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지음, 하현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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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물을 제자리에 돌려주기 위해 미지의 세계로 떠난 인디아나 존스 그리고 렘브란트의 발자취를 따라 보물의 흔적을 찾아 떠난 두 젊은 남녀의 이야기,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보물 찾기 과정의 흥미로움과 보물에 대한 탐욕을 가진 자의 최후가 아닐까? 



 

창문에 해적깃발 그림이 그려진 수건을 달았다. 저 해적 깃발을 단 배를 타고 세계를 누비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다른 해적과의 조우, 나를 쫓는 정규해군과의 싸움, 풍랑과 폭풍에서의 생존까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가 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해쳐 나가자는 의미로 해적깃발을 달아본 것이다. 

 

 타이밍이 맞아떨어졌을까? 인디아나 존스와 비슷한 모험이 담긴 한권의 책을 읽은 것이... 렘브란트의 그림으로 시작해 보물이 숨겨진 섬까지 찾아가는 두 남녀의 위험하지만 유쾌한 모험이 담겨있는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 “렘브란트의 유령” 

 

 부하르트가 발견했던 보물섬에서 도망치는 장면과 탈출하기 위해 수수께끼를 푸는 장면은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케 했다. 똑똑한 머리와 지식이 합쳐져 논리적으로 풀어가는 모습 그러나 ‘현실은 지식과 다르다’ 했듯이 한순간의 실수로 목숨이 위태로워진 것 까지 흥미롭게 읽을 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있었다. 

 

 2차 세계 대전으로 외딴곳에 떨어진 생존자들의 후손을 보호하기 위해 남은 부하르트, 그는 금은보화보다 세상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렘브란트가 발견했던 보물이 가득한 집을 버리고, 미지의 보물섬에 남아 모험가로서의 삶을 살려는 부하르트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발견하고 부하르트라는 인물의 뒤를 쫓다 2차 대전 당시 보물의 행방과 정화 제독의 숨겨진 보물에 관한 얽히고설킨 보물찾기의 과정들, 약간은 어설픈 보물찾기 소설에 깊지 않은 추리과정이 담겨있지만 내용 자체만으로 모험 이야기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동안 만난 자기계발서 책들에 실망을 많이 했는데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난 거 같다. 

 

 아직도 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였던 바다에서는 보물선을 찾는 무리들이 남아있다. 독일이 수많은 금괴와 문화유산이 담긴 배를 어디론가 숨겨뒀다는 설, 일본이 전쟁 자금으로 마련해둔 금괴의 행방까지 신빙성도 높고 구체적인 위치까지 나오고 있지만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렘브란트의 유령에서처럼 어느 이름 모를 작은 섬에 히틀러만의 제국을 만들고 황금으로 도배된 지하 유적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닥터 존스가 말한 말이 인상 깊다. “고고학자가 되고 싶은가? 그러면 당장 도서관을 벗어나도록 하게!” 

 

 가볍게 읽자 그리고 보물을 찾아 떠나는 상상 속에 빠져보자. 외딴 섬에 홀로 남은 여주인공처럼 내가 보물섬에 홀로 상륙했다면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 고민해보자. 불은? 의식주는? 뱀과 해충 그리고 동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보며 읽으면 훨씬 즐거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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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미술의 비밀 -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해부학 연구
마르셀로 G.지 올리베이라 외 지음, 유영석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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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미술의비밀- 천재적예술가의 혼

책을 읽는 모습을 본 친구가 곁에 와 묻는다. “어.. 미켈란젤로면. 피자 좋아하는 닌자거북이 아니냐?” 라며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던진다. “이런 바보 녀석”이라고 말하며 “미켈란젤로는 말야~” 라고 운을 띄우지만 생각보다 나 역시 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최후의 심판’그림과 조각상 ‘다비드’정도. 단지 유명한 인물, 대단한 예술가라고만 기억하고 있었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무지한 친구를 욕할게 아니라 나부터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책의 프롤로그를 읽는 즉시 인터넷을 뒤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를 찾았다. 책속 사진보다 훨씬 웅장하고 화려해 보이는 그림이 전면과 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에 무척이나 놀랐다.

