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굽은 팔 - 굽은 세상을 펴는 이재명의 삶과 공부
이재명이 말하고 서해성이 쓰다 / 김영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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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을 읽자마자 손에 든 책이 있으니 이재명 성남시장의 이야기를 담은 <이재명의 굽은 팔>입니다.
대한민국 70년 역사를 둘러봤으니 이제 대선 후보 한 명 한 명을 알아봐야지요.
신문 기사와 인터뷰가 제공하는 정보는 제한적이니 한 권 한 권의 책을 읽어보자 싶었어요.

이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인지, 어떤 철학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무엇을 위해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는지!
일단 뭘 좀 알아야겠더라고요~ 매스컴이 '보여주는'대로, 여론이 '이끄는' 대로,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내 소중한 한 표를 찍어댔다가는... 지금 같은 거지 꼴을 못 면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읽었습니다~~  간략하게 소개해 드릴게요. 함께 봐요 ^-^



공약 이행률 전국 1위, 청년 수당, 교복 및 산후조리비 지원 등 '복지 깡패'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이재명 성남시장.
SNS를 어찌나 활발하게 하시는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기 전부터 꽤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이에요.

저는 동생에게 이야기를 들은 덕분에 꽤 오래전부터 그의 이름 석자와 활약상을 알고 있었는데,
그의 가정사나 유년 시절, 성남시장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전혀 몰랐어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많았답니다.



 


1부 '나의 소년시대'는 이재명 시장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1964년 경상북도 안동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색연필도 챙겨갈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집이라 학교는 초등학교로 끝.
13살의 작은 소년은 중학교 진학 대신 소년공 생활을 시작합니다.


함석판을 자르고 접는 '샤링기(절단기)'는 위치를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손가락 따위는 아무 느낌조차 없이 날아가고 만다. 게다가 혼자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함석판은 무거웠다. 잠깐 실수로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걸 몇 번이나 봤다. 프레스는 위에서 무거운 게 떨어지니까 뼈와 살이 부서지고 샤링기에서는 잘려나간다. 샤링기에 토막 난 손가락에는 신경이 남아 있어서 튕겨 도망을 가버린다. 기계 밑에서 가까스로 손가락을 찾아 봉지에 넣고 뛰던 청년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잊지 못한다.


그의 청소년기를 꽉 채우고 있는 공장 생활을 읽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아슬아슬, 아슬아슬.
언제 손가락이 잘리고, 팔이 부서지고, 온몸이 기계에 끌려 들어가 흔적 없이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일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그곳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 가슴이 부들부들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전태일평전>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불구하고 큰 사고가 날까 봐 노심초사 걱정하며 페이지 페이지를 넘겼는데,


첫 번째 공장에서는 납과 염산을 들이마셨다. 내 나이 열세살이었다.
두 번째 공장에서는 붕산이.
세 번째 공장에서는 고무가 내 손가락에 박혔다. 청색 고무가루는 아직 내 몸에서 살고 있다.
네 번째 공장에서는 날카로운 함석들이 내 몸뚱이 곳곳에 자상과 흉터를 남겼다.
다섯 번째 공장에서는 팔목 뼈가 부러지면서 성장판을 잃고 이윽고 팔은 굽어버렸다.
여섯 번째 공장에서는 벤졸과 아세톤이 내 후각을 훔쳐갔다. 나는 냄새 못 맡는 사내가 되었다.



산업재해를 피할 수 있는 소년공은 없습니다. 모두가 다치고, 죽어가던 시절.
어린 그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내 마음은 세상 물적을 모르는 순진한 생각일 뿐이지요.

17살의 그는 장애인이 됩니다. 프레스에 팔뚝이 찍히는 심각한 사고였으나 치료조차 받지 않아요.
안 잘렸으면 일해야지요. 죽지 않았으면 일하는 게 당연한 거예요.
그는 사고의 심각성을 몇 년 뒤에야, 통증이 심해지고 손목이 뒤틀리기 시작한 뒤에야 의식하고,
징병검사장에서 첫 엑스레이를 찍어본 뒤에야 제대로 마주합니다.


몇 년 뒤 징병검사장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본 군의관이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이 새끼, 개판이구만."
그렇게 내 팔은 손목 관절과 함께 개판으로 굽어버리고 말았다.
한족 관절이 아예 없어서 근육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니 아파서 팔운동을 하기도 쉽지 않다.
나는 한 손으로 넥타이를 매야 한다. 한쪽 손목뼈가 없으므로.


꿈도 희망도 없이 반복되는 공장 생활.

몇 번의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장애인이 된 몸으로는 공장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그는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해요.

중학교 검정고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 입학시험까지-
오로지 '공부'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이지요.


공장 일이 끝난 뒤 나는 단칸셋방 앉은뱅이 재봉틀 위에서 미적분을 풀었다. 밤이면 팔목 언저리에서 이윽고 통증이 번져왔다. 팔이 아프지 않았다면 내 진로는 많이 달라졌을 게다. 공부를 다짐해야 했던 건,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한 좌절도 있었지만 팔이 비틀어져서 몸을 쓰는 일로만은 살아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든 탓이었다.


