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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이수광 지음, 정윤정 외 극본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칠 흙 같이 어두운 밤, 요즘 시간으로 8시만 되어도 길을 오가는 사람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일찌감치 한산해지는 거리, 사람이 드물고 민가가 드문 곳에서 한밤중에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까? 탐문수사를 하고자 해도 사람이 없으니 누구를 찾는단 말인가?
그런 궁금증을 안고 펼친 별순검. 개화기 시대를 배경으로 전통적인 수사 기술의 노하우가 당당하게 드러났다. 현대판 CSI의 과학 기술에 의존한 조사가 아닌 수사관의 직감과 철저한 현장의 재구성, 주변 사람들의 관계 파악과 사체부검의 과학과 직감이 조화를 이룬 조선판 CSI가 펼쳐졌다.
최근 방영된 csi에 보면 신발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한다. 현장에 남은 신발을 대조해 범인 검거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다. 별순검에도 신발의 모양들을 본떠 비교자료를 남겨 범인을 조사하고, 여러 가지 용액에 담궈 혈흔을 발견하는 방법들은 현대판 CSI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어수선한 나라, 국가가 외세의 탄압에 휘청 일 때 우리 서민들의 삶 역시 순탄치만은 않았으리라. 어수선함 속에서 수많은 범죄들이 나타나고 별순검들은 철저히 진상파악과 사건조사로 하나씩 해결해 간다. 책의 서문에 나왔듯이
“사회에 대한 불만과 욕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광포한 충동이 계기가 된다. 방황하는 조선인들의 영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책 한권 속에 단순한 과학적 수사기법만 담긴 것이 아니라 시대적 서민들의 모습과 다양한 계층의 삶과 오랫동안 유교적 습관을 지녀왔던 조선이 개혁과 개방으로 인해 변해과는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범죄와 삶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일본인 상단에 맞서는 조선 상단에 위협하기 위해 조선 제일 상단의 중심인물을 청부 살인한 일본인, 치외 법권으로 처벌 할 수 없다는 말에 안타까워하는 별순검들. 그런 내용 속에서 억울하고 울분에 찬 우리 선조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흥미진진한 수사 기법이 재미가 있다. CSI를 보며 어떻게 범죄자를 추리할 지 누가 범인일지 상상하듯이 이 책을 읽으며 범인이 누구일지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경쾌하고 재미있는 역사소설과 추리가 만난 소설을 찾았다. 별순검 드라마를 보지 못했지만 이정도 시나리오면 정말 볼만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