요 0 | URL
취향이 비슷한 소설끼리는 자기들끼리도 끌리고... 뭐 그런 거죠. ㅎㅎㅎ
 
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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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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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론을 무시하는 세상사는 얼마나 많은가?
생각보다 뻔뻔한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 문구가 작가들에게 경고로 쓰였으면 좋겠네. 물론 반성을 모르는, 자아도취증 작가들은 다른 작가의 에세이를 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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