그는 처절하게 공부에 전념했고, 1년 만에 중앙대학교 법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전과는 다른 삶, 진정한 나의 삶을 마주합니다.


나에게 대학시절은 진짜 '나의 대학'이었다. 나는 거기서 내 삶을 발견하고 변화했다. 그때 깨달은 공리가 바로 내 삶의 원리가 되었다. 공장 다니는 동안 나는 오로지 맞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언젠가 성장한 뒤에는 나도 때려가면서 권력을 부리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게 고작이었다. 그게 노예의 윤리라는 걸 완전히 깨우쳤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5월의 광주를 만납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 그에게 광주는 '폭도'이고 '빨갱이'었다고 해요.
전라도 새끼들은 죽어야 한다고 욕을 하며, 어떻게 하면 더 욕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할 지경이었지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간 그해 5월, 철조망 위에 매달려 소리 지르는 학생을 보게 됩니다.
밧줄을 타고 건물 유리창 바깥에 매달린 학생을 봐요.
목 놓아 울먹이며 유인물을 뿌리다 전경에게 거칠게 끌려 나가는 학생을 보며,
그가 남기고 간 종이를 보며, 그는 비로소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권력과 언론에 속아왔던 나를 이제야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5월 광주는 나의 사회의식을 비로소 단련시켰고, 투박한 차림은 껍데기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 광주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한낱 개가 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광주는 나의 구원이었고, 나의 스승이었고, 내 사회의식의 뿌리였다.


SNS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태도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정치권력, 언론, 돈, 조직과 싸워야 하는 시민의 유일한 무기는 '유인물'뿐이라는 걸 깨달은 거예요.

때로는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난도 받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를 '사이다'라고 합니다.
애둘러 말하는 법 없이 문제의 핵심만을 시원시원하게, 또 매우 간명하게 전달하는 데
정치에서의 '언어'를 중시하는 그의 태도를 2부 '공부모임'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저는 2부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과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인물의 일대기만을 다루는 여타의 자서전과 달리 최근 2년간 그가 하고 있는 공부모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게 아주 신선하고 유익하더라고요.

모인 날짜와 주제, 발제자와 발제 요약문, 그날 함께 나눈 토론은 물론-
해당 주제에 대한 이재명의 생각까지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어 단순히 이재명이라는 사람을 알기 위한 책에서 그치지 않고
정치와 경제, 사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안보, 노동, 젠더와 예술까지
다양한 분야의 핵심 이슈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제일 눈을 반짝이게 만든 부분은 역시 정치의 '말하기'를 논한 모임인데, 발제를 맡은 이해영 교수는 말합니다.
"정치는 언어 전쟁"이라고요.

"방어 말고 공격하라! 오바마가 이긴 이유다"

팩트와 프레임을 결합하면 유권자의 뇌뿐 아니라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어떤 팩트도 특정한 관점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대중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프레임 전쟁'이라는 말을 쓰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프레임을 사용하면 그 프레임에 걸려들고 맙니다. '나는 종북이 아니야'하면 종북이 되는 거고, '나는 빨갱이가 아니야'하면 빨갱이가 되는 겁니다. 대꾸하고 방어만 하다가는 지고 맙니다. 자신의 원칙과 가치를 자신만의 프레임을 가지고 계속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것이 핵심적인 메시지입니다.


'프레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정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우리 말로 바꾸자면 '틀'이라고 해야 할까요? 내가 만든 이미지를 하나의 틀로 상대에게 씌워버리는 전략인데,
예를 들어 김대중은 빨갱이라고 주장하며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버리는 거예요.
(프레임에 대한 설명은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 아주 잘 나와있으니, 제대로 알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그 책을 읽어보세요.)

정치는 언어 전쟁이자 곧 프레임 전쟁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여기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통한다는 것!
권력과 거대 자본을 지닌 자들은 우수한 인재를 더 많이 고용할 수 있고,
자기들이 만든 프레임을 단시간에 전국적으로 퍼트릴 수 있는 주류 언론도 갖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진보 진영보다 훨씬 능수능란하게, 보다 효과적인 프레임을 사용할 수 있고
이것은 곧 보수 진영의 성공으로 이어집니다.

이재명 시장은 이러한 문제점을 아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요.
그의 가장 큰 장점이 여기 있다고 생각하는데, 단순히 이 문제를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치밀하게 구상하고 날카롭게 실천한다는 것이죠.


정치는 언어의 전쟁이다. 말 한마디에 승패가 좌지우지되니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을 때도 많다. 프레임은 끊임없이 유동한다. 상대방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수준에 머물러서도 안 되고, 상대의 용어를 그저 부인하거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어설픈 변명을 해서도 안 된다.

