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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후 미국과 전세계의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지 매우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미래도 불안한데,
뉴스를 통해 듣는 미국의 상황도 급격한 변화와 함께 정치 양극화, 총기,
마약, 이민자 문제 등 부정적인 소식이 가득한 것이 만만치 않다. 그러던 중에 아야드 악타르의 『홈랜드 엘레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트럼프 이후의 미국을
다룬 대서사시>라는 책 띠지의 문구는 책의 내용에 관해 많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소설이 현실은 아니지만, 앞으로 미국이 어떻게 될지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고,
어떤 교훈을 얻게 될지 기대하며 대서사시의 내막을 관심있게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아야드 악타르(Ayad Akhtar)는 미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이다. 그는 2세대 이슬람계 이민자로 미국에 살아가며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과 좌절된 소속감, 미국 자본주의의 폭력을 날카롭게 포착한 희곡과 소설로 대중과 평단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희곡 「수치 Disgraced」로 퓰리처상을,
「보이지 않는 손 The Invisible Hand」으로 오비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 여러 작품이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24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홈랜드 엘레지』는 악타르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회고록과 소설, 역사와 문화 분석이
경이롭게 조화를 이룬 역작이라는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아메리칸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사회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 극작가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심장 주치의로 일했던,
성공한 이민자로서 미국 사회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그의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다. 트럼프와의 관계를 통해 정치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아버지와 대립하는 그의 모습은 보수를 지지하는 부모와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중장년 세대 가족의 정치 현실과 매우 닮아있다.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게 뻔한데, 아버진 그런 건 신경도 안 쓰고
있어요. 그 이유가 납득되면 흥분 안 할게요. 아버지한텐 왜 그게 문제가
안 되는지 一」 「그건 사실이 아냐. 다 공갈이다.」 「아버지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어떻게 아는지 너도 알잖니. 난 그를 알아.」 「아버진 그와 연락이 끊긴 지 20년은 됐어요!」
「18년이다. 진정하고 一」 「그걸 세고 있었어요?」 「그는 관심을 끌려고 그러는 거야. 그게 다야. 텔레비전
채널을 하나 만들고 싶어 한다는 얘기가 있어.」 「이 대답만 해주세요, 아버지. 이거 하나만. 딱 하나. 아버지 자식들에게 영향이 미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상관이 없는지」 「넌 괜찮을 거야.」
-----------P45

자신의 고향인 파키스탄을 거리낌 없이 폄하하며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진 아버지와 달리
그의 어머니는 힌두교와 시크교의 갈등으로 인해 엄청난 테러와 고통을 체험했음에도 여전히 고국인 파키스탄을 사랑하며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인식하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느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어머니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인물 라티프는 의사로 미국사회에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고국으로 돌아가 무슬림의 독립을 지지하며 테러리스트의 스파이로 죽음을 맞이한다.
어머니가 더 심하게 상처받은 목소리로 내 말을 잘랐다. 「그들은 스스로 죽음에 맞설
용기가 없어. 그래서 우리가 대신 죽음에 맞서도록 만드는 거야. 그
다음엔 자기들이 원하는 걸 얻고 우리를 버리지.」 어머니가 말을 끊었고, 나는 침묵을 지켰다. 다시 조용히 입을 연 어머니는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 ------------P92

책의 분량은 500여 페이지가 넘어 매우 두툼하게 느껴지는 장편 소설로 역사적 사건들과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로 인해서 처음부터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끈기 있게 읽어가면서 소설 속 배경 지식이 쌓이고 작가의 관점에서 생각하려 노력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또한,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저자의 통찰과 날카로운 비판은 매우 인상 깊었고, 미국 사회와 현대 세계사에 대한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간간히 등장하는 성애 묘사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보다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더
집착해요. 그래서 서구가 우리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을 바로잡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죠. 우리는
이런 방어를 하나의 삶의 양식으로 만들었어요. ------------P222
인종 차별과 배금주의, 그게 미국의 문화예요.
그리고 당신이 이 둘 다에서 올바른 쪽에 있다면, 그때 당신은 진짜 미국인에 속하게
되는 거죠. 그래야, 당신이 아까 말한 인용문을 빌리자면,
미국인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최상층을 대표하게 되는 거니까.」 「요점이 뭐죠?」 그가 날카롭게 물었다. 「요점은, 우리도 사실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우리도 그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하고 있어요. 우리 자신을 실제보다 낫게 생각하고 있죠. 그리고 진짜로 도움이 안 되는 건 결국 우리가 그들의
경멸을 구실 삼아 우리 자신의 결함을 외면한다는 거예요.」 ----------P224

이 소설은 도널드 트럼프와 관련하여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미국 사회의 허상에 관해
비판하지만, 소설 속의 모습은 우리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와도 매우 비슷하게 느껴졌다.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나라에 대한 허상과 실망감 그리고 다문화 가정, 외주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정체성 혼란과
문화 갈등, 인종차별이나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문제들로 인식되었다.
이 책은 미국 사회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도 돌아보게 만들고,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도록 유도하는 의미 있는 소설로 여겨졌다. 이 책이 FX 8부작 TV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라니 더욱 기대된다.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금은 자비가 없다는 거지. 타이노족들이 옳았어.
백인들에겐 돈이 전부야. 늘 그래 왔지. 그리고
우린 그들이 만든 세상에 살고 있어. 봐, 만일 우리가 그들의 규칙에
따라 우리의 게임을 한다면 우린 기회를 잡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돈을 지켜야 해.
그들에게 돈을 넘겨줄 순 없어. 우린 그 돈을 써야 해. 결국 다 돈을 쓰는 문제로 귀결되니까. 세상에서 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얼마를 쓸 의향이
있느냐에 따라······.」 ----------- P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