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다 사진관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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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제주도 사람과 제주에 온 사람들의 장면 장면들을 이어 쓴 소설.

외국어처럼 들리는 제주의 말이 등장하는 이 이야기 속 대왕물꾸럭마을은 얼마 전 방영을 했던 '우리들의 블루스'를 봐서인지 이 마을이 어쩐지 '푸릉마을(우리들의 블루스의 배경으로 나온 가상의 마을 이름)' 근처 어디쯤인 듯 느껴졌다. 금요일 저녁 가볍게 읽다가 자야지 싶어 손에 쥔 책은 새벽이 되도록 손에서 떠나질 못했다.

이야기가 재밌어서 무거운 눈꺼풀을 치켜뜨고 책을 봤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오후까지 내리읽고 난 후, 마음속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리뷰를 쓰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이상하게 한 줄도 쓸 수가 없었다.

잠들기 전.

'왜 나는 바로 리뷰를 쓰지 못했을까?' 생각했다.

잠시 끄적거린 글자들을 바라봤다.

이 책은 '할 말이 없어서.' 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쓸 수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잠시 거리를 두었던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 책에 관한 질문들이 떠올랐다.


Q. 주요 인물 중 어떤 등장인물에게 가장 마음이 가는가?

하쿠다 사진관에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몇 명의 주요인물이 등장한다.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연제비

제비가 제주에 잠시 발을 붙이고 살수 있는 계기가 된 <하쿠다 사진관>의 사장님, 석영.

석영이 괸당이 되고 싶어 마음을 두고 있는 여인, 양희와 그녀의 아들 효재.

제비가 머물게 되는 민박집의 주인 할머니, 목포 할망

이 소설은 소설 속에 그려지는 예쁜 풍경과는 다르게 인물들의 마음 안에 아픔이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다.

누구 하나 티 없이 맑고 밝은 인물은 없다.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이 그렇다.

주름 하나 없는 사람은. 없다.

이야기 속 인물들 모두에게 한 움큼씩 마음이 갔지만 이상하게 나는 '석영'이라는 인물에게 가장 마음이 갔다.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제주에서의 삶이 그의 인생의 어두움을 드리웠으나 그는 떠나지 않았고, 그곳에서의 삶을 버텨냈다.

외지인이라 받는 서러운 일상에도 불구하고 절벽 위의 사진관을 차리고 제주의 삶을 꿋꿋이 지킨다.

'여인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거나 사업을 이끌어가는 요령은 없을지언정 삶에 대한 진심이 가득한 사람이 아닐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Q. 하쿠다 사진관은 어떤 곳일까?

우리의 인생은 빛나는 순간만 존재하진 않는다.

우리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사실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들을 남기고 싶어서다.

그런데 석영에게 스냅사진을 의뢰하면 즐겁고 아름다운 순간뿐 아니라 어쩌면 보고 싶지 않고,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순간들까지 찍히고 만다. 그는 피사체의 진심이 드러나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긴다.

이야기 속에 뜬금없이 종군 사진작가 '스테판 거츠'씨가 등장하는 건 '석영'이 사진을 찍는 마음가짐을 강조해서 드러내주기 위함이었을 것 같다. 전쟁 중인 나라에서 참상을 알리는 사진을 찍는다는 건, 목숨을 걸 만큼 진심이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비장한 마음을 한편에 담아두고 석영은 사진을 찍는다.

그 마음이 진짜가 아닐 수 있을까?

그가 뷰 파인더에 담는 진짜 마음들이 모여 진짜 위로를 받는 곳.

하쿠다 사진관은 그런 곳이다.

Q. 하쿠다 사진관에 온 손님들이 에피소드들 중 가장 위로받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나는 일을 할 때 운 좋게도(?) 제주에 갈 일이 많았다. 제주 유명 관광지부터 제주 사람들의 삶의 향기가 느껴지는 곳까지 꽤 많은 곳들을 누려봤다. 그리고 제주의 사람들과 더 깊은 인연을 이어갈수록 여행을 갔을 때 보이는 제주와 직접 사는 제주는 다르다는 사실을 차차 깨달았다.

신비로운 환상의 섬 제주는 내가 사는 경기도의 한 도시와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 그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동화도, 영화도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곳이 특별했던 이유는 그곳에 특별한 여행을 떠났던 그 시간이 일상을 벗어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게 되면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다. 그 여행이 어딘가 조금 더 특별하다면 그냥 핸드폰으로 찍는 사진과는 다른 사진을 찍고 싶을 것이다.

이 소설이 <하쿠다 사진관>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쓰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으러 오는 손님들의 이야기가 각각의 에피소드가 된다.

'와일드 라이더스', '힙한 스냅 웨딩', '파도 속의 물고기들', '벼랑 위의 남자', '도도한 지질학자', '보이지 않는 사진'이 손님들이 의뢰한 내용에 따라 사진을 촬영하는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이 마음을 흔든다.

사람들을 위로하기로 작정하기라도 한 것처럼.

나의 마음은 단단하게 땅 위에 다리를 붙이고 있다가. '보이지 않는 사진'에서 휘청. 흔들렸다.

그건 아마도 내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라서 더욱 와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혜용이에게 제주가 신비롭고 아름다운 섬으로 오랫동안 남았으면 좋겠다.

* 이 글은 다산북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글은 개인블로그에도 작성되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rimeiring/22282769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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