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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담아내기 어려운 이야기 - 프리모 레비와 장 아메리의 인생과 작품
크리스토프 다비트 피오르코프스키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24년 7월
평점 :
장 아메리와 프리모 레비를 비교해서 담은 이유는 확실하다. 사회가 극단적이고, 보수, 진보로 나뉘고 좌파 우파로 나뉘고, 냉전을 통해 빨갱이를 나누고.. 그런 상황에서 조금 다른 의미로 아우슈비츠의 삶을 주장하는 두 사람을 내세워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그 이분법적 사고로 아우슈비츠를 바라볼 수 없음을 이야기 한다.
이것은 상식적인 판단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다움을 포기하게 만드는 폭력이며, 그 폭력앞에서 인간성은 무용하며, 생존앞에 모든 인간은 괴로울수밖에 없으며, 애초에 이들이 왜....
유대인이라는 하나의 묶음으로. 개인성이 상실되고 말살되어 오직 유대인의 번호로 적힌 이름외에는 아무것도 허용되지 않는 그런 존재가 되어야 했는지. 이 책은 두 사람의 각자의 시선으로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전하고 있다.
“아우슈비츠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몸소 당한 고통이지 않은가. … 아우슈비츠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측면이 분명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언어로 전달할 수 없는 부분은 틀림없이 남으리라.” 23페이지.
“홀로코스트를 사료에 기초해 다루는 묘사는 인간의 감정을 차단한다. 반면 자서전 형식을 빌린 묘사는 체험한 인간을 중심에 세운다. 살해당한 수백만명이라는 무리에서 개인의 운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레비는 상대적으로 덜한 이탈리아의 반유대주의에 파시즘에 대항하는 싸우는 길을 찾아야 했고,
반유대주의의 희생자가 된 아메리는 외국으로 망명하며 수많은 어려움과 싸웠다.
아메리의 글은 종종 수많은 유대인의 하나, 숫자로 불리는 수감 인원 중의 하나 등으로 자신을 계속 묘사하고 있다. 한 명의 개인, 존중 받는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뭉텅이 그룹으로 묶인, 유대인이라는 그룹에 묶인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려 하고 있다.
“인간은 정체성을 빼앗겼다. 이름, 옷, 가진 것, 머리카락도, 시간 의식은 깨끗이 지워졌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사회, 문화, 세계와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철저히 유린당했다. 강요된 비참함 속에서 거의 죽은 목숨으로 살아가며 당하는 수모, 같은 처지의 희생자임에도 빵 몇조각의 보상에 기꺼이 공범을 자처하는 인간에게 복종하게 만드는 위계질서…..ㅇ현실은 인간으로서 가져 마땅한 연대감과 공동선을 철저히 지워버렸다.” 119페이지.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죄스럽다. 아우슈비츠는 바로 인간이 세웠으니까. 아우슈비츠는 숱한 인간의 목숨을 게걸스럽게 집어삼켰으니까. 나의 많은 친구가 그렇게 죽었다. 내 심장을 온통 차지했던 여인을 나는 작별 인사 한마디 하지 못하고 보내야만 했다.나는 이 이야기를 쓰는 일이 나를 정화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160페이지.
이 책에서 유대인인지 모른채, 자신의 어느 조상 누군가의 피가 아리아인이 아니었기에 유대인으로 분류되어 평생을 써 왔던 고향에서 고향의 언어마저 거북해지는 그런 집단 속에 갇혀버린 한 사람.
“아메리는 모국어로부터 좇겨났다. 독일어는 고향이자 생각의 도구였음에도 살인자가 짖어대는 명령어로 전락하고 말았다. ”
“레비에게 독일어는 위험한 울림을 주는 오물, 그러나 죽임 당하는 것을 피하려고 그 의미를 기억해야 하는 고약한 쓰레기.”
철학적 고민도, 육체적 고통앞에서 무기력해지고, 인간이 짐승처럼 변할수밖에 없는 배고픔의 고통. 철저하게 인간을 더 그렇게 만드는 다른 인간들의 참혹함. 그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는…
분노할까? 절망할까? 어떻게든 함께 살아남고자 할까?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죄스럽다. 아우슈비츠는 바로 인간이 세웠으니까. 아우슈비츠는 숱한 인간의 목숨을 게걸스럽게 집어삼켰으니까. 나의 많은 친구가 그렇게 죽었다. 내 심장을 온통 차지했던 여인을 나는 작별 인사 한마디 하지 못하고 보내야만 했다.나는 이 이야기를 쓰는 일이 나를 정화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160페이지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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