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굽은 팔 - 굽은 세상을 펴는 이재명의 삶과 공부
이재명이 말하고 서해성이 쓰다 / 김영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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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을 읽자마자 손에 든 책이 있으니 이재명 성남시장의 이야기를 담은 <이재명의 굽은 팔>입니다.
대한민국 70년 역사를 둘러봤으니 이제 대선 후보 한 명 한 명을 알아봐야지요.
신문 기사와 인터뷰가 제공하는 정보는 제한적이니 한 권 한 권의 책을 읽어보자 싶었어요.

이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인지, 어떤 철학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무엇을 위해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는지!
일단 뭘 좀 알아야겠더라고요~ 매스컴이 '보여주는'대로, 여론이 '이끄는' 대로,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내 소중한 한 표를 찍어댔다가는... 지금 같은 거지 꼴을 못 면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읽었습니다~~  간략하게 소개해 드릴게요. 함께 봐요 ^-^



공약 이행률 전국 1위, 청년 수당, 교복 및 산후조리비 지원 등 '복지 깡패'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이재명 성남시장.
SNS를 어찌나 활발하게 하시는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박근혜 게이트가 터지기 전부터 꽤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이에요.

저는 동생에게 이야기를 들은 덕분에 꽤 오래전부터 그의 이름 석자와 활약상을 알고 있었는데,
그의 가정사나 유년 시절, 성남시장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전혀 몰랐어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많았답니다.



 


1부 '나의 소년시대'는 이재명 시장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1964년 경상북도 안동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색연필도 챙겨갈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집이라 학교는 초등학교로 끝.
13살의 작은 소년은 중학교 진학 대신 소년공 생활을 시작합니다.


함석판을 자르고 접는 '샤링기(절단기)'는 위치를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손가락 따위는 아무 느낌조차 없이 날아가고 만다. 게다가 혼자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함석판은 무거웠다. 잠깐 실수로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걸 몇 번이나 봤다. 프레스는 위에서 무거운 게 떨어지니까 뼈와 살이 부서지고 샤링기에서는 잘려나간다. 샤링기에 토막 난 손가락에는 신경이 남아 있어서 튕겨 도망을 가버린다. 기계 밑에서 가까스로 손가락을 찾아 봉지에 넣고 뛰던 청년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잊지 못한다.


그의 청소년기를 꽉 채우고 있는 공장 생활을 읽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아슬아슬, 아슬아슬.
언제 손가락이 잘리고, 팔이 부서지고, 온몸이 기계에 끌려 들어가 흔적 없이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일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지는 그곳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내 가슴이 부들부들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전태일평전>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불구하고 큰 사고가 날까 봐 노심초사 걱정하며 페이지 페이지를 넘겼는데,


첫 번째 공장에서는 납과 염산을 들이마셨다. 내 나이 열세살이었다.
두 번째 공장에서는 붕산이.
세 번째 공장에서는 고무가 내 손가락에 박혔다. 청색 고무가루는 아직 내 몸에서 살고 있다.
네 번째 공장에서는 날카로운 함석들이 내 몸뚱이 곳곳에 자상과 흉터를 남겼다.
다섯 번째 공장에서는 팔목 뼈가 부러지면서 성장판을 잃고 이윽고 팔은 굽어버렸다.
여섯 번째 공장에서는 벤졸과 아세톤이 내 후각을 훔쳐갔다. 나는 냄새 못 맡는 사내가 되었다.



산업재해를 피할 수 있는 소년공은 없습니다. 모두가 다치고, 죽어가던 시절.
어린 그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내 마음은 세상 물적을 모르는 순진한 생각일 뿐이지요.

17살의 그는 장애인이 됩니다. 프레스에 팔뚝이 찍히는 심각한 사고였으나 치료조차 받지 않아요.
안 잘렸으면 일해야지요. 죽지 않았으면 일하는 게 당연한 거예요.
그는 사고의 심각성을 몇 년 뒤에야, 통증이 심해지고 손목이 뒤틀리기 시작한 뒤에야 의식하고,
징병검사장에서 첫 엑스레이를 찍어본 뒤에야 제대로 마주합니다.


몇 년 뒤 징병검사장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본 군의관이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이 새끼, 개판이구만."
그렇게 내 팔은 손목 관절과 함께 개판으로 굽어버리고 말았다.
한족 관절이 아예 없어서 근육으로 버티고 있을 뿐이니 아파서 팔운동을 하기도 쉽지 않다.
나는 한 손으로 넥타이를 매야 한다. 한쪽 손목뼈가 없으므로.


꿈도 희망도 없이 반복되는 공장 생활.

몇 번의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장애인이 된 몸으로는 공장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그는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해요.

중학교 검정고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 입학시험까지-
오로지 '공부'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이지요.


공장 일이 끝난 뒤 나는 단칸셋방 앉은뱅이 재봉틀 위에서 미적분을 풀었다. 밤이면 팔목 언저리에서 이윽고 통증이 번져왔다. 팔이 아프지 않았다면 내 진로는 많이 달라졌을 게다. 공부를 다짐해야 했던 건,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한 좌절도 있었지만 팔이 비틀어져서 몸을 쓰는 일로만은 살아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든 탓이었다.


그는 처절하게 공부에 전념했고, 1년 만에 중앙대학교 법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전과는 다른 삶, 진정한 나의 삶을 마주합니다.


