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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오피스 오늘의 젊은 작가 34
최유안 지음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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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들이 후배에게 보내는 따뜻한 사랑과 응원
- <백 오피스> 최유안 작가와의 만남

어젯밤 신간 <백 오피스>를 출간한 최유안 작가와의 만남을 줌으로 가졌다.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로 등단한 최유안 작가는 지난해 5월 첫작품집 <보통 맛>을 낸 데 이어 올해 또 첫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나의 제자이기도 한 최작가는 고교시절 문예반 출신(오랜 문예반 지도 경험을 '사춘기 문예반'이라는 청소년소설에 담은 적 있다.)인데 첫 작가와의 만남을 고교동문회 문학동아리에서 열어주었다.

<백 오피스>는 작가가 10년 넘게 근무한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원의 경험과 특장을 잘 살린, 오직 그만이 쓸 수 있는 생생한 디테일과 설득력 있는 내면 묘사,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깊이있는 시선으로 우리 모두를 감동케 했다. 대기업 홍보 관리자인 홍지영, 이벤트 기획사 소속의 임강이, 그리고 호텔리어인 양혜원 등 워커홀릭이자 커리어우먼인 이들을 둘러싼 갈등과 화해를 긴장감 넘친 문장으로 보여주는데,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과 다층적인 관계 속에서도 자신의 일을 향해 우직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그 시절을 지나온 선배들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으며 다들 그때로 되돌아간 듯한 생생함을 토로했다.

나는 자랑스러운 후배를 둔 선배들의 뿌듯함과 부러움을 주고받는 이들을 지켜보기만 해도 좋았다. 작가는 친정 언니들이 다독여주는 애정과 사랑에 연신 고마워하며 감동하는 빛을 감추지 못했다. 고교시절 문예반 활동을 하며 품었던 글쓰기에 대한 씨앗을 이토록 옹골차고 아름답게 피워나가는 최유안 작가를 보는 내 마음은 그저 뿌듯하고 기쁘다. 그외 무슨 말이 필요하리. 한때는 스승과 제자였으나 이제는 후배이자 도반이기도 한 최유안 작가, 점차 아름다운 꽃봉오리로 만개해 할 최작가의 무궁한 건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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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맛
최유안 지음 / 민음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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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번번이 실패하는 그저 보통의 존재.
-<보통 맛> 민음사 刊 / 최유안

* 3년 전 겨울.
깊은 밤, 그이의 전화를 받는다.
"선생님! 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어요!"
고교 문예반을 30여 년 이끌다 보니 가끔 이런 전화를 받게 되는데, 그때마다 나는 내 성취인 양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 한없이 달뜨곤 한다.

그이의 당선은 글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가진 채 오랫동안의 방황을 지켜보았기에 더욱 값지다. 경제연구소 연구원인 그이는 살인적인 업무 일정을 소화해내면서도 지치지 않고 썼다. 그렇게 쓴 작품을 봐달라고 내게 보내오기도 했다. 공모전에서 떨어졌다고 울면서 전화하기도 했다. 그럴 때는 온통 베개를 얼룩지게 했던 내 젊은 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마침내 그이는 휴직계를 내고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에 매달렸다.

길은 욕망이 가는 대로 난다. 인간은 그 사나운 욕망에 덜미를 잡힌 채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게 마련이다. 내 경우도 그랬다. 몇 번이나 때려치우겠다고 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해 여기까지 왔으니까. 그런 짐승을 어찌 내가 이길 수 있었겠는가.

* 그리고 오늘
최근 출간된 그이의 첫작품집을 읽는다. 이제 그이는 내 자장을 넘어 훌쩍 커버렸다는 것을 느낀다. 그이에게 무슨 말인가를 지껄였던 것을 생각하면 한없이 부끄럽다. 그럼에도 그이는 지금도 글이 안 풀릴 때이거나, 삶의 모퉁이에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면 전화를 해 내게 조언을 구한다. 묻고, 듣고, 무구하게 맞장구를 친다. 선생의 성취를 제 일인 양 기뻐한다. 든든한 도반이자 선의의 경쟁을 품고 함께 갈 제자를 둔 선생의 든든함이자 보람이 아닐 수 없다.

그이의 동아일보 중편 등단작은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다. ‘국제 공조에 의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난민'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던 '나'는 그리스 레스보스 섬 난민 캠프에 자원봉사를 나갔다가 극도의 불행에 처한 어린 남매를 만나 그들의 삶에 개입하다가 난민 캠프에서 퇴각하고 만다. 어설픈 동정과 논문 완성의 갈림길에서 한계를 느낀 탓이다. 5년 뒤 비극적으로 누나를 잃고 한국으로 흘러온 아술과의 재회로 중단된 논문을 완성하고 국제학회에서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치지만, 한국에서의 삶을 거부하고 다시 레스보스로 건너간 아술의 비극적인 죽음을 숨긴 채 성공적인 불멸의 사례자로 포장해낸다는 이야기.

