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 - 삶의 벼랑 끝에서 침묵을 택한 어느 은둔자의 이야기
피코 아이어 지음, 최지숙 옮김 / 서사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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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무더위와 습기까지 더해지니 몸과 마음이 쉽게 지친다. 지금이야 말로 휴식이 필요한 때라고 느끼지만, 정작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 많은 곳으로 떠나는 휴가는 오히려 더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모두가 여름 휴가를 떠날 때, 나는 차라리 집에서 조용히 쉬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렇게 집에서 시간을 보낼 책을 찾다가 《결국 다 괜찮아질 겁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 피코 아이어는 영국 출신으로, 달라이 라마와 글로벌리즘, 쿠바 혁명, 이슬람 신비주의 등 폭넓은 주제를 다뤄 온 전업작가로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옥스퍼드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박사 학위 이력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탁월한 지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그만큼 책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저자는 1992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빅서에 있는 베네딕토회 뉴 카말들리 수도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그 외의 시간은 대부분 일본 교외에서 침묵과 사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고, 아버지의 죽음과 딸의 암 진단 등 연이어 발생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마치 도망치듯 수도원을 찾았던 저자가, 그곳에서 깨달은 사실들에 대해서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왜 나는 이 가톨릭 수도원의 침묵 속에서 이토록 환희를 느끼는 걸까? 아마도 이곳에는 환희를 가로막을 라는 존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위아래를 가득 채운 푸른 빛의 밝음만이 있다. 붉은꼬리 말똥가리가 원을 그리며 날고, 라벤더 사이로 벌들이 분주하다. 마치 카메라 렌즈가 뚜껑을 벗겨지는 것처럼 자아가 사라지는 순간 세상은 그 거칠고 즉각적인 모습 그대로 밀려든다. P018


우리는 끊임없이 정보가 쏟아지고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혼자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나 저자는 절망의 한가운데에서 침묵과 고독을 선택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새롭게 바라보고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나 역시 이 대목을 읽으며, 삶의 어려움에서 잠시 물러나 혼자 머무는 시간이 결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치유를 위한 시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외부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붙잡고 놓지 못하는 내 마음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리는 경험이 필요해요. 나는 사랑이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잊어버리는 것 말이죠.” P059


책을 읽다가 문득 이 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사랑은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타인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며, 때로는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희생을 동반한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 우리는 자신의 이익보다 상대의 기쁨과 행복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저자가 말하는 '나를 잊는 경험'은 자아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사랑 안에서 자신의 작은 울타리를 내려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작가가 수도원을 찾게 된 이유와 그곳에서 얻은 깨달음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지금 내가 간절히 괜찮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 때문에 절망감을 느끼는가? 그리고 만약 나 역시 저자와 같은 그런 절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수도사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었다.


수도사야말로 본질적으로 가장 세속적인 사람이다. 그들의 친절과 헌신이 가장 필요한 곳은 바로 세상이며, 그들이 보살펴야 할 이들은 바로 고난에 처한 사람들이다. 수도사는 혼자 있을 때 자신의 수행에 정진할 수 있겠지만, 그 수행의 결실을 거두어야 할 곳은 결국 거리위이다. P080


우리는 단순히 수도원을 생각하면 세상과 단절된 공간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수도원은 세상을 등지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을 더욱 깊이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비우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 스스로를 마주하는 일은 결국 세상의 창조주와 그 아름다운 창조물들을 더욱 순수하게 사랑하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바쁘고 소란스러운 현대 사회에서 '침묵과 고요'가 우리에게 주는 치유와 통찰을 깊이 있게 전해 주고 있다. 또한, 끝없는 정보와 소음 속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추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이끌어 주는 좋은 책인 것 같다. 종교를 떠나 누구에게나 깊은 울림을 전하지만, 특히 가톨릭 신자에게는 관상과 침묵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 주는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조용한 곳을 찾아 하루쯤은 온전히 침묵 속에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잠시 모든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고 침묵 속에 머무는 것, 그것이야 말로 내가 잊고 지냈던 진정한 휴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방을 나설 필요는 없다. 그냥 책상 앞에 앉아 귀 기울여라. 아니 듣지도 말고 그저 기다려라. 고요히, 움직이지 말고, 홀로 그러면 세상은 가면을 벗고 기꺼이 그대 앞에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세상에 다른 선택이란 없다. 세상은 황홀경에 빠져 그대 발치에서 뒹굴게 될 것이다. P020


내가 깨닫게 된 바로는 관상이란 어떤 경우에도 눈을 감는 것보다 눈을 뜨는 것에 가깝다. 주변의 경이로움을 향해 눈을 뜨는 것. 생각의 감옥에서 벗어나 비로소 나의 오감을 일깨우는 일이다. P34


이 책을 통해 나는 침묵이 세상을 외면하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을 가장 깊이 바라보게 하는 시간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내면의 고요와 침묵 속에서 어떠한 역경과 고통도 결국 다 괜찮아질 거라는 용기와 희망을 되새겨보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과 함께! 그리고 침묵할 수 있는 용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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