'무상복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언론 환경이 '무상'을 '공짜'라는 이미지로 바꿔버렸고, 야당은 궁색했다. "공짜 아니야, 공짜가 왜 나빠?" 하다보면 어느새 본질은 사라지고 밀리는 형세가 되고 만다. '우리가 낸 세금 우리를 위해서 써야 한다' 했어야 한다. 프레임을 새로 짜는 것이다.


이재명 시장은 '소신 있는 정책'과 '팩트에 근거한 적절한 언어 구사'가 자신의 강점이라 말합니다.
그는 늘 참모들에게 언어를 간명하게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고 해요.
대중은 양이 많고 복잡한 정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는 '간결하고 정확하게 정책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역시 정치인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왜 그토록 SNS를 활발하게 하는지 이해가 되시죠?






마지막 장에서 그는 '꼭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이 세상에서 꼭 한 가지만 해야 한다면…

그는 무엇을 선택했을까요?


책을 통해 확인하시라~~~!
개봉 박두~~~~


참고로..
그가 선택한 한 가지를 저도 희망합니다.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꼭 그가 아니더라도, 꼭 거기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나는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고 싶다!"


여러분은 누구를 지지하시나요?
나의 소중한 한 표를 누구에게 주시겠어요?

이번엔 결코 대충, 끌리는 대로, 느낌적인 느낌으로 표를 던지지 않으렵니다.

대선후보들의 책을 열심히 찾아 읽으며 진지하게 공부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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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강준식 지음 / 김영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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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도 촛불집회가 열렸지요?
2월 중 탄핵심판 선고가 사실상 무산되고 탄핵 심판을 지연하려는 대통령단의 수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신속한 탄핵 인용을 위해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이 있습니다.

"이게 나라냐!"로 대변되는 지금의 상황.
상식과 논리, 이성과 정상으로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대 막장.

헌재의 신속한 탄핵 결정과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기각에 반대하는 운동이 중요한 시점이지만,
그와 동시에 다음 대선을 위한 준비 또한 매우 필요한 때일 텐데요.
오늘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읽어봐야 할 책을 소개할게요.

이승만에서 박근혜까지, 해방 후 역대 대통령들이 만든 70년 대한민국 현대사를 돌아볼 수 있는 책.
대한민국 권력의 역사를 한 권으로 정리한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은 해방 후 권력자 12명(내각책임제 하의 국무총리 포함)의 탄생과 일화, 업적, 평가 등을 모두 담아낸 책이에요. 전부터 각 대통령의 평전을 읽으며 현대사 공부를 하려고 별러왔는데, 그 방대한 양 때문에 쉽게 실천하지 못 했어요.
이 책은 12권의 평전을 압축해서 정리해 놓은 요약서와 다름없어,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 시기에 읽기 딱! 좋은 책이에요.

대통령 선거라는 중요한 시험을 코앞에 두었지만 아는 것은 별로 없는…
저같이 무지한 시민에게 꼭 필요한 [시험 직전 알짜배기 자습서]였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을 강행하는 대통령을 견제할 세력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삼권분립은 겉모양분으로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전통은 확립되어 있지 못하다. 조선조의 임금통치로부터 식민지의 총독통치를 거쳐 독재정권에 이르기까지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풍토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중국 황제 '짐'에 못지않은 제왕적 존재라고 이야기합니다.
대통령의 기본 권한인 정책권, 인사권, 예산권 뿐만 아니라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을 움직일 수 있는 사정권과 국정원과 기무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권, 집권당을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당권까지 쥐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대한민국의 모든 부문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렇게 어마어마한 권력을 지닌 자들의 종말이 모두 어두웠다는 것.
필자는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적인 마침표를 나열한 뒤 말합니다.

"대통령의 비극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비극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의 통치를 받는 한국인 전체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해방 후 70년간 끊임없이 이어져온 대한민국의 비극.
이 지독한 사슬을 이제는 끊어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지나간 역사를 되돌아보며 절절하게 공부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역사는 단절된 것이 아니라 한 고비 한 고비의 사실을 배우고 경험을 축적하면서 계승·발전되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역사는 우리의 역사이고 우리의 자산이다.

이제는 우리도 우리가 뽑은 지도자를 흔들어 실패자의 카테고리로 밀어 넣지만 말고, 부족한 데가 있었다 할지라도 차세대가 이 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역대 대통령의 공과를 분명히 하여 공은 띄워 올려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정권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며 발전해왔습니다.
저자는 우리의 대통령들을 '실패자'로 낙인찍기보다는 그의 성공과 실패, 잘한 일과 못한 일을 분명히 짚어보자고 말해요.
그것이 대한민국의 비극을 끝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책의 관점은 꽤 긍정적입니다.
필자는 '중립적 입장을 취했다'고 말하지만, 부정적 평가에만 익숙하던 독자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이 점이 매우 신선하고 재밌었어요. 내가 무조건 나쁘게만 생각했던 대통령의 '무시할 수 없는 공'을 알게 되었고,
내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대통령의 '피할 수 없는 과'도 알게 되니 현대사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더라고요.
감정적인 태도에서 한 발 물러서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성적으로 우리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답니다.



