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5천만 원의 전쟁
이종룡 지음, 곽성규 구술정리 / 호랑나비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건가? 언제까지 도망치고 살 것인가? 우리에게는 더이상 도망갈 곳도 절망할 시간도 없다. 지금이 바로 절망과 한판승을 벌일 때다.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한 VJ프로에서 어떤 남자를 소개했다. 하루 7개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잠도 2시간 이상 자지 않고 보일러실에서 쪼그리고 잠시 자고,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차에서 뛰쳐나가 종이를 주워 짐칸에 실는 남자, 신발은 닳고 차량 의자는 이미 닳아 구멍이 났으며 졸릴때면 차 지붕에 올라 고함을 지르며 독하게 살아야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지나간 어제를 후회한다고 해서 달라지는건 없다. 미래를 생각해봐야 괴로울 뿐이다. 길게 생각하지 말고 오늘 하루만 생각하자." p.17


이 책은 아르바이트만으로 3억이 넘는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는 책이 아니다. 아르바이트로 3억을 벌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도 아니다.

썩지도 않은 생 송곳니를 펜치로 양쪽 모두를 뽑아 내며 그 고통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렇게 이를 뽑은것은 자신의 의지를 다지기 위함이며 자신을 용서하는 길이라고 외쳐야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송곳니 하나는 빚으로 도망다니며 고생시켜야 했던 아들과 아내에 대한 지난 10년의 용서를 구함이고 다른 송곳니 하나는 남은 10년동안 빚을 갚고 인생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라는 스스로의 다짐을 위함이라 했다.

와신상담을 이런 경우라 해야할까? 얼마나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고 괴로웠으면 생니를 뽑아서까지 자신의 의지를 다지고 확신시키고 싶었을까?

자기는 멍청하고 어리석어서 이를 뽑았다고 말하지만 3억이 넘는 빚을 지고 도망다니는 입장에서 정말 피를 삼키며 재기를 위한 다짐이자 약속을 한 것이다.
 
나약해져가는 나에게 핵폭탄급 주먹으로 한대 날려준 장면이다.


'잃어버린 신용을 아르바이트로 매꿨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1분 1초의 치열함'  이 바로 그의 삶을 대표하는 말들이다.

어떤이에게는 10분 상담으로 몇백만원을 버는 사람도 있다. 그에게 10분은 빚을 갚을 돈을 버는 시간이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켜야 할 약속의 시간이며 하루의 피곤함을 잠시 풀어줄 잠깐의 잠을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에게 10분은 엄청나게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책은 투박한 어투로 진행된다. 왜 자신이 이렇게 할수밖에 없었는지, 1분 1초를 아끼며 효과적으로 하루를보내며 돈을 벌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사람을 대함에 있어 어떻게 해야했는지 나와있다. 이책을 읽고 나면 나 자신의 1분 1초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반성하게된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사람을 무시하고 있는건 아닌지 고민하게된다.


 책을 덮고 차가운 새벽공기를 마시러 밖으로 나갔다. 이른 새벽부터 종이를 수거하러 오는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도 들려오고 새벽 시장으로 나가는 앞집 부부의 발걸음 소리도 들려온다.

빚을 갚는 자신이 불쌍하다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현실에 충실했던 이종룡씨의 삶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삶과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줄 것이다. 삶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싶다면 이책을 읽어볼 것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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