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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재생 - 공간을 넘어 삶을 바꾸는 도시 재생 이야기
정석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p94
두 번째 유형은 지방 도시 재생 사업이다.
‘안전과 안심’을 위한 도시재생,
‘환경’을 배려하는 도시재생,
‘역사·문화’ 활용 도시재생,
‘관광자원’ 활용 도시재생,
‘공공교통’ 활용 도시재생,
‘저출산·고령화’ 대응 도시재생,
‘생활편의시설’ 향상 도시재생 등
지방마다 그 도시의 특수한 상황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의 재생 사업들이 이루어졌다.
p105
도쿄의 벤처회사는 왜 시골에 갔을까?,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
1995년에는 인구가 2만 명이 넘었지만, 점차 감소해 현재 6천여 명이 사는 전형적인 과소 마을이다. 이런 곳에 창조산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을 불러 모으겠다는 당찬 꿈을 꾸고 실천에 옮긴 이들이 있다. 민간단체 NPO 법인 그린베레다. 이들은 대도시에서 창조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젊은이를 대상으로 가미야마정이 새로운 환경에서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소개했고, 그 결과 2015년 가미야마에 IT 벤처를 비롯한 12개 회사가 위성사무실을 설치하거나 아예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p116~p120
공짜와 할인으로 만드는 행복도시, 도야마현 도야마시 – 골목길 자본론, 모종린 p96
⦁ 손주와 외출 지원사업; 고령자의 외출을 촉진해 건강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미래 의료비 지출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고, 아빠 엄마보다 손이 크고 너그러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뭐든 사달라는 대로 사줘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공헌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조부모 세대와 교류할 기회를 더 갖게 하니 가히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할 수 있다.
⦁ 외출정기권 제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내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은 자동차를 가지고 온 사람들에 비해 식사할 때 술을 곁들일 확률이 높아 그만큼 중심지 식당의 매출이 더 늘었다고도 한다.
⦁ 모리 마사시 시장, 공짜와 할인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지혜를 정책에 적용한 결과 도야마시는 대중교통 중심의 걷는 도시로 바뀌었고, 더불어 시민들의 건강도 증진되었다.
⦁ 외국인 여행객에게 200엔 하는 경전철 티켓을 한 장식 무료로 제공했더니 도야마에서 1박을 추가하는 관광객 숫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 도야마시 재생 정책의 핵심은 콤팩트시티 만들기다. 고령화 시대에 사람들이 대중교통과 보행만으로도 편안히 살 수 있는 중심 시가지에 모여 살도록 유도하고 초대하는 것이다. 중심 시가지에 주택을 지으면 사업자에게도, 또 이주해 오는 사람에게도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
p122~p129
괴짜 공무원의 별난 시도, 이시카와현 하쿠이시, ‘나폴레옹의 마을’ 2015년 일본 TBS
다카노 조센, TV 프로그램 구성작가. 2004년 시장은 ‘우리 도시 하쿠이가 가진 모든 걸 살리자’ 다카노 조센에게 부여된 업무는 이시카와현 하쿠이시의 오지 마을 ‘미코하라’ 살리기였다. 인구 21,700명,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미코하라 마을의 과소 문제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골치 아픈 프로젝트였다.
⦁ 다카노 조센이 처음 시도한 건 ‘빈집은행’이었다. 2004년 11월부터 ‘유휴지 빈집 정보은행’ 사업을 시작했다.
⦁ 2005년 5월 다카노 조센은 새로운 프로그램 ‘다랑논 주인제도’를 시작했다. 미코하라 특유의 계단식 논에서 생산하는 양질의 쌀을 좋은 가격에 공급하는 제도다.
⦁ 2005년 5월 다카노 조센은 또 하나의 신상품 ‘요보시 부모 농가 제도’를 창안했다. 도시 청년이 농가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길 수 있도록 시골 농가 어르신과 수양의 인연을 맺게 해주는 사업이다.
⦁ 이 많은 사업을 완수하면서도 다카노 조센의 마음 깊은 곳에는 꼭 해내고 싶은 숙제가 있었다. 미코하라의 쌀 ‘고시히카리’를 브랜드화하는 것이었다.
⦁ 쌀을 파는데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미코하라 쌀로 술을 만들어 2005년 12월 최고급 수 ‘마레비토’를 출시했다.
p155
자생하지 않으면 재생이 아니다,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도시재생 사업은 실패 확률이 매우 크다. 왜 그럴까? 외부의 권유와 도움을 받아 시작해 한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원해서 시작해 내 힘으로 지속하는 게 아니라 보조금에 의존한 시한부 프로젝트여서 더욱 그렇다. 일본이 이미 경험했던 일이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마을만들기 지원사업,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시행하면서 주어진 예산으로 주민 공동이용시설을 신축해도 사업 종료 후 운영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사업 기간에는 예산으로 인력을 채용해 운영하지만, 사업이 끝나고 예산도 끊기면 주민 스스로 운영할 의지도 힘도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실패와 한국의 실패는 서로 닮은 모습이다. 원인과 처방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외적 지원에 의존한 한시적 사업의 한계 때문이니, 결국 해법은 자생력을 키우는 것뿐이다. 도시재생, 지방 재생은 ‘자생’이 핵심이다. 자생이 곧 재생이다.
p157
기타큐슈시 도시재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게 리노베이션 스쿨이다. 리노베이션 스쿨은 유휴 부동산을 활용한 재생 사업이 싹트고 열매를 맺게 하는 토양 역할을 한다. 보통 3박 4일 운영되는 리노베이션 스쿨을 통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유닛마스터’로 참여해 참가자들에게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고 돕는다.
p159
우리나라에서도 리노베이션 스쿨이 열린 적이 있다. 2018년 7월 8일부터 나흘간 제주 원도심 지역에서 ‘리노베이션 스쿨 in Jeju’가 열려 4개 사업이 제안되었고 2개 사업이 구체화 단계에 있다. 옥림맨션이 그중 하나다.
리노베이션 스쿨은 빈집, 공실사무소, 창고, 빈 가게 등의 유휴 부동산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하는 못자리 역할을 한다. 소유주도, 사업자도, 투자자도 다 함께 이익을 얻는 새로운 상생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말 그대로 학교다. 남의 도움을 받아 연명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 자생하는 재생의 혁신모델이다.
p173
원도심의 매력을 인큐베이팅하다, 천안 청년들
이태원 경리단길에는 ‘장진우’라는 주역이 있지만 그 방식처럼 한 사람의 특출한 능력에 기대서는 안 된다는 게 최광운 대표의 생각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먼저 시작해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면 다른 이들이 뒤를 이어야 한다. 앞서간 사람은 뒤에 오는 사람을 돕고 이끌어줘야 한다. 그래서 최광운 대표의 꿈은 천안에서 자신의 존재가 더는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천안은 12개 대학에 대학생이 10만 명이 있어요. 대학교와 게스트하우스가 무슨 관계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수시면접이 이뤄지는 9월부터 11월까지 고등학생들이 밀려오는데 모텔에 갈 수는 없거든요. 그렇다면 게스트하우스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가 창업의 관점에서 풀어놓은 천안의 강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여기에 그쳤다면 최광운 대표의 꿈은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에서 끝났을 것이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더 멀리에 있었다. 쇠락한 원도심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지역이 발전하지 않으면 나도 발전할 수 없어요. 도시재생은 관광지 만들기가 아니라 주민이 행복한 지역 만들기입니다.”
그는 도시재생에서 젠트리피케이션도 문제지만 듀플리케이션, 즉 복제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저마다 지역에 맞는 재생이어야 하는데, 성공 사례를 따라 하기에 바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