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
문학상은 1960년대 한국 현대소설의 빛나는 한 정점을 보여준
작가 김승옥의 등단 오십 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문학과 산문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문학상이라고 한다.
김승옥 작가하면 가장 먼저 소설 『무진기행』이 생각나는데,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인하여 이 작품만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안개’의 노랫말과 멜로디가 귓속을 맴돈다.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는다는 것은 그해에 탁월한 작품을 발표한 작가를 새로이 발견하게 되고,
우수한 작품을 통해 감정과 사고를 크게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이번
2024년도 김승옥 문학상은 조경란 작가의 『그들』이 대상을 수상했으며,
6개의 우수작이 수상작품집에 수록되어 있다. 조경란 작가의 소설은 『불란서 안경원』
등을 매우 오래전에 읽어본 기억이 있는데, 제목과 내용이 사실 가물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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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에 2024 이상문학상에 조경란 작가의 단편소설 『일러두기』가
대상을 수상했다는 뉴스를 보았지만 잊고 있던 차에, 이번 김승옥 문학상 수상소식을 듣고 작가의 소설을 꼭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펼쳐 보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다른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훌륭한
소설 작품들을 읽게 되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되었다.
첫번째
대상작 『그들』은 우울증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종소’가 임용 과정에서 자신을 부당하게 배제해 버린 최교수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그의 아내
‘영주’가 운영하는 카페에 찾아가면서 생긴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그들 ‘종소’와 ‘영주’의 삶에서 일어나는 그들의 단절, 상실과 아픔은
그들 만의 일이 아닌 우리들의 삶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종소’가 불편함을 주기 위해 찾은 카페에서 ‘편안함’을 느끼듯이
삶이란 매우 역설적이고 쉽게 단정지을 수 없기 끝까지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검은
간장 물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어떤 사람들은 불안 없이 사나, 두려움 없이 사는 사람도 있을까, 그런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부족한 무엇이 있을까. ….. 나는 누군가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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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복
작가의 『양치기들의 협동조합』은 산티아고 성지순례 길에서 발생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나에게 허구의 소설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지난해부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내 고향마을 인근에서 6.25 전쟁 중에
학살당한 민간인유해발굴사업을 시작해 많은 희생자 유해를 수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슴 아픈 이야기를 간직한
채 살아남은 이들의 외면당한 고통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중이라는 사실 또한 가슴 아프다.
고통을
통해 신을 만난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우리는 신을 타인의 죄속에서 발견하려고 드니까.신 앞에 자신의 결백을 드러내기 위해서 누군가를
죄인으로 만들기까지 하니까. …… 타인을 죄인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진짜 죄일 것이다. P72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의 즐거움을 넘어, 현실을 비추는 거울로서 인간의 삶과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삶과 인간으로 이끄는 길잡이가 된다고 한다. 이번 2024
김승옥 수상작품집에 실린 모든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짧지만 매우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들인 것 같다. 십년 전의 참사를 기록한 조해진 작가의 『내일의 송이』는 기나긴 고통과 어려움의 끝에서 새로운 희망을 전해주는 것 같이 느껴졌다.
‘종소’와 ‘영주’의 삶이 어긋나지 않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면, ‘송이’와 장훈’이의 미래가 사랑으로 싹트기를 조심스레 희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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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위해 이민간 목수 아버지 ‘형국’과 그의 딸 ‘지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반수연 작가의
『조각들』, 비정상으로 인식되는 ‘정모’와 누나 ‘연수에 관한 이야기인 안보윤 작가의 『그날의 정모』, 늙은 전직 트럭운전수 행크 셔먼과 그의 아들 브라이언의 하루 이야기를 적은 강태식 작가의 『그래도 이 밤은』,
사소한 불행으로 망가진 삶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서경’의 이야기인 이승은 작가의 『조각들』 책을 읽고나서 이 모든 소설 속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이 왠지 낯설지 않고 내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상상의 문을 열어주고 감정과 공감의 깊이는 더하여 준다.
이번에 읽은 김승옥 문학상 수상 작품들과 그 속의 인물들을 통해 내 삶 되돌아 생각해보고, 또 주변 인물들과 연계해서 새롭게 상상해 보는 좋은 독서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또한,
각 작품마다 작가 노트와 리뷰 그리고 문학상 취지와 심사경위 및 심사평을 통해 소설의 의미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계기로 많은 분들이 소설책을 찾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이 책도 꼭 읽어 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해 본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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