 이 그림을 전부 혼자서 다 했단 말인가? 그것도 바닥에서 그림을 그려 천장에 올린 게 아니라 저 높은 천장에 고개 들고 그림을 전부 그렸다는 게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는다. 천재는 다른가보다.


“내가 우쭐하며 즐겼던 세상 사람들의 부질없는 칭찬만큼이나 그 질투도 두렵다. 나는 아무도 걷지 않았던 길을 향해 홀로 걷는다.”  - 미켈란젤로의 소네트 중


 나 같은 미켈란젤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앞부분에 미켈란젤로의 예술가로서의 발자취를 설명해줬다. 그 속에 책의 핵심인 그의 해부학과의 인연이 담겨져 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무리를 해서까지 사체 해부를 통해 인체를 묘사해 냈던 미켈란젤로. 자료를 전부 불태워버려 남은 게 별로 없기에 아쉽다. 책속 그림들의 세밀함에 또 한 번 놀랬다. 피부의 심줄, 혈관까지 자세히 나와 있는 그 그림. 그래서일까 미켈란젤로의 조각과 그림의 주인공들의 근육과 핏줄까지 너무나 생동감 있다.

 염소 뿔을 달고 있는 모세의 조각상에는 손의 핏줄까지 세밀하고 표정과 옷의 주름까지 생생하게 표현해 냈다.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인물들은 각기 고립되어 있다.  각 장면들 간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며 그 화려하고 장엄한 벽화가 어떤 연계성이 있는지 아무도 밝혀내질 못했다고 한다. 그 속에서 저자는 인체 해부학적 관점에서 미켈란젤로의 의도를 풀어나간다.

 그림 속 주인공들의 시선과 가리킴, 행동을 통해 신체의 부위를 연상시키고 그림 속에 그 부위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심장에서 척추 뼈, 귀 연골, 생식기까지 그림 속 인물들과 소품으로 인체 곳곳의 모습을 묘사해 낸 것이다.

 창세기의 과정을 그린 벽화 속에 신체부위를 넣고 그림속 주인공들로 그 부위를 연상하게 만드는 세 가지를 한꺼번에 담은 그림을 천장 가득 그려낸 그의 천재성에 감탄하고야 말았다.

대단하다. 조각, 회화, 의학에 이어 시까지.. 천재는 그 능력을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것인가? 주머니속의 송곳은 튀어나오기 마련이라는..말처럼 그의 천재적 능력은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미켈란젤로를 가만히 두지 않고 조각에 건축에 그림까지 부려먹은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조각이야 말로 회화의 길을 밝혀주는 등대라는 생각을 한시도 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나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화가라고 회화에 비해 조각을 더 못하는 것도 아니며, 조각가역시 조각만큼이나 회화도 잘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시스티나 천장벽화를 보면 목이 아파 10분 이상 쳐다보질 못한다고 한다. 그런 그림 속에 담겨진 미켈란젤로의 숨은 의도를 이 책은 하나씩 밝혀내고 있다. 천장 벽화를 사진으로 자세히 볼 수 있으며 숨겨진 인체해부그림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왜 미켈란젤로는 그림 속에 인체 해부도를 넣었을까? 신에 대한 도전일까? 저자의 추측처럼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알기에 그려 넣은 걸까?


“조각은 물질을 제거함으로써 예술가의 머릿속에 착안된 관념과 구상을 대리석 내부로부터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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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 싸운 바다 한려수도 - 개정 증보판
이봉수 지음 / 새로운사람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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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싸운바다 - 위대한 업적을 찾아떠나는 여행


“4월 28일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 100명에게 물으면 한 두 어명 답할 수 있을까? 4월 28일은 빨간 날도 아니라 사람들은 기억조차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그날은 아주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바로 왜놈들로부터 망해가는 나라를 구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인 것이다.

