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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아파트먼트 - 팬데믹을 추억하며
마시모 그라멜리니 지음, 이현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2월
평점 :
코로나19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한 새로운 생활방식과 변화에 적응하다 보니 어느새 몸도 지치고 마음도 우울하다. 그나마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와 비교해서 백신접종 등으로 그 공포감이 줄어들고, 조금씩 극복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된다. 하루빨리 이 어려움이 지나가고 일상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던 중에 코로나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태리 아파트먼트』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마시모 그라멜리니이다. 그는 이탈리아 토리노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영향력이 큰 신문 중 하나인 〈라 스타파(La Stampa)〉의 저널리스트이자 부국장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에세이와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그의 작품으로는 『동화의 마지막 구절』, 『아름다운 꿈을 꿔라』, 『내가 돌봐줄게』, 『네가 세상에 오기 전에』 등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발생 초기에 이탈리아는 코로나19 대책의 실패로 폭발적인 감염확산과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의 저자도 이런 감염의 두려움과 강도 높은 제한 조치를 받으며, 하루빨리 상황이 나아지기를 간절히 기도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작가의 바람이 드러나듯 ‘팬데믹을 추억하며’라는 부제를 달고, 코로나가 극복되고 오랜 시간이 지난 2080년 12월 시점에서 지금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결국은 다 괜찮아질 거야.
괜찮지 않으면 아직 끝이 아닌 거야. -존 레넌-

밀라노의 아파트에서 엄마, 누나와 사는 주인공 아홉 살 마티아는 귀찮은 생일 파티를 생략하게 해준 바이러스를 처음에는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하고 봉쇄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체육 교사인 엄마는 걱정과 두려움에 지나치게 대응한다. 아파트 주민들도 문을 걸어 잠그고 소원한 가운데 관리인 카를로 할아버지만 분주히 청소하고 정원을 돌본다.
그런 가운데 엄마와 별거 중인 마티아의 아빠 안드레이가 밀라노를 방문했다가 봉쇄조치로 인해 아파트로 들어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마티아는 자신을 ‘챔피언’이라고 부르는 아빠를 끔찍이 싫어한다. 우리와 다르게 남녀 간의 애정 관계가 매우 자유로운 이탈리아에서 마티아의 가족관계는 다소 복잡하다. 봉쇄가 길어지면서 아파트에 갇힌 사람들에게는 인내가 요구되고, 조금씩 그들의 일상도 피폐해져 간다.

이들이 봉쇄 상황에서 겪는 일상과 감정은 매우 공감되고 동질감이 느껴진다. 나 또한 이 어려운 팬데믹을 함께 겪고 견뎌내고 있는 동시대의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정된 공간에 갇힌 가족들은 점점 예민해지며 갈등이 심해진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서로의 소중함을 조금씩 깨달아 간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은 지나가는 과정이기에 희망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함께 이 시기가 지난 몇십 년 후 나는 이 시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분명한 것은 내가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다는 것이고, 방역지침에 의해 아이들의 등교가 중지되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족 간에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었다는 것이다. 좋든 싫든 아이들과 내 기억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가족이 함께한 시간은 매우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소소한 감동과 희망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