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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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작가의 책이 아닌 이상 외국 작가의 책들은 번역본을 읽을 수밖에 없는데,

번역서를 읽다 보면 유난히 잘 읽히지 않는 책이 있는가 하면, 술술 읽히는 책도 있다.

그러다 보니 번역서를 읽을 때 특정 번역자를 선호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게 된다.

 

요즘은 실력 좋은 번역가도 많아 크게 고민하지 않고 번역서도 골라 읽지만

그럼에도 망설이게 하는 것은 중역본이다.

 

어릴 때 읽었던 '어린 왕자'도 중역본이었는데, 당시에는 중역본이란 것도 몰랐고

그냥 동화책 읽듯이 읽었던 책이라 별생각이 없기도 했다.

 

몇 년 전에는 영어 공부를 한다고 영어로 된 '어린 왕자'를 읽어보려고 하기도 했었다.

 

어쨌든, 한글 번역본이든, 영어 번역본이든 둘 다 번역된 책이라

원래의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동화처럼 읽었던 '어린 왕자'를 이번에 제대로 읽어보니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차례

 

 

동화처럼 쓰인 '어린 왕자'가 사실 한때 아이였던 어른에게 헌정된 책이었다니!

 

'나는 이 책을 한 어른에게 헌정한 것에 대해 아이들의 용서를 구합니다. ~ 나는 이 어른의 옛날이었던 아이에게 이 책을 헌정하겠습니다. 모든 어른들은 처음에는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

 

우리말로 번역된 '어린 왕자'는 영역본을 다시 번역한 책들인데,

원본이 아닌 영역본이었고,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다 보니 번역시 오역이 생긴 듯도 하다.

 

책은 장별로 프랑스어 원문과 함께 저자의 우리말 번역본이 먼저 제공되고,

후에 Note를 두어 각 부분의 영어 번역, 한글 번역을 프랑스어 원문과 비교하며 분석하고 있다.

설명이 잘 되어 있어 프랑스어 왕초보인 내가 읽기에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프랑스어를 전혀 모른다고 해도 문제없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메아리에 대한 부분을 한 예로 들어보면,

 

프랑스어 원문은 이렇게 쓰여 있다.

- Qui êtes-vous? dit le petit prince.

- Qui êtes-vous... qui êtes-vous... qui êtes-vous... répondit l'écho.

- Soyez mes amis, je suis seul, dit-il.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번역했다.

- "당신들은 누구세요?" 어린 왕자가 말했다.

- "당신은 누구세요... 당신은 누구세요... 당신은 누구세요...." 메아리가 대답했다.

- "내 친구가 되어 줘요, 나는 혼자예요," 그가 말했다.

 

 

캐서린 우즈의 영역본은 이 부분을 이렇게 번역했다.

- "Who are you?" said the little prince.

- "Who are youㅡ Who are youㅡ Who are you?" answered the echo.

- "Be my friends. I am all alone," he said.

 

 

다른 우리말 번역본에서는 이 부분을 이렇게 번역했다.

- "너희들은 누구냐?" 어린 왕자가 말했다.

- "너희들은 누구...... 너희들은 누구...... 너희들은 누구......." 메아리가 대답했다.

- "내 친구가 되어 줘. 난 외로워." 그가 말했다.

 

 

저자와 이전 우리말 번역본에는 말투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생텍쥐페리는 아이에게도 높임말 사용을 유지하며 작품을 써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말로 번역될 당시 아이들이 읽는 책이고 아이들이 하는 말이라 그런지 처음부터 반말로 낮추어 번역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어감에서부터가 달랐다.

아마 영어에서도 존댓말이 없으니 번역할 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또 한 부분은 '당신/당신들'에 대한 부분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vous는 복수형인 동시에 2인칭 존칭이다. 어린 왕자는 산 너머에서 인사를 해오는 목소리들이 메아리인지 모르고 당신들(vous)로 묻고, 되돌아오는 목소리는 당신(vous)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p.237)"

메아리가 처음인 어린 왕자는 울리는 메아리가 여러 명의 소리처럼 들리니 '당신들'이라고 물었겠고,

메아리가 보내는 소리를 어린 왕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묻는 말이니 단수인 '당신'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라 한다. 그러고 보면 영어에서도 you는 단수, 복수의 형태가 같으니 조심하지 않으면 충분히 오역이 생길 만도 할 것 같다.

 

 

또한 마지막 문장의 'seul'의 번역을 보면,

저자와 영어 번역본에는 이 단어를 '혼자'라고 번역을 했지만

다른 우리말 번역은 '외로워'라고 되어 있다.

우리 역자들이 모두 '외롭다'로 번역을 했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이러하다.

"그러나 이 역시 맥락에 비추어보면 '혼자'라는 의미라는 것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저쪽은 여러 사람이고 이쪽은 혼자이니, 당연히 '나는 혼자야'라고 하는 게 상식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상 어린 왕자는 평생을 '혼자' 살아온 사람입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 역시 정확히 언어로 규정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p.276)"

 

 

이렇게 작은 부분에도 오역이 몇 곳이 나왔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쓰인 대로 읽었던 내용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어린 왕자'가 새롭게 보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중역본 읽기가 여전히 꺼려진다...

영어 원서는 가끔 읽긴 하지만 그 외의 언어로 쓰인 책들은 원서를 읽을 실력이 전혀 되지 않아 번역본 밖에 읽을 수가 없는데 아무래도 잘못된 번역이 있을 수 있다 생각하니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또 궁금한 책은 그렇게라도 읽어볼 수밖에...

 

저자는 문학 번역은 반드시 '직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래 작가의 문장에 다가갈수록 그 문장들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책을 읽고 나니 이해가 간다.

보통 직역이라고 하면 굉장히 어색한 표현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저자의 어린 왕자 번역본을 읽고 나니 저자의 뜻을 알 것 같다.

 

그리고 문학 번역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문학 번역에 관심이 있었던 적이 있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도 하지만,

원문의 느낌, 작가의 의도는 분명 살려줘야 하고, 문법적인 부분에서도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 문화, 사회, 역사 등 그 나라와 관련된 것들에 대해 잘 알아야 함과 동시에 우리말도 잘해야 한다고 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좋은 번역해주시는 번역가들 응원하며 열심히 읽는 쪽을 택하기로!

 

 

 

 

 

 

 

 

'<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영상으로 넘겨보기!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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