책은 1대부터 18대까지, 총 12명의 최고 권력자들을 집권 순서대로 정리하는데,
1대~3대를 연임한 이승만 대통령과 4대 윤보선 대통령 사이에 내각책임제를 이끈 장면 총리도 다루고 있어요.


544쪽이라는 두께의 압박. 해방 후 70년을 다루는 책인 만큼 자칫하면 어렵고 지루하기 딱! 좋은 역사서인데,
새벽 2시에 읽어도 하품 한 번 나오지 않는- 정말 '재미있는' 역사책이랍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매우 다양한 읽을거리를 손꼽고 싶은데,
가정사와 숨겨진 일화는 물론이오, 사주팔자와 관상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어요.


아니 웬 사주팔자냐, 관상이냐 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으나 저는 매우 재밌었다는요 ㅎㅎㅎ
이명박의 관상을 풀어 낸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고요 ㅋㅋㅋ


 

가장 집중해서 본 부분은 역시 박정희와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 독재 시대였는데,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면서까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한 대통령이 어째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는지, 그들이 과연 어떤 논리를 가지고 국민들의 마음과 권력을 장악했는지를 돌아볼 수 있었어요.


"박정희 자신의 논리구조에 입각해서 보면 나름대로 일관성이 있었음을 발견한다. 박정희 자신은 국민이라는 이름의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이며, 따라서 병을 고치기 위해 필요하다면 환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병'은 가난이다. 그는 가난을 수술하기 위해 5·16 쿠테타를 일으켰다고 소책자에 썼다. 따라서 수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식사를 제한하듯 비상사태에 처했을 때는 민주주의를 유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10년 이상 고도성장을 해오며 병이라는 위기가 사라지자 박정희는 새로운 위기를 창출해낸다. 전쟁 재발의 위기를 창출한 것이다. 가난이라는 위기 대신에 새로 창출된 이 안보 위기를 명분으로 나라를 준전시동원 체제로 꾸려나갔다."


처음에는 '경제성장'을 이유로, 나중에는 '안보 위기'를 이유로 독재를 정당화 한 박정희.
역사는 반드시 두 번 반복된다는 말이 화악~~~ 와 닿지 않으시나요?
뻑하면 '경제'와 '안보'를 이유로 기득권을 틀어쥐는 지금의 권력자들이 군부 독재 시절의 그들과 똑.같.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문민정부를 보면서는 '언론 장악과 통제'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


"끊임없이 반복하면 네모도 원이 된다"는 파울 괴벨스의 선전술을 원용하여 그들이 만들어낸 김대중의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과격하고-폭력적이고-선동적인) 용공이고, 다른 하나는 (임기응변에 능하고-신의가 없으며-기회주의적이고-정략적이며-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교환 간교한 인간상이었다.

이미지에 역사성은 없다. 일단 형성되면 출처는 사라지고 그 이미지만 남게 된다.



"끊임없이 반복하면 네모도 원이 된다."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기에 더욱 소름이 끼치는 말이 아닌가요?
히틀러는 괴벨스의 이러한 선전술을 통해 모든 권력을 장악했지요.

대한민국 역시 예외는 아니에요. 언론 매체를 통한 선전술은 우리 역사에도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보통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노태우는 시종일관 밝고 맑은 모습으로~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친 김대중과 김영삼은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어둡게 부각시킨 언론들의 행태...
끔찍한 것은 이런 선전술이 매우 유효하다는 거예요.


"이미지에 역사성은 없다. 일단 형성되면 출처는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게 된다."

2017년의 우리는 뭐가 다를까요?
실제보다 이미지가 더 실제가 되는 세상...
우리는 어떤 이미지를 실제인냥 믿고 있을까요?


왜곡된 언론의 문제점은 참여 정부에서 더욱 극심해지지요.
재임 기간 내내 조중동과 싸웠다는 노무현 정부를 되돌아보니 이건 뭐...


"미디어이든 인터넷이든 연구소든 출판이든 어디를 보아도 우리가 열세입니다. 그냥 열세가 아니라 형편없는 열세입니다. 이런 열세를 딛고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역사의 진운이 함께할 때에만 가능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치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 경기에 비유했습니다.
돈과 권력을 가진 보수세력은 위쪽에, 부의 불평등을 개선해보려는 진보세력은 아래쪽에서 뛴다는 거예요.
진보세력은 죽을힘을 다해도 골을 넣기 힘들지만, 보수세력은 뻥 축구를 해도 쉽게 골을 넣는다는 거지요.

그래서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 노력합니다. 조중동과 맞선 이유도 거기에 있지요.
하지만 결과는 어떠했나요? 주류 언론의 완벽한 승리가 아니었던가요?

아직까지도 많은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진실을 알지 못한 채
언론이 쏟아내고 만들어 낸 이미지를 실제인냥 믿고 있으니까요.