 얼마전 남해바다 섬들을 연결해 만들어진 연륙교를 지났다. 이순신 장군이 수군을 이끌고 전쟁을 치루었을 그곳, 지나치면서도 이곳이 역사적 현장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맛있는 회집만 찾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라 책을 읽는 내내 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책은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던 조선 수군과 왜군이 싸웠던 전장이 어디인지 자세하게 묘사해 주었다. 우리가 관광으로 지나쳤을 곳에서 역사를 바꿀 전쟁이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흔적을 찾아 어렵게 찾아간 그곳 전투에 나서기 위해 훈련했던 수군본영 등이 이제는 그 흔적조차 남겨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사람들 사이에선 잊혀 진 옛 이야기를 기억하고 계시는 어르신들, 의병으로 활동하던 백성의 후손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우리의 역사의 기록은 이어져 왔던 것이다. 그렇기에 조선 수군의 전쟁터와 이순신 장군의 행적을 기록하는 저자의 노력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공감하게 되었다. 아직도 그 피해자가 두눈을 뜨고 있는데 위안부는 스스로 원해서 했던 일이라는, 백두산이 중국땅이라는 이런 망언과 역사왜곡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위대한 업적이 조금씩 기록에서 사라져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스스로 역사를 포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3년 중 매년 4월 28일만 되면 진주에서 사천까지 행군을 해야 했다. 이순신 장군탄신일을 맞아 호국이념을 가슴에 새기자는 의미로 시작된 행군,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이걸 왜 하냐’며 푸념도 늘어놓았지만 완주했을 때의 뿌듯함은 지금도 기억속에 남아있다. 평생 동안 4월 28일은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날이며 나 역시 고통의 길을 걸으며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며 호국정신을 기리는데 동참했다고 마음속 깊이 기억할 것이다.




 얼마 전부터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 재방송을 케이블채널에서 방영하고 있다.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능력을 중시했고, 정치와는 무관한 오직 나라와 백성만을 생각하며 병법에서 말하는 유비무환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었던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속 깊이 새겨져왔으며 책 속의 격전지의 지도를 보며 어떤 전술을 사용했을 지 유추해 보기도 했다.




 자주 찾아가는 다대포 몰운대에 녹도만호 정운의 죽음을 기리는 비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 수군과 육군이 연합작전으로 수군의 상륙작전이 최초로 시도되었음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순신이 백의종군하는 사이 목숨을 잃은 원균. 한 목 없는 장군의 시신을 묻었다는 곳에는 풀만 가득하고 그 진위조차 알 수 없다는데 아직도 원균의 혼은 남해바다를 떠돌며 적을 살피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발굴 작업을 통해 넋을 기리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신에게 전함 12척이 있습니다. 죽을힘을 다하여 싸우면 아직도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전함은 적지만 신이 죽지 않았으므로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가슴이 찡해온다. 자신의 목숨보다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고 병든 몸을 이끌고 나아가 12척으로 300척이 넘는 일본 함선을 맞아 대승을 거둔 명량해전은 가슴 벅차며 백성과 군 모두가 하나 되어 이루어낸 쾌거가 아닐 수 없었다.



“병법에 이르기를 전쟁에 임하여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살고, 살길만을 찾고자 하면 죽는다. 必死卽生 必生卽死라 했다. 한명의 병사로도 길목을 지킨다면 천명의 적도 두렵게 할 수 있다 하였으니 이것은 곧 오늘의 우리를 두고 한 말이다.”



현지 주민들조차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이순신 장군의 전쟁터였고 조선의 마지막 등불인 조선 수군이 쉬었던 장소임을 알지 못한다.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혀 져 가는 역사를 옛 문헌과 지도 그리고 현재의 모습과 비교해 상세한 전술을 덧붙여 흥미롭게 만든 이 책은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주었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를 우리 손으로 지워버릴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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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 2009-06-0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영 한산도 제승당, 세병관, 착량묘 등을 다녀오며 추천받은 책이었습니다~
리뷰를 보며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디오스 2009-06-09 11:3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잊고 있었던 우리의 역사를 다시금 깨우쳐주는 책이었습니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 꿈을 품은 모든 여자가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는 법
이지성 지음 / 다산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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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 ‘여자가 어딜 나서?’ 라는 인식을 깬, 남성 우월주의 속에서 철저한 실력과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그녀의 이야기. 무척이나 궁금했다. 과연 어떻게 하면 권위주의와 차별이 그리고 무한 경쟁이 있는 정치권에서 살아남고 오히려 전 세계 수많은 여성과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일까?




