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주거 그리고 빠리 씨떼 - 1830~1930; 사회 공영주택
용갑식 지음 / 공간예술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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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00원이라는 가격은 다소 과하다고 느껴졌다.

 

 

책에서 다루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서양과 아시아의 고대·중세·근현대 주거문화를 중후반까지 나열식으로 소개하고, 프랑스 공동주택은 후반부에서 일부 다룰 뿐이다. 저자는 자신의 강의록과 학위논문을 바탕으로 구성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책 전반에서 프랑스 공동주택에 대한 독자적인 분석이나 현장 경험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광범위한 시대와 지역을 짧게 훑고 일부 번역 자료를 덧붙인 구성은 전문 연구서라기보다 강의자료를 재편집한 입문서에 가깝다. 전문서의 외형과 가격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더욱 크게 남는다.

 

 

책을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했을 때는 무척 반가웠다. 프랑스에서 15년 동안 건축을 공부하고 실무를 경험하며 프랑스 공동주택을 주제로 세 편의 논문을 썼던 나로서는, 같은 대상을 연구한 다른 사람의 시각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궁금했다. 그 기대 때문에 거금이라 여기면서도 책을 구입했다. 그러나 책을 구매하기 전에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미리보기 자료를 찾기 어려웠고, 가까운 도서관에서라도 먼저 훑어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중고로 다시 판매할까도 생각했지만, 다른 구매자에게 같은 실망을 넘기는 것 같아 그마저 포기했다.

 

 

저자의 이력 자체보다 아쉬웠던 것은 기존 연구와 이번 책의 중심 주제를 연결하는 충분한 설명, 그리고 저자만의 독자적인 분석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건축과 도시계획, 경사지 지하주거 등 기존 연구 경험이 프랑스 공동주택과 어떤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는지를 책 안에서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것이다.

 

 

결국 이 글은 비싼 전문서를 샀지만, 기대했던 연구의 깊이보다 강의자료의 확장판에 가까운 책을 받아든 한 독자의 허탈함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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