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주루이 지음, 하진이 옮김 / 니들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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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평소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 젊고 죽음은 나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겨울, 가까운 분들의 부고를 연이어 접하고, 이순재, 안성기 같은 국민 배우들의 작별 소식을 들으며 죽음이라는 실체가 성큼 다가왔다. 막연하게 죽음을 생각하면 세상과의 단절과 두려움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죽음이 누구나가 가야 할 필연적인 길이라면, 이제는 두려워하기보다 기쁘게 맞이할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나 삶의 마지막을 진지하게 성찰해보고 싶던 차에, 죽음을 앞둔 중국 철학자의 고백인 이 책을 만났다. 생의 마지막 문턱에서 저자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마치 독배를 앞둔 소크라테스처럼 우리에게 어떤 지혜를 건네줄지 궁금했다. 지혜로운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을 통해 죽음 너머의 삶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삶의 진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죽음으로부터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P029


이 책의 저자인 주루이 교수는 중국 런민대학교의걸출학자이자 철학, 신경생물학, 인지과학 등 인문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석학이다. 그러나 그를 진정으로 빛나게 한 것은 화려한 이력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에 보여준 초연한 태도인 것 같다. 시한부 판정 후에도 그는 강단을 떠나지 않았고, 자신의 쇠락해가는 생명을 관찰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마지막 사유를 멈추지 않았다.


삶과 죽음의 문제는 철학자에게는 가장 큰 명제다.

우리가 마땅히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P044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죽음은 단순히 생명이 꺼지는 허무한 소멸이 아니라, 삶 전체를 완성하는 가장 심오한 '철학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고통스러운 투병 중에도 강의를 이어가며, 인간의 존엄은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운명 앞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직접 증명해 보였다. 이 책은 한 지식인의 학술적 기록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가치 있고 지혜롭게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한 작가의 간절한 고백이자 마지막 수업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온 문장은 우리는 살아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죽음으로부터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가까운 이들을 떠나 보내며 내가 느꼈던 막연한 공포의 실체가 막연히 두려움을 느끼는 죽음에 대한 회피였을지도 모른다. 철학자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만으로는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없으며, 오히려 죽음을 직시할 때 비로소 내 생명의 온전한 주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죽음이 다가왔을 때 난 정말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 질문에 대해 이제 나는 진심으로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나는 내 죽음을 기대한다. ‘거듭남을 기대하고, 작은 풀들이 내 몸을 양분 삼아 자라는 것을 기대하고, 나의 생명이 다시 시작되는 것을 기대한다. P137


특히 죽음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라는 역설적인 이야기는 죽음에 대한 나의 좁은 시야를 매우 크게 확장 시켰다. 내가 죽어도 세상은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며, 사랑하는 이들이 나의 죽음에 매몰되지 않고 계속 즐겁게 살아가길 바란다는 저자의 고백은 지독히도 현실적이면서 숭고하게 생각되었다. 죽음이단절이 아니라, 내가 남긴 양분으로 작은 풀들이 자라나는거듭남이라는 그의 시선은 죽음이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또한, 물 한 모금조차 사치라고 말할 정도로 평범함이야말로 진짜 행복이라는 그의 깨달음은 바쁜 일상에 지쳐 감사를 잊었던 나를 깊이 반성하게 만들었다. 내일이 어떤 하루일지 모르기에 인생이 지루하지 않은 것이라는 그의 긍정적인 생각은, 죽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는다.



나는 한때 소년이었고,

소녀였고

드넓게 펼쳐진 관목 숲이었고,

한 마리 새였고,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침묵의 물고기였다. P197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에 대한 일상의 삶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저자는 생의 마지막 1km를 걷는 와중에도 우리에게 자기만의 세상을 찾으라고, 그리고 사랑을 피하지 말고 온몸으로 껴안으라고 격려한다. 누구에게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언젠가 다가올 나의 마지막 수업에서 담담하게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 책을 통해 삶의 의미가 흐릿해 진 이들이나 이별의 아픔 속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철학자의 따뜻한 지혜가 건네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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