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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스 콜 - 주의력 자본주의는 우리 시대의 비즈니스와 정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크리스 헤이즈 지음, 박유현 옮김 / 사회평론 / 2025년 5월
평점 :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가끔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할 경우, 혹시 나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할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일상에서의 집중력 저하가 혹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우연히 크리스 헤이즈의 저서 『사이렌스 콜』에 대한 소개를 보게 되었다.

책의
표지에 흩어보며 '주의력 자본주의'라는 낯선 개념에 강한 호기심이 들었고, 사이렌의 강렬한 그림이 매우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현대 디지털 환경이 우리의 주의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찾아보고, 상품화된 주의력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해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주의력 자본주의가
비즈니스와 정치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책의 내용을 집중해서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 헤이즈(Chris Hayes)는 미국의 저명한 진보적 저널리스트이자
방송 진행자이다. MSNBC의 시사 프로그램 'All In with Chris Hayes'를 진행하고 팟캐스트 'Why Is This Happening?'를 운영하며 미국 정치와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그는 사회 불평등, 정치 시스템,
그리고 현대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자의 소개 글을 보며 현재 미국의 상황을 보며 저자가 할 일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스타벅스 로고의 주인공인 그리스 신화 속의 인어 ‘사이렌’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며, 인간의 주의력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오늘날 우리가 겪는 '주의력 착취'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다소 어렵고 건조할 것 같아 보이는 인문학적 주제이지만, 생각보다 가독성 있게 이해하기 쉬웠고, 전개되는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인간의 관심과 주의력에 대해서 알아보고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주의력은
삶의 본질이다. 우리는 깨어 있는 매 순간, 자발적 선택이든 타인의 강제에 의해서 든 무엇인가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간다. P14
이는
주의력 시대를 관통하는 근본적인 진실을 밝혀주는 핵심 통찰이다. 바로, 주의를 끄는 것이 주의를 유지시키는 것보다 휠씬 쉽다는 점이다. P68

19세기 산업 자본주의가 노동을 상품으로 만들었듯이, 현대 디지털 자본주의는 인간의 가장 내밀한
영역인 '주의력'을 추출하고 측정하며 상품화하여 사고파는 형태로 변모시켰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매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슬롯머신 모델'을 통해 사용자들을 중독시키고 주의력을 착취하는
방식, 무한 스크롤 피드와 '좋아요', 댓글, 알림과 같은 사회적 보상이 반복적으로 주어지면서 사용자의 보상 체계를 바꾸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더 큰 보상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을 보면서 매우 경각심이 들었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플레이어가 이 게임 공간을 벗어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그들의 목표는 플레이어가 가능한 한 오래 기계 앞에 머물게 하면서 플레이어의 주의를 완전히 장악하고 독점하는 것이다.
P84
슬롯머신
중독자들이 게임을 계속하는 이유가 돈을 따고, 이기고 싶어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는 그 머신 공간에서 계속 게임을 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으로 들렸다. 오늘날 현실을 외면하고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되어 있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스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악의
근원은 지루함이며, 우리는 이를 반드시 멀리해야 한다.
-키르케고르- P117

저자는
또한 주의력 착취 기술이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와 머스크처럼
주목을 잘 끄는 인물이 이성적 대화와 합의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적 과정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자극적인 여론을 형성해 이 시대의 승자로 등장한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주의력이
삶의 실체라면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는지는 곧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이 될지를 결정짓는 문제다. 여기서 우리는 예상보다 훨씬 답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질문을 마주한다. 우리는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고 싶은가? P366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우리의 주의력을 지키기 위해 개인적, 사회적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매우
좋은 책인 것 같다. '주의력 위협'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기에 그에 대한 규제도 필요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주의력을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할 것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건강한 디지털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그 해답을 찾아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