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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남네시스, 돌아보다 - 시간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
이기락 지음 / 오엘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길고 긴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이 끝이 언제일지 모른다는 답답함과 불안감은 몸도 마음도 지치게 만들고 있다. 벌써 2년여의 세월 동안 우리는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며 버텨내고 있다. 이런 절망의 틈새에서 다시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글을 찾던 중에 이 책 『아남네시스, 돌아보다』을 읽어보게 되었다.

“넘어졌을 때 일어서는 힘은 영원을 향한 그리움에서 나옵니다. 영원하신 분께 맛들이고 영원히 머물 곳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세상의 헛된 풍파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스어 ‘아남네시스’는 기억, 추억, 회상, 회고라는 뜻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장 잘 기억하는 때는 어떤 일이 발생하거나 학습한 직후인데, ‘아남네시스’는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에 더 뚜렷하게 생각나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 더 뚜렷해지는 기억은 분명 특별한 기억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1991년부터 현재까지 가톨릭대학교에서 성서 강의를 하고 있는 이기락 신부님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신부님이 2009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사무처장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주교회의가 발간하는 ⟪경향잡지⟫ 편집인으로서 쓴 권두언을 수록한 책이다.

⟪경향잡지⟫는 1906년에 창간된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정기 간행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잡지라고 한다. 권두언은 잡지의 첫머리에 그 취지나 내용의 대강을 간략하게 적은 머리말로 잡지가 발행된 시기의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당시의 혼란한 정치 상황과 자연재해, 일본 쓰나미와 원전 폭발, 구제역 사태 및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 등을 떠올릴 수 있다. 대선 상황 또한 지금과 중복된다.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고난과 어려움은 언제 어디에서나 항상 있었으며, 많은 부분이 되풀이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어도 절대 절망하거나 포기할 필요가 없고, 스스로 더 많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토마스 아퀴나스는 “인내는 커다란 역경을 기꺼이 참아낼 때나 또는 피할 수는 있지만 피하지 않고 역경을 견디어낼 때 위대하다”고 하면서 “십자가는 온갖 덕행의 모범을 보여줍니다.”하고 말했다.-P45
과거에 받은 고통이 클수록 우리는 더욱 강력한 치료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받은 고통으로부터 통찰력을 얻어 친구들과 세상 전체를 도울 수 있는 선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책의 부제는 ‘시간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로 이 문장은 아주 오래전 로마 시대, 어떤 사람의 묘비에 적혀 있는 글이라고 한다. 저자는 결국 어느 시대든 ‘사랑’만이 남는다고 말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많은 것을 떠올리며 용기를 주는 글인 것 같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결국 이 또한 지나가는 것이라면 아무것에도 절망할 필요가 없다. 문득, 먼 훗날 내 삶의 끝자락에서 ‘아남네시스,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었다라는 깊은 깨달음을 얻고, 기쁘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리스도 신자뿐만 아니라 비신자에게도 많은 교훈과 깨달음을 전해줄 것 같다. 책의 내용이 교회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가야 할 보편적인 가치와 공동선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록된 다양한 사진과 성화 그리고 시들 또한 많은 울림을 준다.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은 희망이라는 고백처럼 많은 분이 어려운 시기에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