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새도 날개를 펴지 않고는 날 수 없듯이 사람도 자기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는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으며 행복해질 수 없다고 한다. 내가 나를 묶어 놓고 있으면 영영 행복해질 수 없고, 날개가 있어도 창공으로 훨훨 오를 수 없다.
자판 두드리는 소리 <마흔 네 개의 돌> 중에서 p. 155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사는 아이들의 모습이... 비단 그 아이들의 모습 그 자체로만 멈추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속이 상했다. 그래서 이 독립영화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쓰레기-환경오염'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무시무시한 경고를 들어왔으니....
몇 십 년은 족히 넘은 이슈인데도 아직 뾰족한 해답은 누구도 내놓지 않았다.
누구 하나가 내놓을 답도 아닐 것이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거나 플라스틱용기가 아닌 다른 방법의 소비를 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내가 하는 작은 노력들이 어마어마한 쓰레기 생산의 속도에 과연 비할바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급적 쓰고 있는 물건들을 오래쓰고자 노력하고, 이미 생산된 쓰레기를 소비해야만 하는 우리로서는 사라지지 않는 쓰레기로 포장을 만들어내는 기업에게 조금 다른 방법을 찾아달라고 한 번 더 호소할 수 있는 용기와 애씀은 우리가 갖춰볼 수 있지 않을까?
작가가 곱게 하나하나 고르고 고른 글 들 중에 이런 글이 있어서 고마웠다.
굳이 좋은 이야기만 하지도, 어려운 이야기만 늘어놓지도 않았지만 지금 우리가 발 붙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그런 글들이었다.
하나씩 고르고 골랐을 글들이었겠구나 싶었다.
자신과 자신의 삶을 드러낼 조약돌들을 하나씩 찬찬히 내려놓았을 것이다.
연날리기, 위대한 손길, 둘레길을 걸으며, 나의 보약(커피 ㅋㅋ), 혼자라는 것, 슬프고도 아픈 과거, 새벽을 깨우는 아침 풍경, 담배, 아멜리아 카렌, 사랑하는 만큼, 테러, 풍금이 있던 자리, 결혼 청첩장, 제주에 가던 날, 나의 인사, 젓가락 데이, 입대하던 날, 연습, T여인, 폐지줍는 할머니, 내 인생의 블랙박스, 토끼와 물고기, 냄새 그리고 향기, 요리하는 남자, 탈북 청소년, 1,000 감사 노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자판 두드리는 소리, 선거, 가련한 말티즈, 신체발부 수지부모, 코로나19를 겪으며, 누가 뽀롱이를 죽였나, 두 이야기, 케이팝, 삶의 날씨, 어느 고양이의 죽음, 헬조선, 마지막 여행, 아빠 용돈, 방천에서, 플라스틱 차이나, 염원, 어느 가을날의 일기
목차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니 어떤 남자가 떠오른다. 훈훈하고 마음 따뜻한 남자가.
삶의 철학을 닮는 게 수필이라던 인트로의 그 한문장처럼 아마도 작가는 이 글들에 자신의 파편들을 담아뒀을 거니까. 어느 친한 먼 친척 아저씨 같은 반가움이 생겨서.. 알고 지내는 사람이 하나 더 생긴 거 같아 좋다.
덤덤하니 따뜻한 글을 이 겨울의 초입에 선물 받았다.
※ 이 글은 바른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