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라이프
소니픽쳐스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한국에서는 어떤 제목으로 개봉을 했었는지 모르겠다. 암튼. SULTZER도서관에서 눈에 뜨이기에 빌려왔는데, 너무 잘 봤다.

월요일 - 첫장면이다. 옛날 학교 같은 건물에서 직원같아보이는 이들이 출근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무실에 들어서서 함께 청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서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존대말하고, 하 구분없이 걸레질이며 비질을 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장면 바뀌어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웬걸, 나이들어보이는 사람들이다. 출입구에서 이름에 따라 전표 같은 것을 받아 오는데, 무슨 결혼식이나 행사장에 왔나- 싶었다. 순번에 따라 작은 방에 들어가, 상담원 같아 보이는 직원 두어명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고 나서야 그들이 죽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수요일 해질때까지, 자기 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정하라는 요청을 받게 된 死者들의 심경과 추억 더듬을 참 담담하고 이쁘게 표현했다.

수동식 오래된 전화기, 컴퓨터나 심지어 타이프라이터도 아니고 수기로 적어나가는 개개인의 이야기들이, 낡은 배경과 어울려서, 이다지도 기발한 사후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친근하고 정감있게 만들었다.

화요일, 수요일 - 누군가는 아주 어린 아기 시절의 기억을 골랐다. 누구는 중학교 시절, 운전사 뒷편에 서서 버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인상깊었었다. 곱디 곱게 늙은 할머니는 천진한 웃음으로, 유치원 다닐 무렵 오빠가 사준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던 순간을 꼽았다. 디즈니랜드에서 자살을 한 십대 소녀도, 그저 말없이 꽃잎과 솔방울을 줍던 할머니도, 바람기를 주체 못하던 아줌마도, 일하던 클럽에 오는 손님중, 가방에 방울을 매단 아가씨를 짝사랑하던 젊은이도, 자신의 삶 가운데 어느 장면에 최고점을 매겨 넣었다.

목요일, 금요일 -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고르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지 않겠다-는 철없어 보이지만 나름의 자아가 뚜렷한 젊은이만 빼고, 심지어 무사평온하게 인생을 살아와서 고민하다가 결국 칠십여생이 녹화된 비디오를 돌아보던 할아버지도, 결혼 후 삼사십년만에 아내와 처음 영화를 보고 벤치에 앉아 정담을 나누던 모습을 찾아내었다. 그 모든 선택된 장면들이 세트로 꾸며지고, 영화로 찍혔다.

그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정하지 못하여 다음단게로 이동하지 못한 것이라는 사실과, 이쁘장하게 생긴 상담원 청년은 1차대전?전쟁에서 죽었기에 무사평온 할아버지와 동년배라는 것도, 그리고 할아버지의 아내가 실은 그의 약혼녀였다는 것도 밝혀진다.

토요일 -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영화를 보고, 관람실에 불이 들어오면, 그 영화의 주인공이 사라진 빈자리가 보인다. 그 가장 행복한 순간에 편집되어 존재하는 것이 어쩌면 천국인지 모르겠다. 순간을 포착하고 영원히 고정되는 사진처럼.

상담원 청년을 좋아하던 다른 상담원 아가씨가, 그 약혼녀의 필름을 찾도록 도와준다. 아마도 출병전, 해군제복을 입은 청년과 그 약혼녀가 벤치에 아무말 없이 앉아있던 때가 그 약혼녀가 정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음을 알게되고, 청년은, 그 약혼녀의 남편, 할아버지의 세트장에 아직 남아있는 의자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그곳 스태프들의 이해를 구하여 예외적으로, 살아생전이 아니라, 그렇게 그곳 벤치에서 생각에 잠긴 모습을 필름으로 찍고 사라진다.

월요일 - 결국 아무 순간을 정하지 않았던 젊은이가 추가된 스태프들이 새로운 한주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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