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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 마리아 레사의 진실을 위한 싸움
마리아 레사 지음, 김영선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언론은 여론을 형성하기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언론사는 사실적이고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언론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모르겠다. 또한, 특정 언론사와 언론인에 불이익을 주는 언론 탄압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그냥
무관심하게 모르고 지나쳐도 되는지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때에 한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이다. 책의 제목부터 매우 직설적이며 강렬하게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는 필리핀의
언론인 마리아 레사이다. 그는 1963년 필리핀에서 태어나
10살 무렵 미국으로 이주해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필리핀으로 돌아와 방송국 및 CNN 기자로 36년 동안
일했다. 2012년 온라인 뉴스사이트 래플러를 설립했으며, 2016년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자행된 정권의 권력 남용과 비인권적이고 폭압적 행태 등에 대한 비판적 보도로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그는 민주주의와 항구적인 평화의 전제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한 공로로 202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삶을 기록한 회고록이자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투쟁의 기록이다. 또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정치 선전도구로 활용하며, 가짜 뉴스, 거짓
정보로 여론을 조작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고발서이다. 책은 그녀의 삶을 크게 세 부문(1963~2004, 2005~2017, 2018~현재)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필리핀에서의 불운한 유년 시절과 미국 이민의 어려움 속에서도 대학을 졸업해 안정적이고 성공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었음에도 고국인 필리핀으로 돌아와 기자가 되어 권력의 부정부패에 대항하는 그의 삶은 역동적이고 진취적이다.
의미는 우연히 발견되거나
다른 누군가가 가져다 주는 게 아니라 당신이 내리는 모든 선택, 당신이 헌신하기로 한 결정,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통해 만들어진다. P25
나는 오케스트라가 민주주의
작동 원리의 완벽한 은유라고 생각했다. 음악이 음표와 체계를 제공하지만 어떻게 연주하고 느끼며 따라갈지, 그리고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P43
선을 긋고 부당하다고 외치며
솔직해지는 것이 불편하기는 해도 대개 우리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며 미래에 새로운 것을 가져다 준다는 점을 배웠다. … 침묵을 지키거나 순응해서는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하나의 창조 행위였다. P53

그가 대학을 마친 후 돌아온
필리핀은 21년 동안 집권해온 마르코스 정권이 ‘피플 파워’ 혁명으로 무너지고, 독재 국가에서 민주화되는 매우 불안정하고 험난한
과정에 있었다. 그는 언론의 사명인 ‘정직’을 바탕으로 CNN 아시아지역 전문기자로 활동한다. 그리고 정부에 간섭당하지 않는 강력하면서 진실에 헌신하는 필리핀의 언론사를 만들고 싶은 꿈을 실현하고자, 2012년 온라인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래플러를 공동 설립한다. 그는
두테르테 정권의 권력남용, 폭력, 권위주의를 집중 조명한다.
두테르테 정권은 법을 도구
삼아 반대자를 위협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마리아 레사 또한 거짓 기소되어 체포되고 투옥된다. 마리아가 범죄를 저질러서가 아니라 필리핀의 지도자들이 비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P10
필리핀 대통령은 자신을 견제해야
할 사람들과 제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범죄를 폭로하려 했던 야당 정치인을 교도소에 보내는데 성공했다. 두테르테는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무너뜨린 바로 그 신뢰 체계의 수혜자가 되었다. 인터넷의 무기화는 법의
무기화로 진화했다. P246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래플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가 보내고 있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합니다. ‘조용히 하지 않으면 다음은 당신 차례다.’ 그러니 침묵하지 말아
달라고 여러분에게 간청합니다.” P303

그가 언론인으로 겪어온 정치
상황과 현실, 그가 이야기하는 경고 메세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항상 있어왔고 계속될 것이지만, 그 수단과 방법은 더 모호하고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22년 5월 9일 마르코스
주니어와 그의 러닝메이트 사라 두테르테가 당선되어 정권을 잡은 필리핀 상황이 허위 정보 및 네트워크 선전망의 협력에 의한 결과로 어느 나라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 경고한다. 그의 앞날들을 응원하며, 왠지 모를 씁쓸함이 오랫동안 강하게 남았다. 우리나라에도 진실을
위해 헌신하는 언론인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언론의 자유는 모든 필리핀인이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의 토대다. 침묵은 곧 공모다. 침묵은
동의를 뜻하기 때문이다. P304
“우리가 권력에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할 일을 할 수 없다면 여러분의 권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P360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권력에 대한 오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서 우리의 세계가 달라졌다. 우리는
두려움을 조장하고, 우리를 분열시켜 서로 등지게 하며, 분노와
혐오를 부채질하고 살찌우는 무능한 포퓰리스트를 선출했다. 그들은 그들 자신과 똑같은 관료들을 임명했다. 그들의 목표는 좋은 통치가 아니라 권력이었다. P387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