나에게 대학시절은 진짜 '나의 대학'이었다. 나는 거기서 내 삶을 발견하고 변화했다. 그때 깨달은 공리가 바로 내 삶의 원리가 되었다. 공장 다니는 동안 나는 오로지 맞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언젠가 성장한 뒤에는 나도 때려가면서 권력을 부리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게 고작이었다. 그게 노예의 윤리라는 걸 완전히 깨우쳤던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5월의 광주를 만납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 그에게 광주는 '폭도'이고 '빨갱이'었다고 해요.
전라도 새끼들은 죽어야 한다고 욕을 하며, 어떻게 하면 더 욕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할 지경이었지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간 그해 5월, 철조망 위에 매달려 소리 지르는 학생을 보게 됩니다.
밧줄을 타고 건물 유리창 바깥에 매달린 학생을 봐요.
목 놓아 울먹이며 유인물을 뿌리다 전경에게 거칠게 끌려 나가는 학생을 보며,
그가 남기고 간 종이를 보며, 그는 비로소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권력과 언론에 속아왔던 나를 이제야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5월 광주는 나의 사회의식을 비로소 단련시켰고, 투박한 차림은 껍데기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 광주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한낱 개가 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광주는 나의 구원이었고, 나의 스승이었고, 내 사회의식의 뿌리였다.


SNS를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태도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정치권력, 언론, 돈, 조직과 싸워야 하는 시민의 유일한 무기는 '유인물'뿐이라는 걸 깨달은 거예요.

때로는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난도 받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를 '사이다'라고 합니다.
애둘러 말하는 법 없이 문제의 핵심만을 시원시원하게, 또 매우 간명하게 전달하는 데
정치에서의 '언어'를 중시하는 그의 태도를 2부 '공부모임'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저는 2부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과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인물의 일대기만을 다루는 여타의 자서전과 달리 최근 2년간 그가 하고 있는 공부모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게 아주 신선하고 유익하더라고요.

모인 날짜와 주제, 발제자와 발제 요약문, 그날 함께 나눈 토론은 물론-
해당 주제에 대한 이재명의 생각까지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어 단순히 이재명이라는 사람을 알기 위한 책에서 그치지 않고
정치와 경제, 사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안보, 노동, 젠더와 예술까지
다양한 분야의 핵심 이슈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제일 눈을 반짝이게 만든 부분은 역시 정치의 '말하기'를 논한 모임인데, 발제를 맡은 이해영 교수는 말합니다.
"정치는 언어 전쟁"이라고요.

"방어 말고 공격하라! 오바마가 이긴 이유다"

팩트와 프레임을 결합하면 유권자의 뇌뿐 아니라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어떤 팩트도 특정한 관점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대중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프레임 전쟁'이라는 말을 쓰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프레임을 사용하면 그 프레임에 걸려들고 맙니다. '나는 종북이 아니야'하면 종북이 되는 거고, '나는 빨갱이가 아니야'하면 빨갱이가 되는 겁니다. 대꾸하고 방어만 하다가는 지고 맙니다. 자신의 원칙과 가치를 자신만의 프레임을 가지고 계속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것이 핵심적인 메시지입니다.


'프레임'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정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우리 말로 바꾸자면 '틀'이라고 해야 할까요? 내가 만든 이미지를 하나의 틀로 상대에게 씌워버리는 전략인데,
예를 들어 김대중은 빨갱이라고 주장하며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버리는 거예요.
(프레임에 대한 설명은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 아주 잘 나와있으니, 제대로 알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그 책을 읽어보세요.)

정치는 언어 전쟁이자 곧 프레임 전쟁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여기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통한다는 것!
권력과 거대 자본을 지닌 자들은 우수한 인재를 더 많이 고용할 수 있고,
자기들이 만든 프레임을 단시간에 전국적으로 퍼트릴 수 있는 주류 언론도 갖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진보 진영보다 훨씬 능수능란하게, 보다 효과적인 프레임을 사용할 수 있고
이것은 곧 보수 진영의 성공으로 이어집니다.

이재명 시장은 이러한 문제점을 아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어요.
그의 가장 큰 장점이 여기 있다고 생각하는데, 단순히 이 문제를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치밀하게 구상하고 날카롭게 실천한다는 것이죠.


정치는 언어의 전쟁이다. 말 한마디에 승패가 좌지우지되니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을 때도 많다. 프레임은 끊임없이 유동한다. 상대방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수준에 머물러서도 안 되고, 상대의 용어를 그저 부인하거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어설픈 변명을 해서도 안 된다.

'무상복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언론 환경이 '무상'을 '공짜'라는 이미지로 바꿔버렸고, 야당은 궁색했다. "공짜 아니야, 공짜가 왜 나빠?" 하다보면 어느새 본질은 사라지고 밀리는 형세가 되고 만다. '우리가 낸 세금 우리를 위해서 써야 한다' 했어야 한다. 프레임을 새로 짜는 것이다.


이재명 시장은 '소신 있는 정책'과 '팩트에 근거한 적절한 언어 구사'가 자신의 강점이라 말합니다.
그는 늘 참모들에게 언어를 간명하게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고 해요.
대중은 양이 많고 복잡한 정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는 '간결하고 정확하게 정책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역시 정치인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왜 그토록 SNS를 활발하게 하는지 이해가 되시죠?






마지막 장에서 그는 '꼭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이 세상에서 꼭 한 가지만 해야 한다면…

그는 무엇을 선택했을까요?


책을 통해 확인하시라~~~!
개봉 박두~~~~


참고로..
그가 선택한 한 가지를 저도 희망합니다.
꼭 이번이 아니더라도, 꼭 그가 아니더라도, 꼭 거기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나는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고 싶다!"


여러분은 누구를 지지하시나요?
나의 소중한 한 표를 누구에게 주시겠어요?

이번엔 결코 대충, 끌리는 대로, 느낌적인 느낌으로 표를 던지지 않으렵니다.

대선후보들의 책을 열심히 찾아 읽으며 진지하게 공부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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