심리학자 황상민은 말합니다.
여러 혐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의 인기가 가라앉지 않았던 이유의 중심에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고요.

대중이 갖는 대통령 이미지는 대통령의 실체와는 별개의 문제다.
대통령 이미지는 대중이 갖고 있는 "내 욕망은 무엇이냐?" "내 욕망을 누구에게 투사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그는 17대 대선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이명박을 선택한 이유를 '대중의 욕망'에서 찾습니다.
이명박이 '돈 잘 버는 아버지'로 여겨졌기 때문에, 아니 대중이 갖고 있는 '욕망의 화신'이었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최연소 대기업 회장이라는 타이틀, 엄청난 자산가라는 '이미지'는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부를 향한 욕망'과 일치했다는 것이죠.

우리는 그렇게 압도적인 표차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뭐…

말을 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선거를 앞두고 반드시 돌아봐야 할 역사가 아닌가요??



너무 끔찍해서 가장 읽기 싫었던…
마지막 챕터의 박근혜 정부를 보면서도 치열하게 깨달은 바가 있으니..


검찰이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2011년부터 2012년 12월까지 2270개의 트위터 계정에서 2,200만 건의 글을 조직적으로 올리거나 퍼 나른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엄청나다면 엄청난 보도였다. 그러나 일반여론은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대선에 개입했다는 검찰수사 결과를 접하고서도 비교적 무덤덤했다. 왜 그랬을까? 한 언론인은 그 이유가 사건의 이름을 잘못 붙인 데 있다고 말했다.

야당조차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부른 탓에 사건의 본질이 사라지고 있다. 야당은 '대선 결과 불복'의 프레임을 걱정하거나, 또는 감당할 수 없는 정치적 파장에 대한 우려 탓에 감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시인 김춘수의 '꽃'을 거론하지 않아도 제대로 된 이름을 불러줘야만 비로소 꽃이 된다. 일물일단어다. 민주주의 공화국의 헌정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민주주의 법질서를 혼탁하게 한 18대 대선의 부정선거 의혹을 바로잡고 싶다면 이름을 제대로 불러줘야 한다. 이렇게 '대선 부정선거 의혹'이라고!



인용한 부분이 조금 길긴 하지만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박근혜 정부는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부정 선거 의혹이라는 민주주의의 뿌리 자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이었지요.

하지만 우리는 비교적 무덤덤하게, 그게 마치 남의 나라 일인 양 넘겨버렸어요.
왜일까요? 저자와 언론인은 그 이유를 '사건의 이름'에서 찾습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라는 모호하고 불분명한 표현'대선 부정선거 의혹'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덮어버렸다는 거예요.

동일한 사건이라 할지라도 언론이 어떤 단어를 사용해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그 사건의 본질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진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진실이 아닐까요?



자. 이제 또 한 번의 기회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큰(정말 커야 할 텐데.. 요즘 돌아가는 모양새는 그렇지 않아 걱정입니다..) 20대 대선.
저자는 선택에 앞서 반드시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라 말합니다.

첫째, 당신은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둘째, 당신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런데요.. 방 구석에서 대통령 후보를 향해 질문을 던져본들.. 뭘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요?
저는 권하고 싶어요. 꼭! 반드시! 책을 읽어보시라고요.

현대사를 잘 알고 계신가요? '나는 역사 하나는 아주 꽉 잡고 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신가요?
그게 아니라면…
잘 알기는커녕, 아는 게 너무 없어 민망하다면… (저처럼;;)
정치다 역사다 하는 이야기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대한민국 대통령의 70년을 한 권으로 가볍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하품부터 나오는 어려운 역사책이 아니에요.
권력자 12명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준 덕분에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답니다.
아주 흥미롭게, 눈을 반짝이며 몰입해서 읽었어요.

대한민국 대통령사를 한눈에 정리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선거를 앞둔 시민으로서 주의해야 할 점과 깨달아야 할 점을 명확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을 읽으며 역대 대통령 당선자들의 선거 전략과 성공 비법을 점검해보세요.
그들이 어떻게 여론을 조작하고 몰이하는지, 대중을 어떻게 선동하며 권력을 장악하는지!
보이는 모습 안쪽에 숨은 민낯을 확인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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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코다 (양장) - 이루리와 엠마누엘레 베르토시가 새로 만든 또 하나의 <북극곰 코다 첫 번째 이야기, 까만 코>, 개정판 북극곰 코다 1
이루리 글,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그림 / 북극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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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눈이 참 많이 왔죠?
눈 내리는 겨울날 보면 딱~! 좋은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해 드릴게요.
북극곰 출판사의 대표작, <까만 코다>입니다.


 


 

새하얀 북극곰 마을에 시커먼 옷을 입은 사냥꾼 보바가 나타났어요.

총을 든 보바는 두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북극곰을 찾아다닙니다.

