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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절망의 시대에 다시 쓰는 우석훈의 희망의 육아 경제학
우석훈 지음 / 다산4.0 / 2017년 2월
평점 :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루 읽는 편이지만 웬만해서는 손에 잡지 않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육아서]에요.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엄마라는 책임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를 느끼고 싶고, '엄마라면 응당 이래야 한다'는 무게를 얹어주는 책에 반감이 있는 편이라 육아서보다는 그림책과 동화책을 즐겨 읽습니다. 그림책과 동화책은 아이의 입장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거든요. 그런데 지난주, '육아'라는 두 글자가 들어가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어요.
"절망의 시대에 다시 쓰는 우석훈의 희망의 육아 경제학"
육아 경제학이라고?? 우석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저자 소개를 확인해보니 <88만 원 세대>를 쓰신 분이더라고요. 경제학자가 이야기하는 육아라니, 그냥 육아 이야기가 아니라 육아 '경제학'이라니 호기심이 확 생기잖아요? 경제학자가 쓴 아빠 육아서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를 펼쳐 읽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 아빠들은 언제까지 엄마들의 희생으로 아이를 키울 것인가? "
엄마들 마음에 쏙 드는 문제 제기죠? 이런 말을 하는 남자들이 더 많아져야 할 텐데 말이지요~ 책의 시작인 프롤로그가 16페이지. 분량이 꽤 되죠? 들어가는 말이 긴 책인데, 저는 이 서문이 인상적이었어요. 저자는 한국의 출산율과 출산 정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잘 아시다시피 OECD 가입국 중 최하치를 기록하고 있고, 정부가 하는 출산 정책들은… 뭐 딱 이런 느낌 아니겠어요? "뭐? 뭐래니~~~~"
저자는 출산율을 높이는 가장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은 첫아이를 낳는 데에 많은 정책 목표를 맞추는 것이 말합니다. 첫째를 낳아야 둘째를 낳고, 둘째를 낳아야 셋째를 낳으니까요. 하지만 정부는 셋째 아이를 낳는 데에만 정책 목표를 걸고 있어요. 이는 “숫자 갖고 하는 장난질이자, 전형적인 모양내기식 정책”이라 비판하며 “삽질하고 헛짓하는데, 순실이 측근을 돌보는데 까먹지 말고 첫아이에 대한 지원 방식과 보조금을 늘려야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것을 한 마디로 요약해요.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는 것"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대다수의 아빠들이 그렇게 살아갈 거라고, 책임과 스트레스를 한 아름 짊어지고 그 안에서 스쳐가는 행복을 부여잡으며 그렇게 살아 있고, 그렇게 살아갈 거라 말합니다. 그리고 풀어놓기 시작해요. 늦깎이 아빠가 경험한 육아의 치열한 세계에 대해서요~
본문은 생각보다 훨씬 사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요. 결혼 9년 만에 임신을 하게 된 후, 산부인과 검진부터 출산, 백일, 수면 전쟁, 돌잔치, 명품 아동복과 유모차, 배변 훈련, 어린이집, 영어 유치원 문제까지. 아빠 나이 1살에서 6살까지 경험한 이야기를 수더분하게 이야기하는데, 아빠의 입장에서- 그것도 평범한 직장인들과는 사정이 많이 다른 아빠의 이야기인지라 이야기 속에 푹 빠지지는 못 했어요. (유명 경제학자에, 인생의 4분의 1을 외국에서 지낸 아빠가 흔한 아빠는 아니잖아요?)
나도 모르게 수박 겉핥기 식으로 슥슥 넘기며 읽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공감대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아이 키우는 어려움은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아파 고생 중인 둘째 이야기도, 아이를 키우며 마주하는 나의 유년 시절과 부모에 대한 깨달음도 모두 공감하며 읽었지만 독박 육아와 산후우울증을 모두 거친 엄마 입장에서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였달까요? 책 속에 머리를 박고 집중하기보다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늘어지게 되는 책, 조금은 뻔한 느낌이요.
하지만 매우 흥미롭게 눈을 반짝이며 읽은 부분도 있었으니, 프랑스식 육아와 미국식 육아, 대한민국의 육아 비교! 국가 주도로 아이를 양육하는 프랑스와 달리 육아의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뒤집어씌우는 우리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짚어볼 수 있었고요,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영어 유치원 반대] 입장 또한 인상적이었어요. 그는 영어 유치원의 후덜덜한 비용과 상관없이 영어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선택을 하는데, 영어는 언제든 자기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배워 필요에 따라 사용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영어만 알면 뭐든 되는 그런 일은 없다' '영어는 그냥 도구일 뿐이다.'
저자는 말합니다. 영어유치원을 축으로 하는 유아 영어교육의 '자본의 논리'이자 '시장의 논리'라고요. 영어교육뿐만이 아니지요. 조기 교육, 선행학습, 창의력 교육 모두가 그래요. 돈이 되면, 팔리기만 하면, 이윤만 남는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자본의 논리!! 내가 중심을 바로잡지 않으면 이제 고작 다섯 살밖에 안 된 아이를 그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집어넣는 거예요. 그게 아이를 위한 선택이라 굳게 믿으면서 말이지요.
저자가 중시하는 것은 우리말과 숫자이고(경제학자답죠?), 그보다 더 우선시하는 것은 '사람은 다 같다'는 진실이에요. 이걸 이해하면 21세기에 충분히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최소한 자신은 지킬 수 있는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을 거라며 '사람은 다 같은 것'이라는 진실을 마음속으로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심성을 갖춘 아이로 키우고자 합니다. "돈도 실력이다" 같은 말은 감히 생각하지도, 할 수도 없는 심성과 상식을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것이지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모든 부모들이 이 질문 앞에 서서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가 중시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과 에티켓, 소통과 조율이에요. '나는 무엇을 가장 중시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의 최선은 무엇일까? 우리 가정의 진정한 행복은 어디서 올까? 그 행복을 위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필요한 돈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책을 덮으며, 우리 부부가 벌어야 할 '한 푼' 우리 부부가 써야 할 '두 푼'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 집에 필요한 한 푼과 두 푼은 얼마인가! 대한민국의 육아 정책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함께 고민해 보아요~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도 있었으나 육아도 내 일이라며 발 벗고 나서는 아빠들을 응원합니다. 이 책은 산전수전 다 겪은 엄마들보다 육아는 나 몰라라 뒷전인 아빠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넘쳐나는 엄마 육아서를 밀쳐내고-! 아빠들의 육아서가 가득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