<본게마인샤프트>도 마찬가지다.
독일 유학생으로 오래 살아온 작가의 경험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소설의 공간은 ‘공동주택’이다. 한국인인 ‘혜령’과 룸메이트인 중국인 ‘멍’, 독일인 '스테파니'와 '멜라니'가 모여사는 그곳에서 우리는 진정 타인의 이해와 공감에 도달할 수 있는가, 국경과 인종을 넘어 이해는 가능한 것인가를 낯선 시선으로 묻는다.

직장에서 이해심 넓고 너그러운 상사이자 동료가 되고 싶었던 주인공이 팀장과 팀원의 불륜 앞에 드러내는 적나라한 감정으로 결국 무너지고 만다는 <보통 맛>,

대학 동창으로 정년 퇴임을 맞는 교수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다시 만난 세 명의 친구들, 살아가는 모양도 제각각인 그들에겐 유럽여행을 함께 했던 갈등과 서로 다른 기억을 현재적 삶에 대입하며 무시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 모여 살아가는 삶을 이해하는 데 안간힘을 더하는 <심포니>.

가족의 행복을 위해 집을 짓고자 애를 쓰는 주인공에게 정작 집이 주체가 되고, 가족이 타자로 밀려나는 역설을 드러내는 <집 짓는 사람>도 여운이 길다.

우리는 보다 나은 인간이 되려고 사력을 다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게다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자신의 욕망으로 인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다. 우리는 대단하지도 멋지지도 않는 그저 보통의 존재일 뿐인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위로 받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전체 8편의 단편, 중편, 장편(掌篇)이 모인 이 책은 각각의 빛깔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작가의 색채를 일관되게 보여주는 수작들로 한 편도 빼기 어렵다.

그이의 옹골찬 결실 앞에 내 마음은 수확을 맞는 농부처럼 설렌다. 그이가 앞으로 어떤 세계를 펼쳐 보일지 기대로 충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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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봉 - 장정희 장편소설,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장정희 지음 / 강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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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_옥봉의_치명적_3대폐해
<옥봉>은 주말에 읽길 권한다. 평일엔 ‘업무집중 불가와 밤잠 절대불가, 독서중단 불가‘라는 치명적인 3대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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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봉 - 장정희 장편소설,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장정희 지음 / 강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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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멸의 아이,

조선중기. 어지러운 세상 속, 서녀로 태어나 소실로 살아야 했던 비운의 여류시인. 옥봉(이숙원)의 삶과 사랑, 그리고 그녀의 전부이자 모든것이었던 시(詩) 에 관한 이야기를 존경하는 장정희 샘의 펜을 통해 접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보는이의 관점에 따라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겠다. 역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그 시절 정세를 살필 것이고. 문학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그녀의 작품을 읽는 재미에 취할 것이며. 단순히 열애사로 읽더라도 충분히 애절하고 달달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다소 과장된 해석일지라도) 페미니즘을 읽었다.

권세와 신분, 남녀의 차이가 유별한 시대에 태어나. 일평생 비극의 삶을 맞았지만.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그저 호락호락 하지만 않고.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줄 알았던 여인. 실현가능한 진보를 행함에 있어 무척이나 용감했던 여인. 모두가 재앙이라 하였지만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문학을 향한 열정. 지조. 자존심. 이런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여성의식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p82
남자는 안의 일을 말하지 않고 여자는 밖의 일을 말하지 않는 것이 남녀의 법도라고 일갈한다. 게다가 혼사란 뭐란 말인가. 여자를 비 오는 날 남의 집 처마에 깃들어 비를 피해 살게 하리라는 명분이지만, 온갖 집안일을 떠안겨 도맡어 처리할 일꾼을 들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위로는 조상을 받들게 하고 아래로는 후사를 잇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사람이 어찌 필요할 때만 밝히고 필요 없으면 불을 끄는 호롱이란 말인가. 여자가 시문으로 남자들과 겨루는 것은 신세만 곤곤하게 만들 뿐이라고? 그렇다면 여자는 남자와 똑같이 어미의 배 속을 빌어 태어난 생명체가 아니란 말인가.

p311
시를 쓰리라! 내 삶을 조문하기 위해. 오직 나에게 바치는 글이어야 하리. 어차피 시와 함게 다 할 삶. 더는 부질없는 기약에 매달리지 않으리. 다시는 애걸하지 않으리. 내 삶을 증언하기 위해서 나는 쓰리라. 서녀로서 첩실로서 온전하지 못했던 내 삶에 온점 찍어주기 위해 기어이 써야만 하리.

