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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농장 (만화, 보급판) ㅣ 동물 농장 (만화)
백대승 지음, 조지 오웰 원작, 김욱동 해설 / 아름드리미디어 / 2025년 7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붉은색
표지 위, 훈장을 단 연미복을 입고 왕홀을 든 돼지 나폴레옹의
모습은 『동물농장』 그래픽 노블을 처음 마주했을 때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굳이 책의 내용을 알지 못해도
표지만으로 독재자의 섬뜩한 기운이 물씬 풍겨 나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원작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시각적인 요소가 더해진 그래픽 노블 『동물농장』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그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할지, 표지를 넘기기도 전부터 무척 기대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시대를 초월하는 영향력을 지닌 위대한 작가이자 사상가로 평가받는 조지 오웰이다. 전체주의를 혐오한 그는 평등과 자유의 깃발을 높이 쳐들고 일으킨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이
소비에트의 몇몇 지도자들에 의해 권력이 집중되고 민중을 억압하는 모습에 실망하며 이를 풍자한 우화 소설 『동물농장』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아름드리미디어에서 펴낸 청소년성〮인들을 위한 명작 그래픽 노블 중 하나이다.
『동물농장』은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지만, 그래픽 노블이라는 형식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화체 글은 복잡한 정치 이념이나 역사적 배경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이해하는데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특히, 동물들의 표정 변화,
행동 양식, 그리고 농장 내의 분위기 변화 등 그림을 통해 전달되는 세세한 부분은
책은 읽는 내내 매우 탁월하게 느껴졌다. 이는 원작의 메시지를 더 쉽게 받아들이고, 나아가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데에도 보다 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이
역설적인 문장은 이 책 『동물농장』의 핵심 내용을 압축하는 것 같다. 인간 농장주 존스의 학대와 가혹한 노동을 견디다 못한 동물들은 혁명을 일으키고, 모두가 평등한
'동물농장'을 만들어 가기로 한다. 그리고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염원을 담아 ‘동물 7계명’이라는 규율을 공포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돼지
나폴레옹을 중심으로 권력을 잡은 돼지 지도부가 특권을 누리며 이 규율은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하고, 다른 동물들에게
존스보다 더한 통제와 공포정치, 착취를 가하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이들의 모습은 마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다. 권력을 잡고 권력을 지키기 위한 나폴레옹과 돼지들의 기만적인 행동과 선동 이에 속아
넘어가는 동물들의 모습, 정보의 왜곡, 언론의 통제, 집단적 광기, 그리고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모든 상황이 지금의 현실과 너무나 맞닿아 있어서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복서와 같은 성실하고 순종적인 동물들이 이용당하고 결국 버려지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마저 느껴졌다.
동물들은
뒤엉켜 싸우는 저들을 보며 누가 동물이고 누가 인간인지 헤아릴 수 없었다.
P218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특정 사건 소비에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매우 유효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실제 우리 사회는 무심코 지나치는 권력의 작은 변화가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경험하고 있으며,
개인의 깨어 있는 의식과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독재와 권력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세상을 읽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주어진 정보를 맹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스스로 옳게 판단하는
능력을 길렀으면 좋겠다.

이 책 『동물농장』 그래픽
노블은 원작의 깊이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고전의 가치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우 훌륭한
시도인 것 같다. 실제로 책을 읽는 내내 긴박감 넘치는 내용과 함께 실감 나는 그림 덕분에 더욱 재미있고
흥미롭게 이야기에 빠져 들을 수 있었다. 복잡한 정치 우화를 시각적으로 풀어내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되며,
마지막에 실려 있는 작품해설은 전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름드리미디어의
다른 그래픽 노블, 조지 오웰의 『1984』, 아트 슈피겔만의 『쥐』 또한 꼭 읽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