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김진주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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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나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이유 중에 하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혼자서 맞서기 힘든 불안과 위험을 집단을 통해 보호받고, 자신의 약점을 무리 속에 숨기려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지혜와 용기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두려움 속에서도 스스로 길을 찾아 나서는 것에서 비롯되기에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속하지 않는다라는 이 책을 통해 나는 무리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집단 안에서 조금 더 현명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1895년에 발표한 『군중 심리』를 옮긴 책이다. 이 책은 군중 심리학에 관한 불멸의 고전으로 손꼽히며, 군중심리가 대중이 집단 속에서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1870년 프로이센-프랑스(보불) 전쟁에 군의관으로 참전했으며, 1871파리에서 "파리 코뮌"이라는 노동자 봉기와 폭력을 경험했다. 이 두 사건으로 인해 그는 군중심리에 관한 연구를 계획하게 되었고, 군중심리는 정치, 사회 운동, 여론 형성 등에 미치는 군중의 영향력을 탐구하며, 이후 집단 심리학과 사회학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사람이 무리를 형성하면 그 무리는 고유의 민족성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갖게 된다. 군중이 보이는 정신적 특성은 어떠한 제도나 법으로도 변화시킬 수 없다. P10 -머릿말

 



저자는 개인이 군중 속에 속하면 평소보다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이며 책임감을 잃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러한 집단 행동이 개인의 의지나 사고보다 무의식적인 감정 전염과 모방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책 표지 이미지로 사용된 ‘말레겜의 마녀라는 중세의 작품은 군중의 어긋난 심리로 인해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마녀 사냥을 보여주고 있다. 군중 속에서 집단의 감정에 휘말려 벌어지는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행위가 오늘날 온라인상에서 익명성이라는 전제하에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는 점에서 끔찍하게 생각되었다.    

 

군중은 언제나 진실보다 욕망을 중시한다. 궁중은 언제나 진실보다 환상을 선호한다. P186

 

군중은 진실을 갈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자신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온갖 증거 앞에서 그들은 진실을 외면하고 마음을 사로잡는 오류를 숭배하는 편을 택한다. 그래서 군중을 현혹할 줄 아는 자는 쉽게 지배자가 되지만, 그들을 각성시키려 하는 자는 언제나 제물이 되는 법이다. P203

 



군중 심리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집단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려 하면서도, 동시에 무리에서 벗어날까 두려워하고 남의 시선에 맞추어 동조하려는 양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오늘날에도 개인이 사회적 흐름에 쉽게 휩쓸리며 군중의 일원으로서 비판적인 사고를 잃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나치의 아이히만을 생각해 보면, 이런 심리적 현상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만든다.

 

국민 대다수의 정치 참여를 유도하는 보통 선거는 군중의 우매하고 열등한 성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제도이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단점을 내포하고 있다. P330

 



군중심리에 관한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하여 불멸의 고전이라는 소개에 어울리게 인간의 심리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지혜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매우 유용한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집단 속에서 발생하는 비이성적인 행동의 원인을 인지하고, 개인 인격체로서 인간이 자신의 의지와 자율성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사회 문제나 정치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군중의 힘은 긍정적 변화를 이끌 수도 있지만, 비이성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집단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진정한 자율성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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