그녀의 슬프고 애잔한 삶을 엿보다보니. 그녀에게 없는 어머니란 존재, 아이의 존재가 못내 아쉬워졌다. 그런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에게는 아이가 있다. 영원히 죽지 않고, 영원히 빛날. 그녀가 낳은 수많은 시(詩)들이 그녀의 아이다.

그리고 어머니도 있다. 이야기의 매 순간마다 그녀를 따뜻하게 보듬아주던 보이지 않는 시선. 작가 장정희샘이 그녀의 어머니다. 작가를 통해 옥봉, 그녀가 다시 세상에 태어났다. 넘치는 사랑과 넘치는 위로를 받으며. 2020년, 비로소 옥봉이 행복하게 웃을 것만 같다.

끝으로, 그녀의 대표작이자. 개인적으로 매우 감명깊게 읽었던 옥봉의 시편을 남기며 부족하지만 정성을 기울여 쓴 후기를 마칠까 한다. 아울러 훌륭한 이야기를 전해주신 작가 장정희샘에게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전하며. 언젠간 꼭 한번 뵙기를 소망한다.^^

夢 魂 
(몽 혼) 꿈 속의 넋

近來安否問如何 (근래안부문여하)
月到紗窓妾恨多 (월도사창첩한다)
若使夢魂行有跡 (약사몽혼행유적)
門前石路半成沙 (문전석로반성사)

요사이 안부를 묻노니 어찌 지내시나요?
창가에 달빛 비치면 가슴속 한이 넘쳐납니다.
꿈속의 내 몸, 발자욱을 남기게 했다면
그대 집 앞 돌길이 반은 모래가 되었을 거예요.

by mir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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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학교에 갑니다 - 공립학교 교사와 대안학교 교사가 일 년간 함께 나눈 우리 교육 이야기 함께교육 4
심은보.여희영 지음 / 서유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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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학교에 갑니다> / 심은보. 여희영

연일 폭염경보 발령.
너무 더워 카페로 피신 왔다. 모레 개학인데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그간 못해본 폼을 잡아보고 싶은 거시다. 짧은 방학이 아쉬워 개학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데, 하필이면 <오늘도 학교에 갑니다>라니...ㅠ 개학은 2학기가 시작된다는 것이고, 학년말까지 줄기차게 달려야한다는 것을 뜻하지 않던가. 그런데도 이 책을 읽다보니 마음이 구름처럼 움직인다. 오히려 지난 생활을 반성하며 1학기 보다 나은 2학기를 위한 각오를 다지게 한다. 사랑 가득, 순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다리게 만드는 산소 같은 책이다.

 

사실 처음부터 이 책이 좋았던 건 아니다. 이상적인 교육을 꿈꾸는 두 분 선생님, 공립학교에서 열정적으로 대안교육을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과 대안학교에서 인간다운 교육을 위해 순수와 정열을 불사르고 계신 선생님이 나눈 편지글을 보며, 오히려 적자생존의 정글 같은 내 삶터를 떠올리게 하고, 부끄러운 나로부터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입시의 한복판,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 속에서, 원망하며, 한탄하며, 분노하며, 가슴 졸이며 살아가는 나의 일상을 소환하는 탓에 무력감부터 찾아왔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랄까. 상처 받은 아이들이 주는 상처를 고스란히 되안기며 그저 전전긍긍 허덕허덕 살아오지 않았던가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영혼의 정화가 찾아온다. 내가 매뉴얼에 따라 기계적으로 학교 일상을 견디고 있을 때, 저편 어딘가에서는 이처럼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 그래서 이런 선생님들이 계시는 한 우리 교육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 나도 이들을 닮아 보려는 마음을 내고 실천해본다면, 나무 한 그루가 만들어내는 산소처럼 교육의 산소량 또한 늘어날 것이라는 설렘으로 나를 인도한다.

 

방학을 눈물로 부여잡고 있는 나를 개학이 두렵지 않게 만들어준 책. 어서 아이들을 만나 두 분 선생님처럼 따라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 닿게 만든 책. 세상의 많은 아이들이 이처럼 간절한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는다면 경쟁보다는 협력, 이기심이 아닌 배려와 공감,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공부보다 놀이에서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지 않을까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거시다.

이런 좋은 책을 혼자만 읽으면 무슨 재민겨. 한 아이를 키우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도 있다는디.

 

#보다좋은교사가되고싶은선생님께
#개학이두려운선생님께ㅎ
#소중한내아이를잘키우고싶은부모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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