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나만의 특별한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우리 부부만의 의미가 있으면 좋겠고, 흔한 결혼식의 모습과는 달라으면 좋겠고, 그러면서도 축하는 진심으로 받았으면 좋겠고... 그런데 결혼식이라는 이벤트를 준비하다보니 지금의 결혼식 형식이 잡히게 된 데에는 한국사회 특유의 문화와 살아가는 모습이 반영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엔 특별한 사람만 초대하고 싶지만 딱 잘라 너까지는 친한 사람. 너부터는 좀 덜 친한 사람이라고 하는 법을 우리는 못 배웠다.
그래서 중고교 동창부터 직장동료까지 부르다 보면 신랑신부의 지인만해도 100명을 훌쩍 넘긴다.
결혼은 너와 나의 만남이라기 보다는 여자의 집안과 남자의 집안이 유대를 이룬다고 생각하는 가족주의 덕분에... 숙부, 숙모, 이모, 고모, 사촌에 조카까지 참석을 권하게 되니 양가의 8촌이내 가족만 모여도 그 쪽도 몇 십명은 가볍게 넘긴다.
아마도 예전의 마을잔치의 모습이었을 결혼식은 요즘엔 이래저래 200명에 가까운 사람을 모아놓고 할 수 있는 파티가 됐다. 밤에는 술 먹고 참 잘 노는 한국 사람들이 벌건 대낮에 한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는 못 논다. 그러니 그저 묵묵히 밥을 먹고 교장 선생님의 훈화말씀같은 주례사를 듣고 앉아 있는게 편한 거다.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아이로 자란 우리 부부는 그 '보통','평범'의 테두리를 벗어나질 못했다.
그래도 그 날을 기억하면 행복하다.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의 얼굴이, 남편의 이름을 세번이나 잘못 부른 주례선생님의 당황스러운 눈빛이, 축가를 불러주던 친구들의 목소리가, 눈물을 글썽이던 엄마가, 긴장한 채 나와 버진로드를 입장하던 아빠의 손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요즘엔 다양한 방식의 결혼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가 건강해지는 길이라고 믿는다.
현실적인 결혼을 한 우리 부부는 살면서 부딪히고 또 부딪히면서 결혼생활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 속의 두 사람이 매일같이 걸으며 부딪히면서 함께인 삶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