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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 모두가 행복한 경제
김태훈 지음 / 남해의봄날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별점:★★★★★
한 줄 평: 인간애를 기본으로 나눔을 실천한 기업. 성심당 같은 곳이 많아져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먹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성심당이 꾸는 꿈은 단순히 기업의 생존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성심당은 대전이라는 지역 사회,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의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갈등보다는 화합을, 배제보다는 포용을, 경쟁보다는 협력을, 축척보다는 나눔을 실천하며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내가 볼 때 성심당은 한 마디로 사회 프로젝트다.
자본주의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 성심당은 '모두를 위한 경제' 혹은 '시민 경제 '라는 새로운 대안 모델이 되고 싶어 한다.
그 꿈을 이루는 데 이 책이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면 책
책을 쓴 사람으로서 더한 영광이 없겠다.
저자 에필로그 중
작년에는 리뷰를 참으로 게을리했다. 글이란 것이 뚝딱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그 지난한 과정을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이 있었기에 리뷰를 써야 할 책과 마음에 담아 두어야 할 책의 구분이 가능해졌다. 이해되지 않는 책은 애써 쓸 필요가 없었고 쓸 수도 없었다. 분명 더 깊게 이해할수 있는 책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여기며 글쓰기에 부담을 조금 줄여나가고 싶다. 이러한 다짐이 당분간은 나의 글쓰기에 힘을 실어 줄 것이다.
성심당은 대전에 있는 빵집 이름이다. 임길순 대표가 1대 대표였고 지금은 아들 임영진 씨가 기업을 이어받았다. 임길순 대표는 1.4 후퇴 당시 마지막 배를 타고 거제도로 내려왔다. 그때 살아남은 감사함으로 여생을 남을 도우며 살겠다 다짐하게 된다. 거제에서 진해로 이주했고 결국 서울로 가 밥벌이를 하며 살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기차는 대전역에서 고장이 나서 멈추어 버렸다. 가족은 대전에 머물게 되었고 고아들의 아버지라 불렸던 오기선 신부로부터 밀가루 두 포대를 받게 된다. 임길순은 밀가루를 가족을 위해서 쓰지 않고 대전역에 천막 노점을 내서 굶주리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장사를 시작한다. 그것이 성심당의 시작이자 최고의 경영 목표이기도 했다.
"그가 먹는 장사를 시작한 이유는 엄밀하게 말해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먹기 위해서였다. 장사하다 남아서 나눈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꾸준히 나누기 위해 '부득이하게' 장사를 한 것이다. 장사를 위한 나눔이 아니라 나눔을 위한 장사였다." p64
성심당은 많은 우여곡절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빵집이다. 기술자들의 집단 잠적, IMF의 위기, 분점 사태와 부도, 엄청난 빚, 2005년 화재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고비와 갈등을 먹고 자랐다. 그때마다 임영진 대표와 그의 아내 김미진 씨는 나눔과 실천이라는 기치를 잃지 않고 고군분투하며 지역의 대표 빵집으로 성심당을 지켜냈다. (물론 직원들의 노고도 아주 크다) 국내 굴지의 기업과 해외 기업의 러브콜도 고사하고 지역의 자랑과 문화가 되고자 노력했다. 기업가이면서 돈벌이에 급급하지 않은 청렴한 정신을 가진 분들이었다. 험난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언제나 근본 철학을 잃기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빵 문화의 트렌드가 바뀌자 성심당도 능숙하게 대처해야 했다. 언제까지 아버지 대의 마인드만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나눔과 실천도 중요하지만 사회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의 이미지와 나눔을 강조해야 함을 깨달았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던 임대표 부부는 필리핀을 방문해서 포콜라레 새인류 학교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이 운동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톨릭 교회의 사회운동이다. 이곳에서 EoC (Economy of Communion-모두를 위한 경제)를 접하면서 성심당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 넣는 계기가 된다. 법고창신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고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공부를 멈추지 않는 부부가 존경스러웠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머리를 맞대어 지금은 400명이나 되는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성심당. 이직률도 한 자릿수를 기록할 만큼 안정적인 기업이 되었다. 성심당은 직원들을 한 가족으로 묶어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경영을 했다. 기업의 매출을 말단 직원까지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또한 한 가족 신문을 매주 발행하여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경연 대회를 통한 포상 제도 실시 중이다. 오로지 이익 창출을 위해 사람 위에 군림하는 기업이 아닌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노동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에 주안을 두고 있기에 지금까지 그 자리를 잘 지킬 수 있었으리라 느낀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고 전율이 자주 일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기업은 어떤 이미지인가를 생각해보면 그럴 법도 하다. 기계적으로 일을 하고 인간의 가치는 소외된 채 일한 지 오래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빵집들 사이에서 지금도 엄청난 매출을 올리며 건재할 수 있는 조건은 성심당 안에 모두 녹아 있었다. 사람과 사람의 정이 존재하는 직장. 인간소외가 없는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노력하는 자세였다.