그런데 북극곰 마을에서 북극곰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아요.
하얀 눈으로 뒤덮인 북극에서 눈처럼 새하얀 북극곰은 잘 보이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북극곰에게도 숨길 수 없는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유난히 크고 까만 코!!

북극곰의 코는 유난히 크고 까매서 아주 멀리서도 쉽게 볼 수 있었어요.

 

사냥꾼 보바가 찾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까만 코였지요.

보바는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까만 코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두 개의 코를 발견했어요!
눈 속에서 놀고 있던 엄마 곰과 아기 곰의 코였습니다.

 

 


 


 

엄마 곰은 총을 겨누고 있는 사냥꾼을 보았어요.
그리고 아기 곰 코다를 온몸으로 끌어안았습니다.

"부디 우리 아기를 살려 주세요!"

 


엄마 곰과 아기 곰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냥꾼 보바는 사냥에 성공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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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뒤,
우리 집 여섯 살 공주님께서는 저를 꼭 안고 말했어요.


"엄마! 내가 엄마를 지켜줄게~"

 

으응?
...
....
...
ㅜㅜ
ㅠㅠㅠ

 


어흑.
엄마 너무 감동해쪄!!!!!

ㅜㅠㅜㅜ

 

 

그림책의 매력이 바로 이런 거 아닐까요?
아이를 지키고 싶은 엄마의 사랑,
엄마를 지키고 싶은 아이의 사랑.
그 두 마음이 별다른 말없이도, 화려한 색 없이도
이렇게 단박에 진~~~하게 전해지니 말이에요.

 

이 책을 읽고 난 뒤,
아이는 찬 바람을 맞고 집으로 돌아온 날이면 제 품에 달려와 이야기해요.

 

"엄마! 엄마 코가 빨간 코가 됐다!
내 손은 따뜻해~ 내가 빨간 코를 따뜻하게 감싸줄게.
어때? 따뜻하지?"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한 날부터 "아니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은데,
십중팔구는 그림책 속에서 발견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 이 책에 이런 말이 있었구나.'
'이걸 듣고 배운 거구나. 이 문장을 따라 한 거구나.'
돌아서면 까먹는 엄마는 뒤늦게서야 아이 말의 출처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아이의 행동, 아이의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지금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림책이란 생각을 하게 돼요.

책은 아이에게 일상에서 듣고 볼 수 없는 수많은 말과 행동을 보여주고,
아이는 책 속의 말과 행동을 먹고 자랍니다.

 

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먹이고 있나.
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주고 있나.

 

좋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은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임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나를 지켜주는 나의 소중한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어주고 계신가요?

 

아이를 키워보니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가 나를 키우는 거란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림책 읽어주기도 마찬가지라, 분명 시작은 아이를 위한 읽기였는데,
언제부턴가는 아이보다도 나를 위한 읽기일 때가 많더라고요.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동시에 나에게 줄 수 있는 소중한 선물♡
좋은 그림책 한 권 들여보세요~~

세상은 넓고, 훌륭한 책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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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이고 싶은 날
강심옥 외 24명 지음, 김민희 외 20명 그림 / 북극곰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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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읽는 내내 웃음을 짓게 되는 아이들의 시화집을 소개해 드릴게요~
심심산골 곡성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와 그림. 함께 보시겠어요?

 

 


 


 

<잘 보이고 싶은 날>은 곡성 길작은도서관 김선자 관장님이 독서 동아리 '다독다독'을 운영하며 만든 시화집이에요.
다독다독의 아이들은 시와 그림을 쓰고 그리는 '기술'이 아니라 시와 그림을 쓰고 그리는 '즐거움'을 배웠다고 해요.
아이들의 작품 하나하나에서 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빠는 스컹크

- 김민주 (6학년)

 

TV를 보고 있는데 안방에서
"민주야, 빨리 와 봐. 비밀얘기 해 줄게."
아빠가 동굴처럼 이불을 벌리고 있었다
"야호"
이불 속으로 막 들어 갔는데
뿌우웅 뿡! 뿡뿡!
아뿔사 독가스실이었다.

 

 

웃음이 절로 나지요?
여섯 살 꼬맹이에게 읽어주니 "뭐야!! 아빠 방귀가 독가스야!" 하면서 깔깔 웃더라고요^^

 

 

우리 동생은 무개념
- 김예슬 (6학년)

 

에휴
3학년인데 벌써부터
시험지에 비가 내린다.

 

 

 

단 세 줄의 시가 이토록 강렬할 수가! =ㅅ=
제목부터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는 솔직~하고 재미난 작품이었어요 :-)

 

 

꿈과 현실
- 김희정 (6학년)

 

오늘 짝꿍 바꾸는 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친구랑 돼서 오순도순
이건 꿈

이상한 애들이랑 되가지고 고생
이게 현실

오늘은 내 생일
집에 일단 들어오라는 부모님 말씀
왠지 핸드폰을 줄 것 같은 느낌
이건 꿈

집에 들어가서 김이랑 밥
밥 먹어~
이게 현실

 

 

이런 게 살아있는 시이고 문학이지 않을까요?
저도 아이들과 함께 시를 써보고 싶어졌어요~

 

 

 

 

더럽게 싫은 인생
- 김대한 (4학년)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아팠던 작품도 있었고,

 

 

 

 

★따들
- 김대한 (4학년)

 

애들아 욕 그만 써
★신들이 생각하고
욕 좀 작작 써
인생이 그따구면
너네 크면 어떡할래?
인생이 걱정되네

★따들 ★따들
영구 같은 놈.

