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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건너온 약속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39
이진미 지음 / 다른 / 2023년 8월
평점 :
2023년 9월 1일은 일본 간토대지진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도쿄는 진도 7.9 대지진의 여파로 대규모의 화재와 해일, 토네이도가 이어지며 도시의
60%가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 때 일본정부는 대지진 수습과정에서
흉흉해 진 민심을 잡기 위해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조직적으로
유포하며 계엄령을 선포했으며, 전국적으로
조직된 일본인 자경단은 수천에서 1만명이 넘어서는 조선인들을 대량 학살했다고 한다.
이런 천인공로 할 범죄를
저지르고도 일본 정부는 매년 조선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때마다 관련 기록을 못 찾았다는 답변서를 내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역사 외면도 기가 막히는데, 우리나라에서 미래를
위한다면서 지금까지의 역사를 다르게 해석하려는 사람들이 드러나게 활동하는 것은 더욱 어처구니없다. 일제에
의해 이루어진 역사적 사실은 절대로 잊어서도 안 되고, 그 행위가 정당화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그래서 간토대지진 100주년을 맞아 잊혀 가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아픔을 공유하기 위해 이 책 『백 년을 건너온 약속』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고 있는 이진미 선생님이다. 저자는 간토대지진으로 조선인인
학살된 이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지 백 년이 흘렀지만, 무고한 조선인들의 억울한 죽음에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고,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조차 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저자의 다른 저서로는 청소년 소설 『괴질』, 『열다섯 비밀의 온도』, 『그 여름의 끝』, 『독립운동가가
된 고딩』과 창작동화 『백만장자 할머니와 상속자들』, 역사인물동화 『평등한 세상을 꿈꾼 아름다운 사람들』, 『차별에 맞서 꿈을 이룬 빛나는 여성들』이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저자가
도쿄를 답사하면서 만난 일본인 고등학생들이 지역행사인 ‘봄의 평화제’에서
발표한 낭독극 <약속은 지금도>를 주요 모티브로
하고 있고 한다. 저자는 일본 답사시에 일본 우익단체의 혐오발언 시위를 목격하기도 했지만, 그에 맞서 조선인 학살의 진실을 밝히려는 일본인들의 노력과 노고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양심을 따라 용기 있게 행동하는 일본인들에게 나 또한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백 년 전의 끔찍한 사건과 오늘날의 우리 모습을 보며 다른 누군가를 혐오와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 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쩌면 나 또한 일본은
무조건 싫고 나쁘다는 편견을 가진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2023년 중학생인 주인공 마에다 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린은 나쁜
꿈을 꾸고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손에 자란 린은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고 나서, 엄마와 살며 할머니를 잊고 지내고 있었다. 엄마와 함께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간 린은 직원으로부터 할머니가 전하는 알 수 없는 편지를 받게 된다. 조선인 동급생 하루와 할머니의 집을 찾아가 유품을 정리하던 린은 할머니의 수첩에 적힌 글을 읽으며 할머니가
누군가를 애타게 찾았다는 사실에 궁금증이 생긴다. 할머니의 비밀을 파헤치던 린과 하루는 할머니의 불단
안에 든 만년필 촉을 발견하고 무심코 집어 드는 순간 소용돌이에 휩쓸리며 정신을 잃고 만다.

소설은 린의 이야기와 100년 전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 노동자 양정필과 그 동생 정훈 형제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진행된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간토대지진으로 인해 정필 형제가 겪게 되는 처참하고 비극적인 사건들과 함께 이들을 연결해
주는 만년필에 대한 사연이 담겨있다. 책을 읽으며 당시에 벌어졌던 끔찍하고 비참한 일들이 눈앞에서 발생하는
듯이 몸서리치게 느껴졌다. 백 년 전, 오랜 된 일이라고
이들의 억울하고 원통한 사연을 그대로 묻어버린다면, 미래에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 될
거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많은
청소년들이 우리의 아픈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잘 기억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글은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