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24
정희정 글.그림 / 북극곰 / 2017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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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그림책은 그림이 아름다운 그림책♡
상상하는 즐거움과 감상하는 즐거움을 한 아름 선물해주는 멋진 그림책이에요.

함께 읽어보시겠어요?
정희정 작가의 <킁킁>입니다.


step 1. 내용 읽기


꼬르르륵…
아 배고파... 배고픈 갈매기는 매의 눈으로 광선을 쏘며 물고기를 찾아다녀요.

킁킁! 킁킁!
어디서 냄새가 나는데~~ 물고기 냄새가 나는데~~~~



 

물고기 봤니?
아니.
근데 너는 누구니?
난 씨앗이지.

씨앗이라고?

분명히 물고기 냄새가 나는데….

킁킁! 물고기 냄새를 맡고 찾아간 곳에는 씨앗 하나만 덩그러니.
갈매기는 뒤를 돌아 발걸음을 옮기고 하루, 이틀, 시간은 흘러 흘러 작은 씨앗이 싹을 틔웁니다.

킁킁! 갈매기는 또 물고기 냄새를 맡고 날아와요.
하지만 거기엔 물고기 대신 나뭇잎이 있었어요.

이상하다. 분명히 물고기 냄새가 났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서는 갈매기의 뒤로 작은 나뭇잎은 무럭무럭 자라 커다란 나무가 됩니다.

그리고 나무에는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요.
킁킁! 물고기 냄새를 따라 갈매기는 또 나무를 찾아옵니다.

혹시 물고기 봤니?
아니.
근데 너는 누구니?
난 열매잖아.

분명히 물고기 냄새가 나는데….

그것참 이상한 일이에요.
왜 갈매기 코에서는 자꾸 물고기 냄새가 날까요?

그러던 어느 날.
달님도 꾸벅꾸벅 잠이 든 어느 날,



 

어어?!!!!!!!!!!
다 익은 열매에서 물고기가 나왔어요!!!
!!!!!!!!!!!!!!!!!!!!!!!!!!!!!!!!!!!!!!!!!!!!!

주렁주렁 가득하던 열매들은 사라지고,

오색빛깔 색색의 물고기들이 첨벙~~~~~

와! 물고기다!
혓바닥을 내밀고 군침을 흘리는 배고픈 갈매기♡
갈매기는 이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을까요?
갈매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 ^

step 2. 깊이 읽기


1. 씨앗에서 왜 물고기 냄새가 났을까?

킁킁! 배고픈 갈매기는 열심히 물고기 냄새를 따라가지만 거기에는 씨앗과 나뭇잎, 열매가 있을 뿐이에요.
씨앗에서, 나뭇잎에서, 열매에서 왜 물고기 냄새가 났을까요?
정답은 간단합니다. 그 나무는 물고기가 열리는 나무였으니까요!!
세상에나! 물고기가 열리는 나무라니!!!

보랏빛 탐스러운 열매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빼꼼- 고개를 내밀더니 하늘 높이 날아올라요~!
꾸벅꾸벅 졸던 달님도 정신이 번쩍 나는 이 장면! 이 그림책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명장면으로 손꼽고 싶습니다.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어른들 머리로는 참... 황당할 뿐이죠?
물고기가 나무에 열린다니 말이에요.
그런데요, 조금 생각해보면 이게 그렇게 이상하기만 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나무에 복숭아가 열리고, 사과가 열리고, 바나나가 열리고…
땅 속에 고구마가, 감자가, 당근이 자라는 일은 이상하지 않은가요?
저는 그것도 참 신기하고 신비롭더라고요.
'아니 이 작은 씨앗에서 어떻게 이렇게 커다란 수박이 주렁주렁 열릴 수 있을까?!'

작은 씨앗에서 시작되는 생명의 신비는 언제나 놀라운 일, 마법 같은 일이에요.
엄지공주가 태어나는 꽃잎도, 물고기가 열리는 나무도. 어딘가에는 정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상상.
정희정 작가의 <킁킁>은 우리가 잊고 있던 상상의 즐거움을 일깨워줍니다.




2. 어떻게 열매에서 물고기가 나왔을까?

그런데 왜 물고기일까요?
'돼지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니고, 갈매기도 아니고…  왜 하필 물고기지?'

열매에서 물고기가 나온 뒤, 갈매기는 강에 가득 찬 물고기를 보며 군침을 흘리고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찍- 찍- 시원하게 응가를 합니다.

갈매기는 물고기를 먹고, 물고기를 먹은 갈매기는 똥을 싸고, 똥이 떨어진 땅에서는 씨앗이 자라고,
씨앗이 자라서 나무가 되고,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고, 열매가 자라서 무엇이 나온다?