 

 

 

솔직에서 한 단계 나아가 욕설까지 포함된 시도 있었지만, 저는 좋았어요.
예쁜 것, 아름다운 것, 그럴 듯 한 것만 문학은 아니니까요.
거칠고 서툴러도 내 마음과 생각을 글로 표현해보는 귀한 시간을 보냈으니.
이렇게 한 뼘 더 자라겠구나- 또 한걸음 나아가겠구나- 장하고 기특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3학년 아이들이 그린 친구들의 얼굴을 보는 재미도 쏠쏠,
나뭇잎에 적은 수업 후기를 읽는 즐거움도 쏠쏠~

 

 

몰래 먹는 아이스크림
- 김유하 (3학년)

 

엄마가 올까 봐 조마조마해서
맛이 안 느껴진다
아이스크림 껍질과 엄마의 숨바꼭질
끝나지 않는다
밤에도 하나 몰래 먹는다.

 

 

엄마가 올까 봐 조마조마 맘 졸이며 몰래 먹는 그 맛! 다들 기억하시죠?
저 또한 그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옛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들의 글과 그림 속으로 쏙 빠져들었네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이와 함께 시가 쓰고 싶어져요.
아이가 크면 셋이 나란히 앉아 시 쓰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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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슬금슬금 북극곰 이야기꽃 시리즈 1
이가을 지음 / 북극곰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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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도깨비가 그렇게 핫하다지요?
이미 종영을 했으니 요즘 화두로 꺼내기엔 벌써 늦은 감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웃님들 포스팅이나 기사로만 접했을 뿐 잠시 잠깐 화면도 구경을 해보지 못 해서
그 독하다는 '공유앓이'도 경험해보지 못 했어요.

공유가 도깨비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데,
그걸 보지 못 한 저로서는 '도깨비'하면 어릴 때 본 '꼬비꼬비'가 제일 먼저 떠오를 뿐!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쎄쎄쎄~ 백두~무궁~한라~삼천~!!
인간 소년 깨동이와 도깨비 꼬비가 두 손을 맞잡고 백두무궁한라삼천을 외치면 합체가 됐잖아요 ㅋㅋ
머리에 쓰면 투명 인간이 되는 도깨비감투가 아직도 기억이 나요~
팥죽을 먹을 때면 나도 모르게 "어! 이거 도깨비들이 제일 싫어하는 건데" 생각하게 되고 말이죠 ㅎㅎ

도깨비는 귀신 중에서 유일하게 공포보다는 친근함이 강하게 느껴져요.
무섭고 두려운 대상이라기보다는 재밌고 귀여운 친구 같은?

하지만 모든 도깨비가 다 그런 것은 아니죠.
아이들 책에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그려진 도깨비도 자주 등장하는데,

주로 우뚝 솟은 뿔, 부릅뜬 눈, 긴 어금니, 허리에 두른 짐승 가죽 (도깨비 팬티라는 노래도 있었죠 ㅋ),

손에 든 철퇴(뾰족뾰족 도깨비방망이는 너무 유명!)로 그려집니다.

 

도깨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혹부리 영감'이기도 한데요,
혹을 떼려다가 도깨비들에게 혼쭐이 난 혹부리 영감 이야기를 모르는 아이들이 있을까요?
혹부리 영감은 우리나라 교과서에 최초로 실린 도깨비 이야기인데,

놀랍게도 이건 우리의 전래동화가 아니에요. 일본의 전래민담이 일제시대를 거쳐 우리 이야기로 둔갑한 것으로,
'일본과 조선은 한 몸'이라는 내선일체의 잔재가 아직도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깨비'하면 떠올리는 모습 역시 일본의 요괴 '오니'를 형상화한 것이에요.

우뚝 솟은 뿔과 부릅뜬 눈, 뾰족하고 긴 어금니의 괴물 도깨비는 일본의 요괴 '오니'이지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전해져오던 진짜 도깨비가 아니랍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도깨비는 어떤 모습일까요?
한국의 도깨비는 뿔이 없고, 덩치가 크고, 온몸에 털이 많으며, 누렁이 냄새가 납니다.
바지저고리를 입고, 패랭이를 쓰고 다니며, 손에는 나무 방망이를 쥐고 다니지요.

 

무엇보다 도깨비는 사람을 좋아해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를 원하는데,
사람 골리기가 취미인 장난꾼이며 수수떡, 메밀묵, 술을 좋아하고, 밤새 난리 법석 노는 걸 즐기지요.

