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의 기술
카네스 로드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통치의 기술을 읽기 전에 ‘우리는 어디에서 리더십을 배우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리더십은 분명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지는 않았지만 정치인, 경제인, CEO를 떠나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리더가 갖추어야 할 능력이 바로 리더십이다. 하지만 올바른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을 어디에서 받아야 하는 것일까? 자기PR 시대라서 어떤 일에 스스로 나서서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말은 하지만 그 사람이 갖추어야 할 리더십은 어디서 어떻게 배웠고 어떤 기준으로 리더십을 평가해야 하는 것일까?  대통령은 한 나라의 기둥이며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갖추어야 하는데 우리 대통령 중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몇 명이나 될까?

 우리는 리더십을 ‘술자리’에서 배운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선배의 경험을 토대로 나름의 생각을 얻고 술 한 잔으로 취한 열기에 토론 삼매경에 빠져 나름대로의 마음을 정리해 본다. 그리고 무조건 실전에 투입되어 실패를 경험하며 리더십을 쌓아 왔던 것 같다. 대학 교육에서도 ‘정치학’ ‘사회학’ 분야가 아니고서는 리더에 대한 논의가 있는 곳은 드문 것 같다. 정치학 수업에서는 제왕의 길을 이야기하는 ‘군주론’이나 현대 국제정세를 놓고 리더들을 평가하는 시간이 있으며 사회학분야에서는 비판 커뮤니케이션, 사회적 정책적 평가의 시간이 있어 세계의 리더들과 국제 정세를 논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어린 시절부터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가르치며 선대 정치인들,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하고 자칭 ‘리더십’을 가장 강력한 통치수단으로 생각한다는 미국의 교육이 부럽기만 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최고의 선”으로 삼아 행복을 정치학의 가장 큰 관심사로 두었는데 이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수단을 제공하는 존재”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작은 의미의 통치술에 포함되는 리더의 조건 중 하나인 민중의 욕구를 이해하고 충족시켜주는 역할과도 같은 의미인 것 같다. 국민의 행복을 최고로 삼고 있는 정치인이 몇 명이나 될까? 북한 인권을 위해 중국까지 달려가 인권활동을 하다 붙잡힌 사람, 대기업의 횡포에 맞선 개인의 이야기는 많이 듣지만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발 벗고 나서 힘써준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우리네 정치인들은 민중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지조차 의문이 들 때도 많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단순한 우리네 정치인들이 갖추어야 할 리더십, 즉 통치기술이 담긴 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기초로 한 우리 세계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과 국가 운영과 통치술의 밀접한 관계에 대한 논의가 나오자 쉽게 읽어서는 안 될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앞부분에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국가의 설립과 국가 운영에 있어서 갖추어야 할 통치술 그리고 군주와 국민의 관계 등을 설명하고 있다. 중반부로 가서는 민주주의사회에서 갖추어야 할 요건들, 민주 사회에서 통치술이 갖는 의미, 국가별 군주론에 입각한 리더들의 행동과 그 결과 등이 나오며 후반부에는 실제 미국과 여러 국가들의 대통령과 같은 주요 리더들을 중심으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요건들을 하나씩 설명해 주고 있다.

 책 내용 중 ‘통치의 도구 - 커뮤니케이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주장하고 생각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 직설적 표현 혹은 비유법에 의한 노골적 표현 등을 사용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눈과 귀를 연 국민들이 리더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기보다 신의를 잃는 결과를 얻었으며 막말하는 대통령이라는 오명까지 얻어야 했다. 하지만 모든 말이 잘못된 것은 아니며 옳은 주장이 있어도 양치기소년처럼 이미 국민과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은 불신이라는 벽에 가로막히고 만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군사력이 있어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말과 저자의 말처럼 노 전 대통령 역시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적 독립(자주국방)을 주장한 것과 대통령이 딱딱한 이미지와 권위적인 높은 위치에서 벗어나 국민적이고 대중적인 대통령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데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역사에서 어떤 대통령이 일반 프로에 나와 진행자와 농담하며 가족이야기부터 대통령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가? 어떤 면에서 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스스로는 강력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그에 힘을 실어줄 주변 사람들이 그리고 손과 발이 되어 줄 자신만의 인재가 없었다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과 국가를 위한 통치술과 능력은 있었으나 주변 인물을 움직이는 리더십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두꺼운 책 한권 속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로크의 통치론 카네스로드가 말하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리더십까지 정치, 국제, 리더십까지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정치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현대 국제 정세와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 21세기 리더가 갖추어야 할 리더십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권해본다. 딱딱한 군주론을 원어로 읽는 것보다 훨씬 쉽게 쓰인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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