 책을 읽고 느낀 것은 독한 여자라는 것. 그리고 무서운 여자였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고, 어린 시절부터 독서와 토론을 통해 자신만의 신념을 키워나간 힐러리. 철저한 계획과 전략으로 남자를 유혹하고, 타인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애쓴 그 모습, 무섭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힐러리의 삶에 순수함이 과연 있을까?’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힐러리가 정치권에 발을 내밀며 부터의 행적은 힐러리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과연 우리나라 여자들이 힐러리처럼 된다면 괜찮을까? 똑 부러지게 일처리 하는 능력,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획력과 추진력, 음지의 사람들을 보듬을 줄 아는 모습까지 리더가 갖추어야 할 요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인격적인 측면에서의 힐러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의 노력과 태도는 배워야 할 부분이다.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 태도, 스스로를  희생하며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들은 존경받기에 충분한 모습들이다. 주변의 멘토를 이용해 스스로를 키워나간 자세 또한 스스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았다.




 바른 신념과 용기 그리고 사람을 포용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힐러리. 그녀의 리더십을 가진 수많은 여성들이 정치와 경제에 등장해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줬으면 좋겠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음이 수평을 유지하는 사람이 되어라”

“여자들은 보통 공격을 당하면 참는다. 문제가 더 커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책을 무시무시하게 많이 읽는 여자가 되라”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가진 당당한 여자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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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 마음을 얻는 지혜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2
조신영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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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한권의 책을 읽었다. 책장 한편에 자리 잡고 오랫동안 먼지만 쌓여있던 책을 꺼내 읽었다. 언젠가 꼭 읽어야지 마음먹고 있던 책을 새벽 무렵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무엇인가에 끌리듯 책을 꺼내어 스탠드를 켜고 조금씩 읽어갔다.


 경청. 남의 말을 귀담아 들어라, 남의 말에 맞장구 쳐야 호감도가 상승한다, 남의 말을 들을 줄 알아야 성공하는 리더다 등등 경청의 자세에 대해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듣는 습관을 아름답고 깊이 있게 묘사해 준 글은 처음 만난 것 같다.


“마음을 텅 비울 때, 비로소 상대방과 대화할 준비가 되는 법이죠. 그렇게 되면 대화 속에서 진실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주인공이 죽음을 앞두고 깨달았다는 동정심을 자극하는 내용이 아니라 듣는다는 것 남의 말에 귀 기울인다는 것에 대한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산속 초가에서 노인과 나눈 대화는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문답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마음을 비운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스스로를 돌아보면 답이 나온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대화 이전에 그 사람과의 관계를 따진다. 친한 정도, 평소 그 사람의 행동, 말투와 억양까지 저 사람은 이렇다 하는 생각 속에서 대화를 나누면 아무리 경청의 태도를 지닌다 해도 흘려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누구에게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는 법이오. 상처받을까봐 두려운 게지.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은 꼭꼭 숨겨놓은 채 마음에도 없는 말들만 늘어놓게 되는 거 아니겠소?”

 

나는 과연 마음을 비우고 타인의 말을 듣고 있는 걸까? 말을 하기보다 자주 듣는 편이라 생각했지만 나 스스로가 힘겹고 지친 요즈음 타인의 말을 들으며 내 처지와 비교해 보며 때론 개인적인 감정을 담아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대답하는 내용 역시 형식적이거나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해 무엇이 내 진심인지 알 수 없게 돼버렸다. 듣는 것도 형식적인 행동일 뿐, 타인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열게 하는 능력도, 나와 대화를 하면 편해져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형식적인 대화로 바뀌어버린 듯싶다.


 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경청의 힘은 정말 얻기가 힘든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그 사람의 행동과 내면까지 꿰뚫어보며 말을 들어주는 능력 경청의 힘. 겉치레로 포장된 말이 아닌 진심어린 이해의 마음을 담아 타인의 말을 들어야겠다.

 

 너무 진지하게만 들어준다면 매번 심각한 대화로 빠지기 쉬우니 적당한 유머로 대응하는 방법과 적절한 맞장구를 쳐줄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자세도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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