"그 뜨거운 관심은 아마도 지금 우리 사회가 목말라 하는 그 어떤 것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언제 어떻게 떨어져 나갈지 모르는 불안한 사회, 한 번 낙오하면 다시 기회를 얻기 너무 힘든 위험사회, 그래서 구성원 간의 협동보다는 반목과 갈등이 조장되는 긴장 사회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동시에 함께 사랑하고 배려하면서도 얼마든지 안정된 일상과 경제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공동체 사회가 지금 이 땅에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성심당에서 보았을지도 모른다." -본문 중
돈보다 사람이 우선시 되는 사회. 타인의 행복을 위해 내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성숙된 사회. 어쩌면 그런 사회가 우리 곁에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기업을 경영하는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 책이 꼭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심당은 인간을 향한 조건 없는 사랑 그 자체였다. 어떤 것이든 불투명한 미래에 맞닿아 있는 지금. 이 책은 협력과 상생, 나눔이야말로 꺼지지 않는 최고의 가치이며 삶의 동력이라고 말해 주고 있다.





p45
그가 내건 간판 성심당은 엄밀히 말해 손님을 불러들이기 위한 광고판이 아니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기 위한 일종의 신앙고백이었다. ..그에게는 장사보다 장사가 끝난 뒤에 빵을 나누는 시간이 훨씬 중요했다.
p152
성심당은 전년 3월에 검찰청으로부터 받는 무혐의 처분을 근거로 상급 법원에 항소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배상금을 안 내는 것보다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p158
성심당이라면 가난한 이들이 주눅 들지 않으면서 동시에 부유한 이들도 초라하게 느끼지 않아야 한다.
p180-181
세금이야말로 사업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공적인 나눔이라고 믿었다. 그 세금이 사회기반을 만들고 복지에 사용되니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성심당은 그 성실성을 높이 평가받아 2011년 여름, 국세청에서 처음 제정한 '제1회 아름다운 납세자 상'을 수상하였다.
..
따라서 수익을 많이 남겨 후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사업 과정에서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p238
교황이 한국을 다녀간 지 1년이 지난 2015년 9월 3일, 가톨릭 대전교구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바로 가톨릭 평신도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인 ' 성 그레고리오 교황 기사 훈장'을 이날 영전이 받은 것이다. 이 훈장은 교회와 사회에 봉사한 실적이 특별한 평신도에게 주어진다.
에필로그 중
성심당과 이곳 포장마차들 사이가 각별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포장마차들이 장사에 필요한 물을 성심당에서 무상으로 마음껏 받아 쓰기 때문이다.
성심당 본점 1층 골목길을 보면 수도꼭지 하나가 바깥으로 나와 있다.
포장마차들이 맘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일부러 설치한 것이다.
성심당 골목길 포장마차들은 이렇게 30년 넘게 공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