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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슬금슬금 ㅣ 북극곰 이야기꽃 시리즈 1
이가을 지음 / 북극곰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도깨비가 그렇게 핫하다지요?
이미 종영을 했으니 요즘 화두로 꺼내기엔 벌써 늦은 감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웃님들
포스팅이나 기사로만 접했을 뿐 잠시 잠깐 화면도 구경을 해보지 못 해서
그 독하다는 '공유앓이'도 경험해보지 못 했어요.
공유가 도깨비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데,
그걸 보지 못 한 저로서는 '도깨비'하면 어릴 때 본 '꼬비꼬비'가 제일 먼저 떠오를
뿐!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쎄쎄쎄~ 백두~무궁~한라~삼천~!!
인간 소년 깨동이와 도깨비 꼬비가 두 손을 맞잡고
백두무궁한라삼천을 외치면 합체가 됐잖아요 ㅋㅋ
머리에 쓰면 투명 인간이 되는 도깨비감투가 아직도 기억이 나요~
팥죽을 먹을 때면 나도
모르게 "어! 이거 도깨비들이 제일 싫어하는 건데" 생각하게 되고 말이죠 ㅎㅎ
도깨비는 귀신 중에서 유일하게 공포보다는 친근함이 강하게 느껴져요.
무섭고 두려운 대상이라기보다는 재밌고 귀여운 친구 같은?
하지만 모든 도깨비가 다 그런 것은 아니죠.
아이들 책에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그려진 도깨비도 자주 등장하는데,
주로 우뚝 솟은 뿔, 부릅뜬 눈, 긴 어금니, 허리에 두른 짐승 가죽 (도깨비 팬티라는 노래도 있었죠 ㅋ),
손에 든 철퇴(뾰족뾰족 도깨비방망이는 너무 유명!)로 그려집니다.
도깨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혹부리 영감'이기도 한데요,
혹을 떼려다가 도깨비들에게 혼쭐이 난 혹부리 영감 이야기를 모르는
아이들이 있을까요?
혹부리 영감은 우리나라 교과서에 최초로 실린 도깨비 이야기인데,
놀랍게도 이건 우리의 전래동화가 아니에요. 일본의 전래민담이 일제시대를 거쳐 우리 이야기로 둔갑한 것으로,
'일본과 조선은 한
몸'이라는 내선일체의 잔재가 아직도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깨비'하면 떠올리는 모습 역시 일본의 요괴 '오니'를 형상화한 것이에요.
우뚝 솟은 뿔과 부릅뜬 눈, 뾰족하고 긴 어금니의 괴물 도깨비는 일본의 요괴 '오니'이지
우리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전해져오던 진짜 도깨비가 아니랍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도깨비는 어떤 모습일까요?
한국의 도깨비는 뿔이 없고, 덩치가 크고, 온몸에 털이 많으며, 누렁이 냄새가
납니다.
바지저고리를 입고, 패랭이를 쓰고 다니며, 손에는 나무 방망이를 쥐고 다니지요.
무엇보다 도깨비는 사람을 좋아해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를 원하는데,
사람 골리기가 취미인 장난꾼이며 수수떡, 메밀묵, 술을 좋아하고,
밤새 난리 법석 노는 걸 즐기지요.
이런 도깨비의 모습과 특징은 아주 오래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는데,
이게 진짜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줘야 할 도깨비 이야기가
아닐까요?
이게 정말 살아있는 이야기니까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이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추운 겨울날 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쑥덕쑥덕-
"아빠가 도깨비 얘기 하나 해줄까?"로 시작하면 딱 좋을 이야기.
듣는 것만으로도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이야기 소리에 쫑긋
귀를 기울여 한껏 집중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요.
살짝 들여다보시겠어요?
북극곰 출판사에서 야심 차게 기획한 이야기꽃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도깨비가 슬금슬금>입니다.
<도깨비가 슬금슬금>은 북극곰 출판사에서 만든 첫 번째 이야기책이에요.