이런 도깨비의 모습과 특징은 아주 오래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는데,
이게 진짜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줘야 할 도깨비 이야기가 아닐까요?
이게 정말 살아있는 이야기니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이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추운 겨울날 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쑥덕쑥덕-
"아빠가 도깨비 얘기 하나 해줄까?"로 시작하면 딱 좋을 이야기.
듣는 것만으로도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이야기 소리에 쫑긋 귀를 기울여 한껏 집중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요.

살짝 들여다보시겠어요?


북극곰 출판사에서 야심 차게 기획한 이야기꽃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도깨비가 슬금슬금>입니다.

 


 


 

<도깨비가 슬금슬금>은 북극곰 출판사에서 만든 첫 번째 이야기책이에요.
북극곰의 그림책은 뭐 말이 필요 없죠. 좋은 책이 참 많은데요~

 

 

북극곰 그림책이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즐기는 예술 작품이라면,
북극곰 이야기책은 8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즐기는 상상의 만찬입니다.

 

 

캬아~~~ 너무 멋지죠? 8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즐기는 '상상의 만찬'이라니!!
북극곰 그림책이 예술 작품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므로, 북극곰표 상상의 만찬이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두 근반 세 근반,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깨비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니?
들어 봤다고? 그럼 도깨비를 본 적은?
에이, 어떻게 도깨비를 보냐고?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옛날에는 도깨비를 본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지 뭐냐?
지금 할머니가 된 내가 어렸을 적에 그때 이미 호호 할머니였던 우리 할머니는 도깨비를 몇 번인가 보았고 그 할머니의 할머니들은 아주 자주 도깨비를 봤다지 뭐니?

 

 

<도깨비가 슬금슬금>은 '책을 읽는다'보다 '이야기를 듣는다'에 가까운 책이에요.
혼자 읽어도 좋지만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책. 눈으로만 읽기는 아까운 책.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 좋은 책이지요~

이 책 속의 도깨비들은 무서운 요괴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사는 곳 아주 가까이에 살면서 사람들과 아주 많이 친해지고 싶어 하는 도깨비,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도깨비들인데, 도깨비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해요.

 

 

그 어떻게 어떻게가 뭐냐면
사람을 도와주되 골려주면서 도와줘야 하고
골려주되 다치게 해서는 안 되고
골려주면서 도와줘서 어떤 사람이 깜짝 놀라
"이게 뭔 도깨비 조화 속이랴?"
라고 하는 말을 천 번을 들어야 한다는 거지.

 

그래서 도깨비들은 밤이나 낮이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사람들 주변을 맴돕니다.
"이게 뭔 도깨비 조화 속이랴?"를 듣기 위해 사람들을 골려 대기 바쁜 도깨비들의 이야기!
궁금하시죠? ^^

책에는 총 7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밖에 모르는 도깨비 하나
씨름꾼 도깨비 어영차
수다쟁이 도깨비 와글와글
대장간 도깨비 뚝딱
물 도깨비 출렁출렁
옹기전 도깨비 와장창
한 가지 소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도깨비 하나는 자기처럼 하나만 아는 사람 돌쇠를 찾아 그 집 헛간에 숨어듭니다.
씨름을 좋아하는 도깨비는 술 취한 씨름꾼 아저씨를 만나 한바탕 씨름을 하고,
말이 너무 많아 도깨비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수다쟁이 도깨비 와글와글은 수다쟁이 할머니네 굴뚝으로 이사를 가지요.

 

저는 그중에서도 '대장간 도깨비 뚝딱'이 제일 재밌고 감동적이었어요.
만들기를 좋아하는 도깨비가 대장간에 들어가 벌어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히죽히죽 웃음이 나면서도 가슴이 뭉클-!

사람들을 생각하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일하는 대장간 아저씨와
자기가 가진 뛰어난 능력을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발휘하는 도깨비 뚝딱.
이 둘을 보니 '나는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왔던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가진 능력은 무엇일까?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재능으로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짧은 이야기가 전해 준 물음표를 들고, 오래오래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도깨비는 익살맞고 장난이 심하며 사람 가까이 어슬렁대다가 만만한 사람을 만나면 한바탕 골려주곤 하지만 절대로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도깨비는 재미있으나 무섭지가 않다.

나는 작가가 되고 나서 요즘 아이들에게는 아주 낯설고 거의 잊혀 가는 도깨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왜곡되고 비틀어진 도깨비 문화 속에서 잊혀 가는 우리 도깨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아이와 함께 즐기고 싶어 책을 읽어주었는데, 여섯 살 꼬맹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이 많더라고요.
아쉽지만 1-2년 묵혀두었다가 세 식구가 옹기종이 모여 앉은 어느 날 밤,
"엄마가 도깨비 얘기 하나 해줄까?"로 책을 펼쳐보렵니다.

긴 긴 겨울밤~ 도깨비 이야기 한 자락, 어떠세요?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맛있는! 상상의 만찬을 즐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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