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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미술관 - 뇌를 알면 명화가 다시 보인다
임현균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3년 3월
평점 :
평소 나는 과학과 예술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드러나는 형태와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같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과학과 예술에 대한 오해 또한 비슷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과학과 예술은 서로 가까이하기엔 너무나도 먼 당신 같은 느낌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과학 하는 미술가가 쓴 책이 있다. 바로 내 머릿속 미술관이다. 과학을 하기에도, 미술을 하기에도 쉽지 않은데 이 둘을 다 하시면서 책까지 쓰시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에릭 캔델이 쓴 통찰의 시대라는 책이 있다. 뇌과학이 밝혀내는 예술과 무의식의 비밀이라는 부제답게 예술과 함께 인간의, 정확하게는 뇌와 무의식에 대해 너무나도 멋지게 설명한 책이다. 그런데 이런 책이, 한국에도 나왔다. (물론 두께는 에릭 캔델의 책이 훨씬 더 두껍다. 즉, 내 머릿속 미술관이 더 읽기 수월하다!)
이 책은 뇌를 알면 명화가 다시 보인다는 책의 부제처럼 우리의 뇌에 대한 설명과 명화를 연결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정보처리의 효율성, 공감, 왜곡, 상상, 그리고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과학과 명화 이야기를 함께 적어두어서 읽기에 어렵거나 전문적이지 않을까 걱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너무나도 따뜻하고 재미있게 이야기가 전개되며, 명화 이야기를 하다가 뇌 이야기를 하다가, 또다시 명화 이야기. 이 넘나듬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서 그 경계를 명확히 인지하기도 쉽지 않기도 하지만, 읽다 보면 뇌과학과 명화가 아니라 그냥 우리 삶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아서 너무나도 편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책장이 넘어갈수록 사람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명화에 대한 이해가 더해지면서 마음이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개인적으로는 2장의 공감에 대한 내용이다. 공감 능력에 대해서, 그리고 공감을 잘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린 자녀를 양육하면서 공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때가 많이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엄마와의 동일시와 분리를 경험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세상으로 시야를 넓혀나간다. 공감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표현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나는 아이에게 공감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문하게 될 때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에 대해서 다시,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딱딱한 뇌 이야기일 것 같지만 뇌와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와 더불어 중간중간 더해지는 명화들을 보면서 책장을 넘기는 중간 여유를 가지고 책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안현배 선생님께서 이 책을 권하는 글을 쓰셨다. 그 글에서 어느덧 목적을 잃고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 느낌 자체로 즐겁다고 표현하셨다. 정말 책을 읽는 내내 정확하게 이런 느낌이었다. 이 느낌을 나는 넘나듬이 자연스럽다고 표현한 것일 뿐. 얼핏 생각하면 따뜻하고 즐겁기 어려울 것 같은 뇌과학과 명화 이야기를 따뜻하고 즐겁게 표현하고 있는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이 책의 저자 임현균 님은 무시기(무작정 시작한 그림 이야기)를 매일 연재하고 계신다. 스스로 지은 호인데 그 뜻이 ‘무엇을 시작하든 적당한 때는 없다’라는 뜻이다. 이 뜻을 생각하며 나도, 시작하고 싶은 그것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덕분에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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