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흥미롭게 읽힌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하루 아침에 낯선 나를 발견하고, 낯선 아내, 딸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마치 내가 다른 사람의 껍데기를 쓰고 생활하듯 그동안 습관처럼 지내왔고 만나왔으며 교류해 왔던 사람들 모두가 낯설게 느껴지면서 부터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도플갱어는 아닌지, 누군가 나를 시험체처럼 다른 이의 기억을 심어주듯 테스트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된다.

단 사흘. 사흘동안 모든것이 낯선 모습으로 느껴지는 남자.

이 주인공의 심리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현실 탈피 혹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듯 했다. 새로운 자극을 찾고, 조금 더 색다른것을 찾으려는 심리가 은연중에 깔려 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매일 매일 똑 같은 삶에 질려 낯선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모습을 풍자한건 아닐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일상의 평범하고 똑같은 삶이 낯선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당혹스럽고 어색해 하며 또한 평소 친하다 생각했던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우리를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낯선 냉정함과 이질감을 느끼는 그 순간의 외로움과 심각한 고립감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다.

"남편의 가면을 쓴 남자와 아내의 가면을 쓴 여자는 무도회가 끝난 후 가면을 벗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소매치기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절도범처럼. 낯선 골목에서 여인들의 목덜미에 이빨을 들이대고 피를 빤 후 다시 관 속으로 들어가는 흡혈귀 처럼"

결국 도플갱어의 자신을 만나 도플갱어인 자신의 또 다른 아내에게서 위안을 얻고 다음날 진짜 자신의 아내에게서 이질감을 느끼며 결국 인생의 연극을 하기로 결심한다. 마지막이 조금 허무하게 끝나긴 했지만 현실의 우리를 비꼬는 듯한 시선으로 우리의 모습을 k라는 책속 인물로 표현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적당한 긴장감과 묘한 상상력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다. 끝은 약간 허무하지만 과정이 흥미로운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