북극곰의 그림책은 뭐 말이 필요 없죠. 좋은 책이
참 많은데요~
북극곰 그림책이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즐기는 예술 작품이라면,
북극곰 이야기책은 8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즐기는 상상의 만찬입니다.
캬아~~~ 너무 멋지죠? 8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즐기는 '상상의 만찬'이라니!!
북극곰 그림책이 예술 작품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므로, 북극곰표 상상의 만찬이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두 근반 세 근반,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깨비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니?
들어 봤다고? 그럼 도깨비를 본 적은?
에이, 어떻게
도깨비를 보냐고?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옛날에는 도깨비를 본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지 뭐냐?
지금 할머니가 된 내가 어렸을 적에
그때 이미 호호 할머니였던 우리 할머니는 도깨비를 몇 번인가 보았고 그 할머니의 할머니들은 아주 자주 도깨비를 봤다지 뭐니?
<도깨비가 슬금슬금>은 '책을 읽는다'보다 '이야기를 듣는다'에 가까운 책이에요.
혼자 읽어도 좋지만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은 책. 눈으로만 읽기는 아까운 책.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 좋은 책이지요~
이 책 속의 도깨비들은 무서운 요괴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사는 곳 아주 가까이에 살면서 사람들과 아주 많이 친해지고 싶어 하는
도깨비,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도깨비들인데, 도깨비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해요.
그 어떻게 어떻게가 뭐냐면
사람을 도와주되 골려주면서 도와줘야 하고
골려주되 다치게 해서는
안 되고
골려주면서 도와줘서 어떤 사람이 깜짝 놀라
"이게 뭔 도깨비 조화 속이랴?"
라고 하는 말을 천 번을 들어야 한다는
거지.
그래서 도깨비들은 밤이나 낮이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사람들 주변을 맴돕니다.
"이게 뭔 도깨비 조화 속이랴?"를 듣기 위해
사람들을 골려 대기 바쁜 도깨비들의 이야기!
궁금하시죠? ^^
책에는 총 7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밖에 모르는 도깨비 하나
씨름꾼 도깨비 어영차
수다쟁이 도깨비 와글와글
대장간
도깨비 뚝딱
물 도깨비 출렁출렁
옹기전 도깨비 와장창
한 가지 소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도깨비 하나는 자기처럼 하나만 아는 사람 돌쇠를 찾아 그 집 헛간에 숨어듭니다.
씨름을 좋아하는 도깨비는
술 취한 씨름꾼 아저씨를 만나 한바탕 씨름을 하고,
말이 너무 많아 도깨비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수다쟁이 도깨비 와글와글은 수다쟁이
할머니네 굴뚝으로 이사를 가지요.
저는 그중에서도 '대장간 도깨비 뚝딱'이 제일 재밌고 감동적이었어요.
만들기를 좋아하는 도깨비가 대장간에 들어가 벌어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히죽히죽 웃음이 나면서도 가슴이 뭉클-!
사람들을 생각하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일하는 대장간 아저씨와
자기가 가진 뛰어난 능력을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발휘하는 도깨비
뚝딱.
이 둘을 보니 '나는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왔던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가진 능력은 무엇일까?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재능으로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짧은 이야기가 전해 준 물음표를 들고, 오래오래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도깨비는 익살맞고 장난이 심하며 사람 가까이 어슬렁대다가 만만한 사람을 만나면 한바탕
골려주곤 하지만 절대로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도깨비는 재미있으나 무섭지가 않다.
나는 작가가 되고 나서 요즘 아이들에게는 아주 낯설고 거의 잊혀 가는 도깨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왜곡되고 비틀어진 도깨비 문화 속에서 잊혀 가는 우리 도깨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아이와 함께 즐기고 싶어 책을
읽어주었는데, 여섯 살 꼬맹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내용이 많더라고요.
아쉽지만 1-2년 묵혀두었다가 세 식구가 옹기종이 모여 앉은 어느
날 밤,
"엄마가 도깨비 얘기 하나 해줄까?"로 책을 펼쳐보렵니다.
긴 긴 겨울밤~ 도깨비 이야기 한 자락, 어떠세요?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맛있는! 상상의 만찬을 즐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