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
페터 볼레벤 지음, 벤자민 플라오 그림, 유정민 옮김, 남효창 감수, 프레드 베르나르 각색 / 더숲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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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한창 푸르러진 오월, 주말마다 가까운 숲을 찾아 산책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따스한 햇살 아래 피어 있는 꽃향기를 맡으며,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면 세상의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고 삶이 충만해진다. 평소 자연에 관심이 많아 나무나 꽃 이름을 자주 찾아보고 기억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에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 그래픽 버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무들의 생활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2015년 독일에서 출간된 이래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700만 독자를 열광하게 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 국내 출간 도서명 『나무수업』을 그래픽 노블로 다시 출간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은 독일의 산림 관리인으로서 30년 이상 숲을 관리하며 나무와 숲의 생태계를 깊이 있게 관찰하고 연구해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나무에 대한 단순한 과학적 지식을 넘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숲의 경이로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해 준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처음 책을 받아보았을 때, A4에 버금가는 책의 크기에 놀랐고, 책을 흩어보며 다채로운 색감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에 다시 한번 놀랐다. 미국도서관협회에서 2024년 최고의 그래픽 노블로 선정되었다는 평가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작은 가방을 메고 숲 길을 걷는 저자의 모습과 그의 애견, 나무 위의 딱따구리, 울창한 숲의 표지 그림은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숲 속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숲은 종종 이해 받지 못하고 함부로 다뤄지곤 한다.

하지만 숲은 지구 삶에서 중심을 이루며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존재다. P8




책은 원작자이자 주인공인페터가 산림감시원으로 일하던 중에 나무에 관심을 갖고 사랑하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독일의 본(Bonn)에서 보낸 유년기와 청년기를 거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산림 감독원이 되기까지 자전적 이야기를 펼친다. 그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자연 순환과 함께 흐른다.


‘나무가 죽는 건 건물이 거주자들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것과 같다!’ P45


페터의 삶과 숲이 맞닿은 여러 순간, 페터가 만났던 나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며 어떤 기막힌 통찰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는지 나무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동화 속 마법같이 펼쳐진다. 아카시아 잎을 뜯어 먹던 기린의 이야기는 특히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놀랍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일 년 내내 물을 많이 공급받아온 나무들은 건기를 가장 못 견딘다. 절약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고픈 건 참으면서도 갈증은 두려워 한다. P57




책에서 저자는 숲이 단순히 나무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라, 복잡하고 섬세한 생명 공동체이자 거대한 사회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무들이 뿌리로 서로 영양분을 주고받고, 병든 나무를 돕고, 어린 묘목에게 그늘을 제공하며 보호하는 등 상상 이상의 방식으로 '사회생활'을 한다는 내용은 보면 볼수록 놀랍고 신비롭다. 나무들이 감정을 느끼고, 기억하며, 심지어는 '대화'를 나눈다는 경이로운 사실들을 보며, 말하지도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지만 생명을 가진 매우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로서 나무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웃 나무가 아프거나 곤란에 처하면 오직 같은 종의 나무들끼리만 양분과 물을 공급하며 서로 돕는다. , 서로 어떤 종에 속하는지 정확히 안다는 뜻이다. 가장 밑에서 윗부분까지 나무들은 서로를 식별한다. P184




책은 숲과 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들에 대해서도 매우 방대한 지식을 전달하며, 때로는 그 내용이 전문적이어서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간결하면서도 독창적인 그래픽은 흥미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지루함 없이 끝까지 호기심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이 책은 딱딱하고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적 사실을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점을 통해 텍스트가 가진 한계를 넘어 시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매우 탁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주변의 자연, 특히 나무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고, 자연의 위대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 것 같다. 나무들이 단순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뿌리로 서로 연결되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돕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숲은 훨씬 더 신비로운 곳이며, 인간과 같은 생명공동체로서 보호받고 존중받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자연을 사랑하는 청소년들과 새로운 독서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복잡한 생태학적 개념이나 과학적 설명을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훨씬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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