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리안 데이즈 - 바다가 사랑한 서퍼 이야기
윌리엄 피네건 지음, 박현주 옮김, 김대원 용어감수 / 알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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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의 좋지 않은 기억으로 인해 물에 대한 극심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수영장에 다니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친구들과 가더라도 발이 닿는 깊이에서만 잠깐 즐길 뿐이었다.

바다도 역시 눈으로 마음으로 보는 그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수영장도 다녀보지 않은 내가,

수영이라고는 해보지도 않았던 내가

바다 수영을 하게 되었다.

 

다들 물에서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언제까지 물을 겁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극복해 보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구명조끼를 입고, 튜브까지 끼고 바다로 들어갔다.

재미있었다!

내친김에 초보자에게도 좋다는 스노클링 장비까지 착용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눈으로 직접 바닷속을 보았다.

너무 재미있었다!

당일치기로 간 바다라 더 오래 놀지 못해 아쉬웠다.

 

 

 

바다가 사랑한 서퍼 이야기

바바리안 데이즈

 

 

 

차례

 

 

 

p.35

로디는 펠레Pele를 믿었다. 펠레는 하와이의 불의 여신이었다. ~ 펠레가 어찌나 유명한지, 관광객들도 다 알 정도였지만 로디는 자신의 신앙을 내게 고백하면서 자신이 믿는 건 이 키치한 여신 캐릭터가 아니라고 했다. 그 애가 믿는 건 하울리들이 오기 한참 전부터 있었던 종교 세계 전체, 정교한 규칙과 금기가 있고, 땅과 대양, 새와 물고기, 짐승과 신에 대한 비밀스럽고 얻기 힘든 지식을 담고 있는 하와이의 세계였다. 나는 그 애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대충이나마 하와이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이런 잔인한 약탈에 어떤 책임도, 어떤 진보적 죄책감 느끼지 않았으나, 꼬마 무신론자의 입은 다물어져야 한다는 정도는 알았다.


'하울리'는 하와이 토박이가 아닌 백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을 차별하며 괴롭히는 경우는 자주 듣고, 보고했지만

미국에서 백인이 차별을 당하는 모습이 잘 상상이 가질 않았다.

새로 들어간 학교에서도 괴롭힘을 당하는 마당에

기존 서퍼들이, 그것도 토박이들이 자리 잡고 있는 바다에서 괴롭힘이 있다고 한들 이상할 바 없었다.

 

하지만 드넓은 바다에 몸을 맡긴 서퍼들은 달랐나 보다.

오랜 시간 바다와 함께 살아와서 그런가 낯선 이방인인 저자를 받아주었다.

낯선 곳에서 같은 서핑이라는 취미를 가진 그들은 친구가 되었고,

그들 중 또래인 로디가 저자의 절친이 되었다.

 

위험한 상황을 함께 이겨나가다 보면 그만큼 정이 든다고 한다.

끝이 보이지 않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존재인 바다에서 바람과 함께 일으키는 파도에 도전하는 그들은 어쩌면 그래서 더 정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바다와 함께한 서핑 이야기가

책을 읽는 내내 당장 바다로 나가고픈 충동이 일게 했다.

 

p.71

탈 수 있는 파도가 형성되는 과정은 이러하다. 바다에서 인 폭풍우가 수면을 휘저어 잘게 자른 잔물결을 일으킨다. 처음에는 작지만, 그다음에는 좀 더 크고 조직이 없는 잔파도가 일다가, 바람이 충분히 불면 서로 엉겨 붙어 무거운 바다로 밀려간다. ~ 파도 열차wave train란 일련의 파도들로, 이들은 점점 조직을 이루면서 함께 여행한다. ~

마침내, 파도가 불안정해져 앞으로 쏟아질 준비를 하면, "부서진다break"고 하는 것이다. ~서퍼로서 우리는 그저 올라 잡을 수 있는 순간(테이크 오프 지점)과 탈 수 있는 파도의 얼굴face이 있길 바랐고, 별안간 부서지는 것보다(클로즈아웃close out이라고 한다), 천천히 연속적으로(필peel 혹은 "벗겨진다"고 한다), 한 방향이나 다른 방향(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부서져서 우리가 대강이라도 해안과 평행하게 파도의 얼굴을 탈 수 있기를 바랐다. 잠시 동안, 그 지점, 그 순간, 바로 파도가 부서지기 전에.

 

 

이제 갓 바다를 즐기게 된 나에게 서핑은 아주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저자의 글을 읽으니 서핑이 너무 배우고 싶어졌다.

수영장도 아니고, 바다라니...

일단 수영장에서 수영부터 더 배워야 하겠지만.

 

 

p.189~190

그러다 캐린이 파도타기를 마치고, 파도가 다시 해안 쪽 초호 속으로 지나가며 스르륵 내려설 때, 그녀 너머로 등지느러미 네댓 개가 보여다. 해안을 도는 상어 떼였다.

~ 상어들은 해변 바로 옆에 있었다. 나는 30야드 떨어진 곳까지 나와 있었다. 캐린은 해변에서 고작 몇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상어를 보지 못한 게 분명했다.

 

 

요즘 수온 변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상어가 가끔 출몰한다는데... ㅠㅠ

갑자기 나의 바다로 나가고픈 충동이 살짝 사그라들었다.
호주에 여행 갔을 때, 바닷가에 있었던 상어 주의 표지판이 떠오른다...

 

 

p.463~464

마크는 피크가 가파르게 일어선 10피트짜리 오른쪽 파도를 두어 개 잡아 탔고, 둘 다 성공했다. 하지만 오른쪽 파도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사진을 찍기에 적당한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

나중에 에드윈이 말해준 바에 따르면 내가 떠난 후에 그는 다시 한번 왼쪽 파도를 탔다고 했다. 이 파도에서는 성공했지만, 그 다음 파도, 부두에 부딪힌 15피트짜리 키프에서는 안에 갇혔다. 내가 빌려준 줄이 끊어졌지만, 이번에는 해변으로 쓸려 가지 않았다. 대신에 부두로 곧장 들어온 강한 조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그는 덜컥 겁이 나서 말뚝 사이로 들어오려고 고군분투하다가 가까스로 다치지 않고 북쪽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쪽 조류는 바다 쪽으로 바뀌어서, 그는 바깥 모래섬 쪽으로 실려갔다. ~

마크가 거기서 그를 찾아냈다. 에드윈은 너무 충격을 받아 운전할 수 없었기에, ~

나는 다시는 그가 큰 파도를 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하마터면 바다의 무서움을 잊을 뻔했다...

상어로 인해 살짝 사그라든 나의 설렘이 이제는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ㅠㅠ

그래도 멀리만 나가지 않으면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번에 튜브 없이 구명조끼만 입고 수영하다 뒤집힐 뻔했던 기억이 떠올라 더 무서워졌다.

 

 

 

윌리엄 피네건의 '바바리안 데이즈'

너무 매력적인 책이다.

 

바다나 파도에 대해, 서핑에 대해 전혀 무지한 내가

이렇게 빠져들어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의 글솜씨가 엄청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 말하고 싶다.

 

서핑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책을 읽으면서

서핑의 매력, 바다의 매력, 아니면 글 자체의 매력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책이다.

 

서핑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나와 있어 읽기에 전혀 어렵지도 않았다.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천하기도 했던 책이라는데

오바마 대통령도 하와이에서 꽤 생활을 했다니 아마 서핑도 즐겼을 듯하다.

 

굉장히 위험해 보이지만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하다.

올해 열심히 수영 배우면 내년엔 가능할까? 

 

 

 

 

 

 

 

 

 

* 이 서평은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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