"물고기!"
이거 참 묘~~~하게 설득력 있잖아요. 정말 그래야 할 것 같은, 그게 당연한 것 같은~ ^ ^

자연의 순환, 연결.
먹고 먹히고, 내가 곧 음식이요 음식이 곧 내가 되는 자연의 섭리.
말로 설명하자면 어렵기만 한 주제를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넘치는 상상력으로 그려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여백이 많은 그림책, 들춰볼수록 진한 여운이 남는 매력적인 그림책입니다.



3. 팃낙한과 가이아, 알아차림의 중요성

어제 도서관 서가에서 팃낙한 스님이 쓴 <세이버>를 발견했어요.
건강한 삶을 위한 알아차림, 불교적 관점에서의 먹기를 소개하는 책인데, 스님이 제시한 첫 번째 과제가 '사과 명상'이에요.

사과 명상의 사과는 apple 먹는 사과랍니다.
지금까지 내가 진정으로 사과를 맛보고 있었는지 의문을 던져보고, 오로지 사과에만 집중해서 먹어보는 것이 명상 방법!
스님은 말합니다. "당신이 쥐고 있는 사과는 우주의 몸체입니다."

스님은 이야기해요. 당신이 쥐고 있는 그 사과가 경이로운 생명의 발현체라고요.
그것은 존재하는 모든 것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속에는 전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사과 하나는, 우리의 삶에 자양분을 제공해주기 위해 온 '우주의 사절'인 셈이지요. (「세이버」 틱낫한, 윌북, p.63)


 


 

<킁킁>의 물고기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림책의 이 마지막 페이지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더라고요.
물고기는 물에만 사는 동물이라고, 물속에서만 존재한다고 누가 한정 짓고 선을 그었던가요?

물속에서의 물고기, 하늘에서의 물고기, 땅에서의 물고기.
헤엄치는 물고기, 날아다니는 물고기, 걸어 다니는 물고기.

물고기 역시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전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물고기를 먹는다는 건 풍요로운 대지와 온 우주를 먹는다는 것.
자연과 세계의 다른 모든 것들과 밀밀하게 연결되는 것.
우리가 물고기를 보고 먹는 순간순간 이러한 진리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질까요?
불교적 관점의 웰빙, 붓다가 강조하는 알아차림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주에 읽은 책 <가이아>는 지구가 살아있는 거대 유기체라고 말합니다.
지구는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로써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거예요.
우리는 가이아의 부수 기관으로 현재는 가이아의 지성을 맡고 있으나(우리 몸속에서 뇌가 그러하듯)
필요에 따라 소멸되거나 변화할 수도 있으므로(맹장염에 걸리면 맹장을 떼어버리듯)
가이아의 일부분으로서 다른 종과 함께 공존하는 삶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죠.

잠깐만 다른 생각을 버리고 찬찬히 상상해보세요.
지구라는 거인의 일부분인 나. 발가락일 수도, 손가락일 수도, 좌뇌일 수도, 우뇌일 수도 있겠지요.
내가 맡고 있는 부분이 무엇이든, 나는 곧 지구이고 지구는 곧 나입니다.
나와 지구, 지구의 모든 생명들이 모두 '함께' 한 몸을 이루고 있다는 깨달음.

가이아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사과에 대해서, 물고기에 대해서, 우리 자신의 삶과 세계에 대해서 완전히 새로운 자각을 하게 됩니다.



4. 느껴지는 대로, 내 마음대로 - 그림책의 진정한 매력

저는 이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틱낫한과 가이아, 알아차림을 떠올릴 거예요.
자연의 섭리와 아름다움, 대지와 우주를 느끼며 감동하겠지요.
잊고 있던 진리를 다시금 깨달으며 더 감사한 하루, 더 충만한 하루, 더 풍요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게 그림책 <킁킁>이 담고 있는 주제일까요? 정희정 작가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킁킁>을 그렸을까요?
작가가 어떤 의도와 주제를 가지고 그렸든- 작품이 우리 손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 작품의 주인은 우리들, '독자'입니다.
내 마음 가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읽으면 되는 거예요.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이 책에 담긴 주제가 뭘까?
아이가 이걸 이해할까?
어떻게 하면 이 책에 담긴 교훈을 전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마세요. 설명하지 마세요.
엄마가 자유롭게 감상하세요. 아이가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 너머의 숨겨진 이야기,
눈에 보이는 글자 너머의 감춰진 세계를 찾을 수 있도록-
내 마음대로 읽고 느끼게 배려해주세요.

<킁킁>은 상상의 즐거움,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제가 최근에 <가이아>와 <세이버>를 읽지 않았다면, 전혀 다른 책을 읽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했겠지요?
책과 책이 만나 만들어내는 이런 인연의 고리♡♥
소중해요. 소중해~~ 이건 정말이지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매혹의 블랙홀!!
이 맛에 취한 저는 오늘도 바지런한 책 읽기를~!

운명처럼 얽히고 얽히는 책과 책의 만남을 즐겨 보세요~
오늘도 좋은 날, 책 읽기 딱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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