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탐정 정약용 1
이수광 지음 / 산호와진주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보고 나서 이책을 접했을 때 영화속 주인공 김명민의 모습이 바로 정약용이 아닐까 싶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넌지시 영화의 흥행을 빌미로 억지로 만들어낸 책은 아닐까 했는데 중국의 포청천만큼 명 판관이며 명 수사관이었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어보았기에 어떻게 정약용이 이야기를 풀어갈지 기대를 하며 읽게되었다.
성군인 정조의 시기지만 이면에는 온갖 정치적 추악함이 난잡한 곳에서 명판관의 의지대로 뜻을 이룰수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은 정약용이 지은 [흠흠신서]와 [조선왕조실록]에서 자료를 모아 재구성한 소설이다. 이책의 아쉬운점은 시간 순서보다는 사건들 중 굵직한 사건들을 엮어 만들다보니 시간대가 오락가락하며 점프하기도 해서 연결성이 떨어지기도 한다는 것. 다만, 결국 최종 목적은 한명의 진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심이기는 한데.. 이런 사건 중심으로 움직이다보니 집중도는 상당히 떨어트리고 만다.

그래도 책을 읽는 동안 좋았던 부분은 조선의 도도하고 꼿꼿한 선비 정약용이 아닌 인간 정약용을 만날수 있음과 우리 민초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억울하게 죽어간 민초들의 영혼을 달래고, 권력이나 양반이란 허울하에 칼을 휘두르는 이들을 처단하기 위한 당당한 싸움. 특히나 정약용 주변 인물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가 엄격한 선비이자 판관임을 느낄수 있다.

그를 사모하는 계집이나 사내인척하며 생활하는 오작인 여리. 이미 결혼한 아내가 있는 정약용이 여리로 인해 흔들리는 마음과 오직 정약용만을 사랑하는 여리의 극단적 선택. 권력을 쥐고있는 범인이 권력과 힘을 이용해 그의 수족인 여리와 장영달, 이여철 등을 없애려 하는 과정들은 사건의 깊이를 더해주며 손에 땀을쥐게하는 흥미를 유발한다.

진실에 대한 판단 vs 임금에 대한 충심과 명령 사이에서 고민하는 정약용의 고뇌도 엿볼수 있다.

"정약욕은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아아..내가 임금의 판부를 뒤집은 것이 잘한것인가. 임금의 판부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뒤집는 것이 신하된 도리가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임금에게 죄를 지었다고 할수 있다. '법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법관이 아니다.'"

추리소설처럼 하나의 사건을 던져두고 사건을 하나씩 파헤쳐 가는 설정이며 설화나 귀신이야기같은 그 시대적 특성에 맞춰 이야기가 재현되니 흥미롭다. 일부에서는 영화의 흥행에 맞춰 역사적 사실을 접목해도 전혀 맞지 않는 설정까지 억지로 집어넣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약용이라는 한 인물의 인간적인 모습과 냉혹한 판관, 똑똑한 관리 그리고 나약한 한명의 남자로 그려지고 있어 만족스럽다.

"왜 소녀를 거두어 주지 않으십니까? 소녀가 그토록 싫은 것입니까?"
"나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게 될 것이다. 너까지 죽게할 수 없다. 그러니 떠나거라. 다시는 너를 보고싶지 않다."

"농토를 잃은 수많은 농민들이 유민이되고 떠돌며 구걸행각을 하다 찬바람이 불면 길거리의 낙엽처럼 쓰러져 뒹굴었다. 백성들이 굶어죽고 얼어죽었다. 그러나 조정대신들의 눈에는 백성들이 보이지 않고 그들의 권력만 보려한다. 이것이 정치란 말인가"

1권보다 2권이 훨씬 깊이가 있고 정의로운 정약용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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