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
김영미.김홍길 지음 / 북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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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소말리아에서 납치된 것이 배가 아니라 비행기였다면, 뱃사람이 아니라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아무 조처 없이 내버려두었을까.”
 

 ‘바다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김영미,김홍길)’은 조선족 출신 선원 김홍길씨의 일기를 바탕으로 소말리아 근해에서 납치된 동원628호의 납치 상황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거기에 직접 현장을 찾아가는 김영미PD의 시선을 통해 얼마나 소말리아가 위험하며 선원들의 납치가 단순한 몸값 요구를 떠나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결혼을 앞두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배를 타고 먼 바다, 저 먼 소말리아까지 간 선원들. 소말리아 정부로부터 조업허가를 받아 조업을 했으나 어린 시절부터 글을 배우기보다 총 쏘는 법과 마약 풀 씹는 것을 먼저 배운 해적들에게 조업허가증은 쓰레기에 불과했다.

 

 10여년 전에도 소말리아는 내전을 치뤘고, 지금도 내전 속에 있는 위태로운 나라다. 김영미PD가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 소말리아에서 납치를 당했던 상황이나, 해적들과 과도정부와의 싸움, 총과 마약이 넘치는 모습만 봐도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우리는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을 때 꼭 생각하고 지켜봐야 할 것이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동원호 사건에 대한 정보의 부족과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두 번째는 정부의 협상능력과 협상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첫 번째, 정보. 이것은 언론의 역할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김영미 PD는 본문 중에서도 말했지만 아무도 그곳에 찾아갈 생각도 안했다는... 거의 대부분의 정보는 AP와 같은 통신사의 정보를 바탕으로 전달되고 있고 철저히 외교부의 정보차단에 의해 언제 어떻게 풀려날지 알 수 없어 궁금증을 더했다. 무엇보다 민간인 납치 사건은 김선일씨 사건이후 매우 민감한 외교부의 실력행사이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언론은 그저 외교부의 보도 자료나 타 기자들에게서 정보를 얻어 취재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직접 현장으로 찾아간 김영미PD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지만 김영미PD는 목숨을 걸고 달려가 그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현실을 알게 해 주었다.

 두 번째는 정부의 협상능력. 김영미 PD가 직접 소말리아에 찾아가며 해적이나 범죄자 집단이 단순한 정부의 등장으로 쉽게 해결될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정부는 그들에게 무엇을 바랐고 어떻게 협상해 왔는지 과정을 보여주지 않았다. 일개 저널리스트는 그곳에서 3일간 머물며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내었다. 정부는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그들에게 해 줬단 말인가? 김영미 PD에게 화풀이하기 전에 자신들의 잘못부터 사고 당사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저 먼 동쪽 땅에서 자신들을 취재하기위해 찾아온 김영미PD를 보며 마치 내 나라가 나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처럼 좋아하던 그 사람들의 모습. 언젠가 누군가의 부탁으로 외국에서 물건을 옮겨주다가 마약을 가져온 동조자란 이유로 저 먼 인간이 오기 힘든 곳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한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일본에서 온 죄수는 매달 찾아오는 대사관 직원에 의해 그나마 나은 대접을 받지만 자신은 언제나 국가에서 버림받은 존재였다는 것이다.

 

 동원호 생존자가 남의 이야기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 해외여행 중에 어려움에 쳐했을 때 우리는 제일 먼저 우리 국가를 찾을 것이다. 동원호 사건에서 보듯 우리 정부는 보다 믿음을 주는 그리고 우리가 강한 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줬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동원호 피랍이후 힘겹게 이겨내고 있는 그 분들이 다시 빨리 회복하기를 바라며 외교부와 법정분쟁중인 김영미PD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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