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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ㅣ 이어령 대화록 1
이어령 지음, 김태완 엮음 / 열림원 / 2022년 1월
평점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던 적은
없었다. 막연히 잘 죽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것은
먼 미래의 일이라 여겼다. 물론 코로나 19가 유행하기 전까지의
일이다. 그러나 지금 코로나 19의 시기를 지내며 죽음의
공포와 불안이 내 안에서 크게 도사리고 있음을 느낀다. 이 시기가 곧 지나가고 또 다른 평화로운 일상이
시작되겠지만, 지금 느끼고 있던 이 죽음의 불안과 두려움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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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에 읽어본 책 『메멘토 모리』는 이 시대의 지성이자 진정한
스승으로 불리는 이어령 선생님의 글이다. 메멘토 모리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라고 한다. 지금 같은 시기에 마음 속 깊이
각인되는 말이다. 이 말은 저자인 이어령 선생님의 일생의
좌우명이 된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오랜 암투병을 견뎌내며 죽음을 가까이 둔 노령의 선생님이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전해줄지 매우 기대되었다.
책을 처음 펼쳐 보았을 때, ‘아인슈타인에게 물었다. 죽음이 뭐냐고?’ 라는 서문 앞의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20세기 세계 최고의
지성 중에 한명인 아인슈타인은 과연 죽음에 대해 무엇이라고 대답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답을 찾기 위해 빠르게 책장을 넘겨보았다. 이 책은 시기별로 나뉘어진 4부로 구성되어, 삼성의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죽음에 직면했을 때 했던 24 가지의
질문에 대한 저자와의 대담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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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병철 회장의 24 가지의 질문은 종교와 관련된 하느님, 죽음, 영혼, 천국과
지옥 등 종교에 관한 질문들이다. 고인은 이 질문을 당시에 가톨릭 신부님에게 보냈었는데, 해답을 듣지 못한 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후 2010년경에 이에 대한 대답을 지금은 선종하신 차동엽 신부님의 책 『잊혀진 질문』을 통해 관심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질문 당시와 지금은 시대적 구분과 특성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가 이 질문을 이해하고 접근하는데 조금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는 이 질문들이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 삶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물음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종교가 있든지 없든지 이런 질문들은 누구나 살아가다가
한 번은 떠오르게 되는 질문인 것 같다. 저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알기 쉽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영혼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유리컵의 비어 있는 것’으로 이야기한 부분이나 죽음에 대한 담론은
매우 마음에 와 닿았다. 죽음과 삶은 하나로 이야기해야 하는데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서양의 인식은 ‘태내 자궁에서 무덤까지’이며, 이는 우리의 나이 새는 방식이 10개월 태아를 포함한 방식이라는 것은 특히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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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24가지의 질문은
종교적 문제에 대한 것이지만 오히려 이 답은 고분자 생물학이나 양자 컴퓨터, 그리고 인지과학 분야의
과학자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적합하고 유효할 것이라는 대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오늘날에는 신학과
과학이 점점 좁혀지고 그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게 되면서 과학이 종교를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적
질문은 신앙과 믿음의 관점에서만 보려던 짧은 생각을 보다 확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대답이었다.
이 책은 불신의 시대에 특히 지금과 같이 코로나 19로 인해 혼란스럽고 고통받는, 어쩌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이유와 답을 찾는 길잡이가 되어줄 책인 것 같다. 인생의 참된 의미는 삶
시작과 끝을 외면하고 모르고는 알 수 없으리라 생각된다. 저자의 신앙체험과 영성에 관한 이야기는 신앙을
찾고 갈구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총 20권에
달하는 『이어령 대화록』의 첫번째 책으로 이어서 계속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혜롭고 훌륭한 말씀을
오래오래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매우 기쁜 일인 것 같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