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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평점 :
책을 하나 골라잡았다.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왜 사느냐니... 그냥 사는 거지.'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제목의 책인데,
'이해인 수녀, 정호승 시인 강력 추천!'이라고 쓰인
띠지의 몇 글자가 나를 붙잡았다.
분주하게 보내는 시기에 읽게 된 책이어서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잠시 멈출 수 있었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다.
'참선'이라는 명상을 많이 하는 분들이라서인지 승려분들의 책을 읽을 때면 그 느낌은 각기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얻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건 바로 '멈추고 생각하게 한다.'라는 점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생활인에 가까운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글 속에 드러내고 있어서 이 사람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도 재밌었다.
"사람에게는 좌절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글인데 나는 이 부분의 첫 부분이 재밌었다. 중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해야 하는 노스님의 부담감이 어땠을까? 전공과목 특성상 나도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모든 아이들은 가까이 다가가서 지내보면 참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처음 대면할 때는 서로 어색하고 긴장이 되기 마련인데, 서로 친분이 없는 상태에서 강의를 할 때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모교의 요청으로 특강을 나가본 적이 있는데, 하루 휴가를 내고 내려가는 기차에서 그리고 강의 전날 저녁 강의 준비를 하느라 내내 고민을 거듭하고도 막상 수많은 학생들 앞에 서니 이 친구들에게 좋은 걸 주고 싶은 욕심과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긴장이 많이 됐었다.
그런데 이 분의 이 글을 먼저 읽었더라면 나는 그런 긴장감을 덜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전하고 싶은 것들 중에 '저건 좀 괜찮네'싶은 것 하나만 가져가라는 그 가벼운 마음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도 듣는 사람에게도 편안함을 주는 말이다. 이 분의 글에서는 내내 이런 친근하고 편안함이 느껴진다.
이 글에서 내 눈길이 멈춘 건 현재의 내가 내내 마음속으로 바라기만 하던 꿈을 이루기 위한 '진짜'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많은 사람들은 '꿈'은 품고만 있고 '진짜로' 다가서려는 생각은 잘하지 않는다. 때때로 무모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예전에는 그냥 팔짱을 낀 채로 '대단한 사람이네. 나는 저렇게는 할 수 없어.'라는 마음이 있었다면 무언가에 도전해 보고 있는 지금은 '안돼도 별 수 없지만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이 더 크다.
팔짱 낀 채 관망하던 시간 속의 나는 물론 물리적으로 다른 짬을 낼 수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나와 차이가 큰가.... 하고 생각해 보면 또 그렇지 않다. 이 책 속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해준다.
머릿속에서 맴맴 돌던 이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글로 정리할 수 있어서 저자에게 고마웠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복잡한 일상에서 조금은 멈춰서 생각을 정돈하고 싶다면
고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 순간이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는 벌써 이 책을 선물할 사람이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