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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 주세요 - 선운사 가는 길
김화영 지음 / 시와시학사(큰나)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쌀쌀하게 찾아온 겨울날씨처럼 은연중에 나에게 찾아온 불면증 때문에 향을 하나 피워두고 선운사 시모음집인 ‘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주세요.’를 펼쳐들었다. 어떤 스님이 잠이 오지 않을 때 향을 피워두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하셨던 게 생각나서다.
제목이 왠지 까칠하다. 북적거리며 남들 시선무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타인의 생활에 관심조차 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한소리 하는 것만 같다. 이름 모를 꽃의 꽃잎이 바람에 떨어져 바닥에 내려앉는 그 잠깐의 시간이 왠지 거룩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선운사의 여유로움과 동백꽃의 붉은 열정이 함축적 언어로 표현된 시집 “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 주세요.”
실연을 당한 남자가 선운사 뒤안 붉은 동백꽃 아래에 흐느껴 우는 모습, 동백꽃의 붉은 잎처럼 붉게 타오르는 농민들의 쌀비준안 반대 시위장면, 스님들의 오래된 한시까지 선운사의 모습과 자연 그리고 꽃 하나에 삶과 현실 그리고 욕망을 가득 담아 표현한 시들이 모아져있다.
시에서 표현하는 선운사와 동백꽃, 그 붉디붉은 동백꽃이 궁금해 결국 검색을 통해 선운사 동백꽃을 찾아봐야했다. 봄에는 벚꽃과 동백꽃이 터널을 이루어 장관인 곳. 아름다운 경관과 조용한 절이 어울려 멋진 그림이 되는 곳 선운사.
이 사진 속의 개울이 실연당한 남자가 건넜던 그 개울이 아닐까.
삭막하고 여유를 잃어가는, 여행지에서 사진 찍기에만 급급한 현실에서 시 한편과 함께 여행지에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연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감정을 표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집을 읽고나니 아름드리나무길 사이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 듯하다.
꽃잎이 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듯 내 마음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