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시황 대조영 1 - 고구려가 부활하다
이기담 지음 / 갑을패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일어나라 어머니의 나라’ MP3를 통해 드라마 대조영의 ost가 들려온다. 웅장한 음악 뒤에 애절한 가사, 듣고만 있어도 눈물이 맺힌다.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책을 펼친다. 더 넓은 북녘 땅을 지배한 발해의 영토가 한눈에 보이고, 잃어버린 역사와 영토에 안타까워하며 절규하는 저자의 서문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대 제국을 건설하고도 역사의 한편에서 소외당한, 현지 중국에서조차 자신내의 변방 오랑캐로 왜곡하는 현실에서, 유적 접근조차 거부당한 대 제국의 역사의 흔적 앞에서 가슴이 아파왔다.


 “전한부터 남북조, 수, 당 등 수없이 스러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느라 한 나라의 역사가 고작 2백년을 넘기지 못하는 중국과 740년을 이어온 고구려는 역사의 장구함에서 비할 바가 아니었다.” - p.16

 드라마가 방영되기전에 나온 책,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표현하지 못한 처참한 고구려인들의 죽음. 그 죽음의 현장이 너무나 상세하게 표현되었다. 그리고 가슴 찢어지게 묘사되어 있다. 당나라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잔혹했는지 알게 해주었다. 이것이 패배자의 아픔이요 힘없는 백성의 고통이었던 것이다. 동생이 당군에게 유린당하고 처참하게 죽음을 당했을 때 대조영은 피와 고통의 길을 그러나 그것은 백성과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영웅의 길을 나서게 된다.

 “다음 행동을 하게 만든 하나의 행동과 그 행동을 하게 만든 그전의 행동에 대해, 그리고 깨닫는다. 무엇이 옳았는가보다는 최선을 다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대조영은 여동생의 죽음에 사사로운 복수의 감정을 앞세울지 나라를 잃은 장수로서 나라를 위해 복수를 미뤄야 할지 고민했다. 그도 인간이기에 눈앞의 당군만 보면 동생의 죽음이 떠오르는 것이다.

 “석 달 열흘, 안시성에서 백만 대군과 싸웠던 시간” 이란 문구에서 얼마나 고구려인들이 끈기가 있으며 악착같이 싸웠을지 알 수 있었다. 100만대군 앞에서는 성이란 조그만 언덕일 뿐이다. 그런 곳에서 두려움 없이 이겼다는 것이었다.


 역사의 한 자리에서 한 왕조가 몰락하고 억압과 고통을 받는 사람들, 그 속에 우뚝 솟은 영웅의 일대기, 그러나 사람 냄새나고 함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민족과 적을 떠나 한 가지, 억압된 세력에 대항해 미래를 열어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쉰들러 리스트에서 가스실에 모아 살인을하는것과 힘없는 백성을 살육하는 당군의 모습은 무엇이 다르리.


전체 3권으로 된 이 책은 1권에서 망해가는 고구려의 현실과 비참한 유민들을 2권에서 고구려의 멸망과 부흥운동의 시작을 3권에서 친우와 부모님의 죽음 뒤에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단 세권의 책에 모든 것을 담기엔 부족했지만 주요 전투와 중요 결정의 순간 대조영의 명석함과 주변인들의 뜨거운 동료애가 느껴졌다.


 드라마 대조영 속의 인물들과 조금은 다른 면이 있고, 드라마 속의 내용과는 다른 부분들도 많지만 대조영이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했고 당나라를 뼛속깊이 증오했으며 민족을 떠나 힘든 백성을 따스하게 안아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옛 문헌을 뒤적이며 조양에서 돈화에 이르는 2천리 길을 답사한 저자. 고구려를 잇는 나라로 광대한 영토를 가졌던 대제국 발해. 그 발해의 시작을 가슴으로 느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