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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
스티브 비덜프 지음, 박미낭 옮김 / GenBook(젠북)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남자들은 더 이상 걸어 다니는 지갑의 역할에 머무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남자들이 느끼는 무게의 중압감,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힘들어도 내색하거나 해서는 안 되고, 문제가 있어도 혼자서 해결하는 것이 남자다운 태도라고 배우며 자라온 남성들. 그런 남성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그리고 그렇게 자라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아버지상을 남성상을 그려주는 책이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이란 책이 아닐까 한다.
지금의 아버지 세대들은 대부분 아버지의 양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늘 자신의 사소한 감정을 강하게 부인하고, 가족만을 위해 혹은 일에 우선해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외로워도 항상 당당한척 해왔다고 한다.
저자는 성숙한 남성으로 가는 일곱 단계를 밝혔다.
1. 아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자: 남자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어떤 점에 있어서는 그를 존경하는 마음을 품지 않고서는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없다.
2. 성생활의 성스러움을 찾아라.
3. 자신의 짝을 동등한 존재로 만나라
4. 자녀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라
5. 진정한 동성친구와 사귀는 방법을 배워라
6. 당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찾아라.
7. 자신에게 내재된 야성의 고삐를 풀어라
“남자에게는 다른 남자들이 필요하다. 특히 그를 축복하고 존중해주고 그에게 용기를 복 돋아주고 그의 잘못을 지적하며 그의 위상을 높여 줄 나이가 지긋한 그런 남자가 있어야 한다.” - 더글러스 질레트 [날개와 날개사이] 中 (DouglasGillette in wingspan)
“많은 남성들이 자신들이 무기력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죽는다. 그 고통이 얼마나 클 것인가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버지로서 한 가정의 기둥으로서 자식들과 아내에게서 무시당하는, 외로워도 어느 누구하나 손을 뻗어주지 않는 그런 존재로 죽어갈 때 그 얼마나 아버지의 마음은 외롭고 슬플 것인가. 그 속에 자식이 아버지와 대화조차 나누지 않는 것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난다. 친구들을 통해 도끼로 나무를 자르고, 낫으로 잔가지를 치는 일까지 몸으로 경험하고 어느 정도 익숙해 졌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일하며 “제가 할게요”라고 나섰을 때 아버지는 항상 “그건 그러는 게 아냐. 저쪽으로 가 다치니까. 시키는 것만 해”라며 짜증을 내셨다. 남자는 아버지로부터 어떤 부분에서건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아버지는 항상 내게 ‘모자란다’고 말만하시고 나를 인정하지 않으셨다. 좋은 결과가 있어도 매번 그것밖에 못하냐며 솔직한 마음을 숨기고 항상 질책만 하셨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서문에서 저자가 수많은 아버지들로부터 아들들로부터 여성들로부터 아버지의 역할과 남성의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고마워했다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는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버지”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있지만 항상 봐왔던 아버지의 움츠린 작은 어깨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얼마나 나에게 다가오기 위해 애쓰셨는지 그럴 때마다 왜 그리도 아버지를 매몰차게 거부했는지 눈물이 났다. 그것이 아버지만의 접근방법이었음을 왜 이제야 깨달았는지 가슴이 아프기만 하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버지께 이제 내가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책속에서 아버지가 자식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외로워한다는 말처럼 나의 아버지도 항상 외로우셨으리라. 이제 조금이라도 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만의 아버지상을 하나씩 정립해 가며 나의 아들에게 조금더 가까이 다가가는 멘토형 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책은 딱히 어느 누구에게 추천하기가 모호하다. 아버지로서는 자신이 아버지의 역할을 잘 했는지 돌아보게 만들고, 아들에게는 아버지의 역할과 앞으로 자신이 아버지가 될 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길을 밝혀주고, 여성에게는 남자란 단순히 성에 노예거나 강해야만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그 힘겹고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